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장산(內藏山) (147)"
2011.11.9. 하촌 류재호.
가을의 상징인 감나무는 가을 볓을 받아 특유의 그윽한 빛으로 물든다.
밭둑과 담장 밑으로 감나무가 풍요로운 것을 보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어린시절 담장밑에 감나무가 있어 가난을 이겨 낼수 있었다고... 늦가을 까치밥이 라는 핑게로 감 몇개를 남긴 선조들은 마음의 풍요를 오래 나누기 위한것이 아니었을까?
감나무는 동양의 대표적 과수다. 선인들은 예부터 감나무를 오절(五節). 오상(五常). 오색(五色).의 영험한 나무로 여겼다.
오절은 수(壽.장수한다).무조소(無鳥巢.새가둥지를틀지 않는다). 무충(無蟲.벌레가 꼬이지 않는다). 가실(嘉實.열매가달다). 목견(木堅.나무또한 단단하다). 오상은 문(文.단풍든 감나무잎을 글씨쓰는 종이로삼음). 무(武.나무가 단단해 화살촉으로 쓰임). 충(忠.겉과 속이 공히 붉어 표리부동 하지않음). 효(孝.열매가 부드러워 노인들도 먹을수있음). 절(節.서리가 내릴때까지 버팀).을 일컫는다. 오색은 (흙흙.청靑.황黃.적赤백白.)을 말하는데 나무는 검고 잎은 푸르며 꽃은 노랗고 열매는 붉고 말린 곷감엔 흰 가루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오늘도 우리 산사랑가족 50 여명은 전북 정읍에 위치한 내장산(內藏山763M)을 오르기위해 7시30분 출발. 차창밖의 풍경은 입동이 지나 을씨년 스럽고 샛노란 은행 잎들이 거리위로 꽃비처럼 쏟아진다.
10시 조금지나 현지인 내장 저수지 부근에서 하차하여 조각공원을 지나 서래봉으로 오른다. 내장산은 조선8경의 하나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호남의 지리산.일출산.천관산.능가산과 함께 5대 명산중 하나로 '호남의금강산' 이라 불리는 정읍의 대표적인 산으로 '산에숨겨진것'이 많다하여 내장산(內藏山)이라 불리고있다.
내장산은 원래 영은산 이라불리었는데 조선 명종때의 희목대사가 이산에 숨겨져있는것이 무궁무진하다하여 사찰의 이름을 영은사에서 내장사로 개칭하여 그때부터 산 이름도 내장산으로 부르게되었다. 희목대사는 일찍이 눈밝은 선승이었나보다.
내장산은 노령산맥의 중앙에 솟아 있으며 주봉인 신선봉을 비롯하여 월령봉.서래봉.연지봉.장군봉 등의 기암괴봉들이 동쪽으로 트여 말발굽 모양을 이룬다. 내장산은 원래 단풍으로 유명한 곳인데 금년에는 일기가 고르지못해 활엽수들이 제빛을 토해내지 못했으며. 시기적으로 좀 늦어 천자만홍(千紫萬紅)의 자태를 만끽하지못해 좀 아쉬워 김영랑 시인의 단풍 시(詩)를 옮겨본다.
"오메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붙은 감닙 날러오와/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보며/
오메단풍 들것네/"
이 맛깔 스러운 전라도 사투리 시가 내장산이 위치한 곳이 전라도라는것을 연결지은걸까?
높이 오를수록 붉게 물들은 가을의 무뉘를 볼수록 산은 더 화려해지며 전설처럼 솟은 바위 경관에 동양화 속으로 빠져든다.
늘어선 능선들은 아직 알록달록한 단풍이 여백을 메우고있다. 멋드러진 동양화속에 사람이 들어와 있는건지 천재화가 가 일생의재능을 받쳐 지대한 자연을 눈앞에 그려 놓은건지 가늠할수없다. 풍경의 화려함이 극치를 이뤄 승경(勝景)에 취한다.
선과 빛이 어우러지고 웅숭깊은 골짜기마다 고요와 부드러움이 배여있으며. 노송들의 자태 또한 숭고(崇高)하다.
늦가을의 속살을 만나 그 가을소리에 심취되어 동행동락(同行同樂)하며 걷노라니 솜털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부처님이 외출하신 불출봉(佛出峰)을 지나 2시간만에 망해봉(望海峰)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멀리 몇겹의 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모자를 벗고 목섶을 열으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땀을 식혀주는 바람. 바람은 무색이어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색 단풍과 억새를 스쳤기에 분명 향긋한 가을색을 띠고 있을 것이다. 즐거운 산상에서의 중식과 인증샷을 찍고.먹뱅이골로 하산 하는데 너덜길로 매우 조심 스럽다. 골짜기 끝자락의 작은 담수(潭水)마다 오색단풍과 벌레 먹고 찟어진 주홍빛의 낙엽이 떨어져 물감을 풀어 놓은듯 한폭의 수채화다. 이처럼 자연은 침묵의 지혜를 감성의 언어로 빚어내는것이다.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천년고찰 내장사 경내로 들어선다. 보현보살과 문수보살님이 짝을이뤄 무애자재(無碍自在)한 지혜를 이땅위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곳이다. 내장사는 백제무왕37년(636년)에 영은조사가 창건했으며. 이밖에도 문화 유적으로 여환선사가 창건한 백양사도있으며. 자연 유적으로는 도덕폭포.금선폭포와 임진 왜란때 조선 왕조실록과 이태조의 어영을 숨겼던 용굴이있다. 내장사 한켠에 운치있게 지어진 정혜루(定慧樓)의 편액(扁額)글씨가 기교의 아름다움과 필력이 넘친다.
지혜를 모아 선정(禪定)을 하라는 뜻이다. 경내 주위로는 붉은 감나무가 풍성하여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내장사에서 일주문까지 108주의 단풍나무 터널은 감탄을 자아낸다. 즉. 중생의 번뇌가 108 가지라는 데서 유래된 숫자며
성철 큰 스님께서 평생 108배 수행을 몸소 실천해 오셨듯 본래의 참 마음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며 길(道) 이다.
뒤풀이 하산주로 건배를 한후 무사히 일찍 귀가했다.송석 회장님과 거송 산대장님.임원님들을 비롯. 모든 회원님들 수고하셨고 즐거웠습니다.
다음산행은 경남 밀양 재약산 가을 억새 산행 이므로 많은 기대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