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타임誌 선정 ‘몸에 좋은 10대 음식 - 녹차’ 제품부터 마케팅까지
글 노진섭 기자 (janews@joongang.co.kr)
물 에 우려낸 녹차? 너무 평범하다. 녹차는 아이스크림, 삼겹살, 냉면, 된장과 같은 식품은 물론 화장품, 향수, 벽지, 속옷, 구두, 심지어 담배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기존제품과 결합했다. 현재 녹차를 이용한 제품의 시장규모는 딱히 집계된 것은 없지만 식품업계는 약 700억~800억원 규모로 보고 있고 내년엔 1,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내 최대 녹차재배지이자 한해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보성의 녹차단지를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하동군 내 야생 녹차밭 면적은 474㏊(1,200여 농가). 1991년 116㏊(504농가)에 비해 크게 늘었고, 지난해 46개 녹차제조업체가 261톤, 180억원어치를 생산해 이 지역 최대의 산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4년으로 예정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따라 녹차도 수입품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이에 따라 경남농업기술원과 하동군은 녹차 추출물이 들어 있는 액체세제와 녹차아이스캔디의 특허출원을 마치고 농가에 기술 이전을 추진중이다. 하동군은 또 올해부터 농업기술센터에 녹차 전문팀을 만들어 녹차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녹차제품 개발로 수입개방에 대비하는 것이다.
실제로, 쌍계사 앞 산골에서 3대째 녹차를 만들고 있는 산골제다의 김종관(42) 사장은 지난 94년부터 녹차를 이용한 20여가지 가공식품과 공산품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발명특허를 받고 본격 생산중이다. 마구 늘어나는 업체들 속에서 녹차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방향을 틀었다. 지난 98년 율포해수욕장은 녹차해수탕까지 만들어 녹차를 최대한 이용하기도 했다. 지하120미터에서 끌어올린 천연해수에 녹차를 약 300대1로 혼합한 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녹차제품은 황금알 낳는 거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차를 이용한 식품은 수없이 많이 등장했고 생활용품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물에 우려내지 않는 녹차로 가장 대중적이면서 다른 녹차제품의 기본이 되는 것이 녹차가루.
어린 차잎을 건조시켜 곱게 갈아 가루상태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 ‘말차’로 알려져 있는 녹차가루는 물에 녹지 않는 영양분까지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하지만 다른 녹차제품으로 응용도 가능하다. 우유, 두유, 아이스크림 등에 섞으면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곡물가루와 섞어 화장수나 팩을 만들기도 편리하기 때문에 많은 녹차제품에 사용된다.
이를 이용한 냉녹차는 갈증을 해소하는데 좋아 인기가 치솟고 있다. 태평양의 ‘찬물에 잘 우러나는 설록차’는 최근 음료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매장의 경우 지난 5월 한달 동안 500만원어치가 팔렸다. 6월 들어서는 하루 40만원어치가 판매되는 등 날이 갈수록 매출이 늘고 있다. 이처럼 녹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대기업들이 최근 녹차제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녹차제품이 대기업을 통해 다량으로 생산,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92년 롯데제과와 동양제과가 녹차추출물인 후라보노이드를 넣은 껌을 시판하면서부터다. 해태제과도 뒤늦은 2000년에 녹차를 갈아 넣은 에티켓 민트 그린이라는 녹차껌을 내놨다. 이듬해에는 녹차추출물을 넣은 자일리톨 플러스를 거듭 선보이며 녹차껌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동양제과도 6월12일 ‘녹차 추출물에서 발견된 뮤타X가 입속 유해균을 감소시킨다’는 스캐빈저를 선보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금연열풍 등의 영향으로 녹차껌은 물론 녹차 관련 상품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녹차제품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곳은 또 있다. 바로 녹차음료 부문. 매일유업은 비타민, 철분, 칼슘 성분에 녹차 카테킨 성분을 첨가한 어린이용 발효유 엔요를 개발해 6월7일부터 본격 시판에 나섰다. 충치 예방효과가 탁월한 녹차 추출물이 들어가 ‘자일리톨 발효유’로 불리는 제품이다. 이에 앞서 연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두유시장에서 베지밀로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정식품은 2001년 녹차베지밀을 출시했다.
