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27/일)
펌프를 샀다. 이름은 ‘한일자동펌프’이다. 몇 년을 벼르다가 산 물건이다. 처음에는 중간 크기의 물뿌리개를 샀고, 다음 해에는 호스를 샀다. 30미터짜리 한통을 먼저 사고 그리고 또 같은 길이의 호스를 샀다. 60미터 길이로 밭의 나무 등에 물을 다 댈 수 있었다. 아래 바위 밭을 사고 난 후에는 거기까지 물을 대기 위해 30미터짜리를 두 개 더 샀다. 그리고 아주 큰 물뿌리개를 산 다음, 이번에 드디어 모터 펌프를 산 것이다.
김해의 상점 주인이 팔면서 한 말이 인상에 남는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물이 생명의 필수조건인데, 물을 콸콸 흐르게 하는 모터 펌프 장사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사고 듣는 나 또한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남자 주인이 동안(童顔)이어서 안주인의 남동생처럼 보였다.
물뿌리개로 두 시간 정도 할 일의 분량을 펌프로 하니 20분 만에 해치우게 되는 것 같았다. 새로 심은 잔디와 채소, 그리고 차나무에 흙이 푹 젖도록 반복해서 여러 번 뿌렸다. 호스 들고 물 뿌리는 일, 어떤 놀이 못지않게 재미있는 일!
뿌리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늦은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내렸다. 고속도로 내내 줄기찬 비였다. 그래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여 운전하였다. 뒷날 확인하니 악양에 내린 비는 21밀리였다. 가을비로는 적당한 양이다.
첫댓글 펌프 본 김에 물을 주셨는데 비가 흡족히 왔군요~? ㅎㅎ 그래도 앞으로 쓸 일을 생각하시면 얼마나 흐믓하실까? 게다가 삼년이나 망설이다가 사셨다니... 추카드려요~!
pinks님 여름의 강을 잘 건너 오셨습니까. 어느 틈에 가을 강, 그것도 멀리온 가을 강... 맞습니다. 뜸을 한참 들인 후 사게된 모터펌프입니다. 기계에 너무 의존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기계의 역량을 너무 모른체해서도 아니됨을 예취기와 모터펌프를 통해 확인합니다.
그러니까 전화하실 때는 이미 펌프질이 끝난 다음? ㅎㅎㅎ 그래도 자연이 옴팡지게 주는 비님이 더욱 기운을 더해주겠습니다. 따님의 호주 대사관 입성을 축하드리면서...
맞습니다. 비내리는 악양들판을 바라보면서 앉아 한 관조! /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심. 이 어려운 때에 일자리를 찾아내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꼭 필요한 때에 적당히 내린 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