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쪽 형제봉 산꾼들 단골
담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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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노년을 즐기고 있다는 J씨의 경우다. 그가 사는 곳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인데 그가 매주 두 차례씩 오르는 산이 뜻밖에도 용인의 형제봉(448m)이란다. 아파트 가까운 곳에서 떠나는 6800번 압구정동-경기대 후문 간 좌석버스를 타면 서울 도심까지 가는 시간으로 형제봉 자락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경남부동산 앞에 닿는다. 성복동 하차지점은 버들치고개에서 500m쯤 되는 곳. 이 지점에서 형제봉을 오르는 몇 갈래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 오르면 1시간 남짓만에 정상을 밟을 수 있다.
형제봉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원 시가지와 동서남북 조망이 기막히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땀 흘린 보람을 크게 느끼고 일상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다. J씨는 서울의 가장 화려한 도심(?) 회색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몇 년째 형제봉 산행을 하면서는 대자연 속에서 늘 변하는 계절의 색깔을 며칠 단위로 만끽하는 행복을 누린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성복동 경남부동산 앞마당은 미금역(7번 출구)~성복동 구간 1번 마을버스종점이기도 하다. 이 경남부동산(031-263-8800)에서 김기영-조희자씨 내외로부터 산행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부동산 옆은 일용품을 파는 슈퍼마켓이다. 이곳에서 갈라지는 몇 갈래 산행 나들목에는 그런대로 이용할 만한 맛집 몇 곳이 있는데, 하산길에 단골로 가장 많이 들린다는 ‘담소원(031-265-8020)’을 찾아갔다.
소문대로 식당 안팎 여기저기에는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식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 중 용인 신성산악회 회원들과 합석, “곤드레! 만드레!” 건배로 하산주 한 잔을 멋지게 마셨다. 담소원을 단골로 정해 놓고 있다는 신성산악회는 정례적으로 형제봉을 오른다는데, 회원 홍승인씨는 담소원의 홍보대사역도 맡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80명 동시 이용 가능. 냉모밀칼국수 6,000원. 산채비빔밥 7,000원, 야채삼겹살(180g)·보쌈정식(2인 이상)·생선구이정식·동태찌개(계절음식) 각 8,000원. 숙주차돌박이 15,000원. 보쌈 25,000원.
산 너머 마을 고기동
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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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이름이 ‘산사랑’이다. 이 식당을 한 차례 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산사랑을 사랑하게 되는가 보다. 깊은 산속인데도 단골손님이 놀랍도록 많았다. 산에는 문이 없다. 그리고 앞뒤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산에는 앞과 뒤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광교산을 두고 수원 사람들은 수원쪽 산자락을 광교산 앞으로 생각하고, 산 너머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쪽을 광교산 뒤쪽으로 생각한다. 역시 착각이다. 착각이야 자유이겠지만-.
취재길 교통편의를 용인에 사는 외우(畏友) 김진구(金振九) 형이 맡아 주었다. 한 달에 한 차례 서울 근교산행을 함께 하는 국토건설산우회 동우인데, 동네 노인회 회장직을 맡아 봉사활동을 하는 멋쟁이 70대 중반 실버다. 40여 업소가 밀집해 있는 고기동 산자락에서 김진구 형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산사랑(031-263-6070)’을 빠뜨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주중의 점심시간, 산사랑을 찾았다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3,000평이나 된다는 산자락에 조성된 아름다운 경관에 놀랐고, 넓은 식당,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손님 대부분이 여성이었는데, 모두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 마치 어느 연회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업소측 설명에 의하면 손님들의 80%가 여성 고객이라고 한다. 메뉴는 딱 한 가지 산나물정식(12,000원). 옆 식탁에 앉은 여성단체 손님들의 대화에서는 “뿅 가겠다”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사실이 그랬다. 두부를 업소에서 직접 만들고, 산나물을 업주의 고향 강원도에서 공급받는다고 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손님들에 대한 기본 예의로 알고, 1년에 강원도산 콩 15가마로 메주를 만든다고도 했다.
상근 인력이 언제나 20명은 되어야만 식당이 돌아간다는데 모두가 매우 매우 친절했다. 개방된 주방이 식탁에 앉아 있어도 한눈에 들어왔는데, 깔끔하고 화려하다. 2000년 3월에 개점, 좌석수 150석, 승용차 100대 주차 가능. 식사를 끝낸 손님들이 마당에 놓인 식탁 곳곳에 앉아 공짜 커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식당을 다녀간다는 기념촬영(?)이라도 하는 것일까. 바로 그런 분위기의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