동아오츠카도 최근 녹차음료 시장에 진출한다고 공언했다.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등으로 이미 음료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동아오츠카는 20대를 겨냥한 녹차음료 그린타임을 출시했다. 동아오츠카는 녹차음료시장이 지난해 8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차종이자 음료전문업체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녹차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자 아예 녹차음료 전문점까지 생겨났다. 차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먹는 녹차의 개념을 탈피해, 현대인의 입에 맞게 20여가지 메뉴를 개발한 베르티는 2001년 단순한 녹차가 아니라, 녹차라테, 녹차카푸치노, 녹차에스프레소 등을 선보였다. 음료 외에 녹차아이스크림콘, 녹차아이스크림컵, 녹차케이크 등도 인기 품목. 압구정점의 경우 녹차음료가 하루 평균 250~300잔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1호 녹차전문점을 낸 남재형 사장은 “점포당 월평균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하고 “현재 3개 매장 외에 2개 매장을 연내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녹차아이스크림 매출 상승세
녹차아이스크림 시장은 더욱 뜨겁다. 8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규모는 1,200억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일반 빙과류를 포함한 전체 아이스크림 시장은 9,000억원대에 이른다. 이 중 녹차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2%선인 200억원. 매년 20% 이상 고속 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아이스크림에 녹차가 함유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대량 양산체제를 통해 만들어져 국내 첫선을 보인 것은 98년 나뚜루가 선보인 컵형태 제품. 인기가 좋아 2000년엔 벌크(bulk) 제품을 내놓고 또 2001년엔 바 형태의 제품까지 선보이며 딸기제품에 이어 두번째로 나뚜루 효도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녹차아이스크림이 인기를 얻는 것은 녹차 고유의 향과 맛을 아이스크림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적당하게 조절된 단맛과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기고, 한번 맛을 보았던 소비자들이 다시 찾고 있다. 일반 아이스크림의 주요 소비층은 10~20대지만 녹차 아이스크림은 젊은층에서 장년층까지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나뚜루 녹차제품은 월 평균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최대 생과일 아이스크림점으로 20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떼르드 글라스는 과일 아이스크림 외에도 녹차를 첨가한 퓨전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고 있다. 생과일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원조격인 샤베르도 녹차와 매일, 고구마, 인산, 요구르트 등 자연식 아이스크림을 메뉴에 포함시켰다.
대기업은 올해 처음으로 빙과류에서도 녹차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지난해 10~20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빙빙바에 녹차성분을 첨가한 녹차빙빙바를 최근 선보였다. 해태도 지난 1월 녹차 아이스크림 산(山)녹차를 1인용 컵용기 타입으로만 내놓아 테이크아웃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를 주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모나카류 아이스크림인 꿀호떡 시모나에 녹차를 첨가한 꿀호떡 시모나 녹차를 업그레이드 상품으로 내놓았다. 건강을 지향하는 기능성 아이스크림이 각광받으면서 이 시장도 급팽창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빙과류 녹차제품 시장만 연내 약 14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고, 지난해 70억원에 그쳤던 기능성 아이스크림시장이 올해는 250억원으로 1년새 2.6배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스타벅스 “녹차제품 가장 성공한 음료”
녹차제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밝아 보이자 외국계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녹차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겐다즈는 2001년부터 전국 편의점 유통망을 이용해 파인트그린티라는 녹차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 서원덕 과장은 “나뚜루와 하겐다즈와 같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편의점에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그중에서 녹차아이스크림의 최근 매출이 지난 1월 매출대비 평균 1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스킨라빈스가 지난해 녹차아이스크림을 선보인데 이어 세계 최대 커피프랜차이즈점인 스타벅스가 지난해 그린티 프라푸치노(Frappuccino)를 선보였다.
그린티 프라푸치노는 최고 품질의 녹차를 건조시켜 우유와 얼음을 갈아 만든 건강음료. 스타벅스는 프라푸치노가 ‘자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음료’라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 그린티 프라푸치노는 현재 하루 평균 900잔 정도가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전년대비 30%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양재선 과장은 “프라푸치노는 저지방 음료라서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여성이 즐겨 마신다”며 “일본과 대만에 이어 국내에도 출시된 녹차 프라푸치노에 대한 반응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출처: 비즈넷타임스 출판호수 34호 | 입력날짜 200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