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옛날의 울산멤버들인 나를 포함해서 김병길, 이동석, 장해욱, 신순자 등 5명이
뭉쳐 2박3일간 남도 여행을 갔었다네.
특별히 정한 곳도 없이 가다가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부렸지.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나는 배탈이 나서 첫날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아무생각도 없었다네.
그러다가 완도 근처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총무인 순자가 자기는 혼자서 침대방을, 사네들
넷은 온돌방 하나에 모두 집어 넣었지.
그리고 순자가 시장에서 몸뻬바지를 5벌(벌당 3,000원?)을 사가지고 와서 모텔방에서
모두 입었더니 참으로 그 모습이 가관이더라.
더구나 동석이는 베게까지 지참하고^^^
어쨋거나 그때부터 점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는데 끝날 때까지 병길이와 나는 형편없이 깨졌다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다음날 주변의 섬과 영암 등지를 거치는 동안 마누라한테 잘 보일려고
마늘까지 모두 한접씩 샀다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물건 잘 샀다고 마눌한테 칭찬들어본건 그때 산 마늘이 처음일세.
그리고 목포 북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숙박을 하게 되었다네.
거기서 다시 고스톱 판을 벌렸는데,
그날도 중반전까지는 동석이와 해욱이의 독무대였지.
나와 병길이는 계속해서 18,18,18,18만 외치고 있었다네.
그런데 종반전에 들어서자 아!! 이게 왠일이래?
갑자기 서울양반한테 똥끗발이 터졌는데 그 첫 상대방은 해욱이와 동석이었지. ㅋㅋ
“흔들고 쓰리고에 양 피박, 동석이는 광박까지.ㅋㅋ”
세상사가 다 그렇듯 갑작스러운 변화가 오면 흥분하는 법! 또한 흥분하면 중요한 사실을 까먹기
일쑤이니 나는 흥분한 병길에게 점수계산은 내가하겠다고 자처했더니 병길이가 승낙하더군.
사실은 개평(갱핀) 좀 얻을려는 속샘도 있었지.
정확하게 계산을 끝냈더니 착하고 여린 병길이가 거금 20,000원의 개평을 기분좋게 주더라.
그때부터 연거푸 병길이의 똥끗발이 계속되었는데 물론 나도 얻어 터졌지만
계속 재미를 봤던 해욱이와 동석이도 박살이 났었지.
정말이지 공포의 똥끝발이었다네.
판이 끝나고 난 뒤 동석이가 하는 말.
“병길이 보다 옆에 앉아 신나게 계산해 주는 승수가 더 얄밉다나?”
그렇지만 나도 통쾌하더라! 아마 이런 것이 대리만족 아닐까?
다음 날 아침 영광에서 굴비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남도여행은 좋은 추억을 남긴채 끝냈다.
그리고 그때 입었던 몸빼바지는 올 봄부터 여름까지 밭일 하면서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고향 어르신들도 감히 서울 어르신하고 고스톱을 칠려면 공포의 똥끗발을 항상 조심할 지어다.
각박한 현실 잠시 웃어 볼려고 이글을 올린다.
첫댓글 ㅋㅋㅋㅋㅋ
14일 저녁에 표충사에서 다시 한판 붙자
졌다.
ㅋㅋ
아주 재밌게 읽었다 서울 사람 에게 터진게 아니고 계산 잘해준 너땜시 깨진거다
나도 계산을 잘못해 수없이 깨졌다
이젠 고스톱 손논지 15년은 된것 같다
그도 현역 시절에는 재밌었는대
좋은 시절 지나니 칠일도 없어지더구나
재미있게 논 이바구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