출애굽기 28:1-30
찬송가 289장 “주 예수 내 맘에 들어와”
제사장의 옷(1-14)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성막과 성막 안의 도구들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셨다면, 28장에서는 성막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들이 입을 예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앞선 27장 21절에서, 대제사장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저녁부터 아침까지 줄곧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보살필 것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제사장의 옷을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보면, 제사장의 옷의 재료가 성막을 만드는 데 들어갔던 재료와 다르지 않습니다. 성막이 독특한 휘장 등으로 다른 장막과 확실하게 구분되었던 것처럼 제사장의 옷 또한 일반인들이 입는 옷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재료의 통일성의 측면에서 제사장은 곧 성막의 일부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하나님은 성막을 통해 이스라엘 가운데 좌정하셔서 통치하시는데 제사장은 입은 옷만으로도 하나님을 드러내는 성막을 잘 드러내줍니다.
(1-3) 너는 이스라엘 자손 중 네 형 아론과 그의 아들들 곧 아론과 아론의 아들들 나답과 아비후와 엘르아살과 이다말을 그와 함께 네게로 나아오게 하여 나를 섬기는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되 네 형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지어 영화롭고 아름답게 할지니 너는 무릇 마음에 지혜 있는 모든 자 곧 내가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에게 말하여 아론의 옷을 지어 그를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라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세우라는 말씀입니다. 본문에도 명시적으로 나오듯이 제사장은 하나님을 섬기는 직분입니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지만 사실 제사장이 평상시에 하는 일들은 그보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돕고 섬기는 일 같습니다. 백성들이 회막 앞으로 나아와 제사를 지낼 때 그 제사를 돕기도 하고, 속죄를 청하는 많은 사람들의 제사를 도와 그를 하나님께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제사장의 역할만 보면 제사장은 하나님을 섬긴다기보다 오히려 사람을 섬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사장이 하나님을 섬기는 직분이라고 말씀하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사장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서, 제사장의 원래 부르심이 사람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인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아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에 합당하게 살아온 결과가 세상 가운데서 빛과 소금으로서 살아가는 것일 수 있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것에 먼저 방점이 찍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세상 여느 공동체가 다른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기 위해,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을 우선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부르심 앞에 신실하게 반응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 초점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섬기는 것이 타락입니다.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람을 섬기거나 자기를 섬기는 것 말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외적 행위 안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타락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제사장이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기름 부음 받았듯이 우리 또한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에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중심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늘 마음과 삶에 한적한 곳을 만들어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지어 영화롭고 아름답게 하라고 말씀합니다. 그것도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에게 이 옷을 만들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론이 입을 이 옷은 이스라엘이 가진 최고의 기술과 영성을 지닌 자가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 낸 거룩한 옷, 2절 설명대로 영화롭고 아름다운 옷이었습니다.
(4-5) 그들이 지을 옷은 이러하니 곧 흉패와 에봇과 겉옷과 반포 속옷과 관과 띠라 그들이 네 형 아론과 그 아들들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지어 아론이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라 그들이 쓸 것은 금 실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늘게 꼰 베 실이니라
대제사장이 착용할 옷은 네 종류입니다. 흉패와 에봇, 겉옷, 반포 속옷입니다. 여기에 관과 띠가 추가됩니다. 그리고 그 재료는 금 실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늘게 꼰 베 실입니다. 금 실,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늘게 꼰 베 실, 곧 아마사는 성막을 만들 때도 쓰였던 재료들입니다. 염색실을 만들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화려한 재료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성막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던 재료로 대제사장의 옷을 만드는 것으로 보아 성막이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것처럼 제사장의 옷 또한 다른 것들과는 구별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입을 옷이므로,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6-8) 그들이 금 실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늘게 꼰 베 실로 정교하게 짜서 에봇을 짓되 그것에 어깨받이 둘을 달아 그 두 끝을 이어지게 하고 에봇 위에 매는 띠는 에봇 짜는 법으로 금 실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늘게 꼰 베 실로 에봇에 정교하게 붙여 짤지며
제일 먼저 언급되는 옷은 에봇입니다. 에봇은 대제사장이 입는 가장 바깥 옷입니다. 일종의 조끼나 앞치마와 같은 형태를 띄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등을, 하나는 앞을 가리도록 만들어졌고, 이 두 부분이 어깨에서 연결되었습니다. 게다가 8절에 나오는 대로 에봇과 동일한 재질로 짠 띠로 허리를 동이도록 만들었습니다.
(9-14) 호마노 두 개를 가져다가 그 위에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을 새기되 그들의 나이대로 여섯 이름을 한 보석에, 나머지 여섯 이름은 다른 보석에 새기라 보석을 새기는 자가 도장에 새김 같이 너는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을 그 두 보석에 새겨 금 테에 물리고 그 두 보석을 에봇의 두 어깨받이에 붙여 이스라엘 아들들의 기념 보석을 삼되 아론이 여호와 앞에서 그들의 이름을 그 두 어깨에 메워서 기념이 되게 할지며 너는 금으로 테를 만들고 순금으로 노끈처럼 두 사슬을 땋고 그 땋은 사슬을 그 테에 달지니라
호마노는 붉은 줄무늬가 있는 보석 종류로, 호마노 2개에 야곱의 열두 아들들의 이름을 나눠서 나이대로 여섯 명씩 한 보석에 새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보석에 금테를 입혔고, 금테에 순금을 노끈처럼 땋은 사슬로 묶어 에봇의 어깨받이에 붙여 고정되도록 했습니다. 제사장의 두 어깨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셈입니다.
열두 지파의 이름이 쓰인 보석이 박힌 옷을 제사장이 입는다는 것은 이스라엘 전체의 이름의 무게감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제사장의 역할은 열두 지파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죄를 지고 와서 속죄하는 역할이며, 이스라엘의 생사가 대제사장의 두 어깨에 있음을 상징합니다.
에봇은 대제사장의 삶을 집약해서 보여줍니다. 그들은 평생 하나님을 섬기며, 등잔대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주의를 살피고, 진설병을 때에 맞게 올리는 일을 감당했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위해, 다른 이들을 하나님 앞으로 온전하게 인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드리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자기를 위한 인생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셈입니다. 이 에봇이 보여주는 대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하나님을 섬기며, 다른 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살도록 돕는 존재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출애굽기 19장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신 제사장 나라로서의 부르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너 혼자만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살도록 돕는 존재가 되어라, 이 부르심이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맞지만 이것이 은혜의 종착역으로 살라는 말, 남들이 베푸는 관심과 사랑을 기꺼이 받는 존재로만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또한 다른 이들이 하나님을 알도록 하기 위한 은혜의 통로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판결 흉패(15-30)
다음으로는 판결 흉패입니다. 흉패는 우림과 둠밈을 넣는 정사각형 형태의 주머니입니다. 에봇 위에 걸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이 안에 가로로 3개씩 4줄로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보석을 박아넣도록 말씀하십니다.
(16-21) 길이와 너비가 한 뼘씩 두 겹으로 네모 반듯하게 하고 그것에 네 줄로 보석을 물리되 첫 줄은 홍보석 황옥 녹주옥이요 둘째 줄은 석류석 남보석 홍마노요 셋째 줄은 호박 백마노 자수정이요 넷째 줄은 녹보석 호마노 벽옥으로 다 금 테에 물릴지니 이 보석들은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대로 열둘이라 보석마다 열두 지파의 한 이름씩 도장을 새기는 법으로 새기고
대제사장은 어깨 뿐만 아니라 가슴에도 이스라엘 지파의 이름을 달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했습니다. 흉패는 16절에 나오는 대로 두 겹의 천을 겹쳐 천의 좌우와 아래편을 꿰메어 그 속에 우림과 둠밈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를 만드는 한편 천 바깥에 열두 보석을 박아넣었습니다. 한 뼘은 규빗의 절반을 나타내는 말로, 22.8cm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만든 흉패 주머니 사방에 금고리를 달고, 금 사슬과 청색끈으로 고정하여 떨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대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갈 때는 이 판결 흉패를 가슴에 붙이고 가도록 했습니다.
이스라엘을 대신하는 상징으로 보석을 선택하게 했다는 데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해 내어주셨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됩니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것들 가운데 보석은 가장 단단한 것들이라는 것에서 죄인들을 구원해주신 하나님의 구원이 영원한 것이며, 변경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보석들 가운데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열두 개 모두 다릅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그 부르심도, 인도하심도, 주신 달란트와 성격도 모두 다르며, 그럼에도 그 열두 보석 모두 금에다 박혀 있고, 동등하게 아론의 가슴에서 하나님 앞에 기념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 옷 입은 존재로, 자신이 낫다고 자랑할 것도, 스스로가 남보다 못하다고 탄식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보석처럼 여기시는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29-30) 아론이 성소에 들어갈 때에는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을 기록한 이 판결 흉패를 가슴에 붙여 여호와 앞에 영원한 기념을 삼을 것이니라 너는 우림과 둠밈을 판결 흉패 안에 넣어 아론이 여호와 앞에 들어갈 때에 그의 가슴에 붙이게 하라 아론은 여호와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의 흉패를 항상 그의 가슴에 붙일지니라
우림과 둠밈을 넣어둔다고 했습니다. 우림과 둠밈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다윗이 늘 하나님의 뜻을 구했을 때 사용했던 것이 이것입니다. 우림은 빛을 의미하는 우르의 복수이고, 둠밈은 온전함을 뜻하는 탐의 복수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우림이 나오면 노, 둠밈이 나오면 예스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자신이 임의대로 행하지 않고, 행하기 전에 늘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구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완성된 계시로서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굳이 우림과 둠밈으로 하나님의 뜻을 여쭐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 말씀의 인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말씀의 인도를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우리의 걸음을 천천히 하고, 의식적으로 한적한 곳과 빈 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도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대제사장의 에봇처럼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제복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옷에 걸맞게 그리스도에게 합당한 사람으로 살아야 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를 보석 같이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반응하며, 말씀의 인도함을 받는 오늘 살아가시길 축복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대제사장의 의복을 가장 값진 재료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만들도록 말씀해주셔서, 하나님의 일을 대하는 신앙인의 태도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섬긴다는 부르심을 바르게 이해하고, 언제 어디에서든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게 하옵소서. 제사장의 의복 가운데 두신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빛을 받아 빛나는 형형색색의 보석처럼 우리의 모습은 각양 다르지만 주님의 빛 아래서 그 쓰임새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주신 것에 감사하며 말씀 따르는 인생 살게 해주시옵소서. 우리가 그리스도로 옷 입은 사람임을 알고 그 옷에 걸맞게 그리스도에게 합당한 사람으로 섬기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제사장의 옷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야 했습니까? (3)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의 신앙과 마음이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2. 에봇의 어깨 부분에 이스라엘 여섯 지파씩 이름이 기록된 호마노 2개가 올라간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는 대제사장의 역할을 무엇이며, 이것이 예수님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3. 판결 흉패 바깥에 각기 다른 열두 개의 보석(열두 지파)이 단단히 고정됩니다. 하나도 같은 보석이 없다는 이 사실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4. 우림과 둠밈을 판결 흉패에 넣어 늘 하나님의 뜻을 물었다는 기록을 통해서 오늘 내가 하나님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작성: 이창호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