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즐거웠어요.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약간 스케치를 하자면...
우선, 전 6시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정이 이래저래하여, 지각을 했네요.
절친한 선배가 연주회 사진찍어주러 가겠다고 해서 같이 나섰는데, 역시 절친한 후배 한 녀석도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찾아오는 길 공지가 자세해서 그거 손에 쥐고 별 걱정 않고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제 앞에 클라리넷을 든 세 여인이 가고 있는 걸 발견.. (실은 저는 수다 떠느라고 뒤늦게 보았는데, 후배가 그러는데, 저 보고 아는 척 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제가 씹었다는.... -.- 죄송해용) 암튼... 뒤에서 보니까 누가 누구신지도 잘 모르겠고 좀 쑥스럽기도 해서, 하던 수다를 계속하며 더욱 맘 놓고 그분들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앗, 그런데,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여인 1, 2. 길을 잘못 건넜다네요... 뭐, 많이 잘못온 건 아니고, 바로 경로 수정하여, 다시 걸었습니다. 공지에 있는 그대로만 걸어가니깐, 바로 "성모자애보육원" 이 나타났습니다.
워낙 조용한 데다가, 저희가 들어간 현관엔 신발도 몇 개 없고 해서... 잘못 들어왔나 약간 당황, 그런데 한 아이가 통통거리면서 나타나서 선생님께 여쭤봐 주더니, 친절하신 수녀님이 실내화도 꺼내주시고, 샬뤼모 분들이 연주 준비하고 있는 곳을 알려주셨습니다.
연주 장소는 조그마한 강당. 우레탄 매트가 깔려있고.. 태권도 어쩌구 하는 깃발도 붙어 있고, 구석엔 피아노와 운동기구가 놓여 있는 다용도 강당인 것 같았습니다. 모두 열심히 연습중이더군요.. 아이고 죄송해라.... 얼른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혜림이 옆자리였어요. 조금 늦긴 했지만, 최종 리허설은 같이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요.
곧 아이들이 수녀님들, 선생님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고,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항상 멋진 사회로 연주회를 빛내주시는 우리의 연주언니. 이번에도 상냥하고 또랑또랑한 말솜씨와 목소리. 그리고 철저한 준비를 통한 쉬운 곡 설명과 분위기메이킹(훔.. 근데 "내안에 너있다"는... 아이들은 다 알아들은 것 같은데, 문화적으로 피폐한 몇몇 단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뒷풀이 자리에서 알게 됐죠 ㅋㅋ )을 보여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첫번째 곡 "HYMN"까지는 솔직히.. 약간 분위기가 덜 잡힌 것 같았어요.. 실은 저도 실수를 했고요... 청중도 아직은 준비 단계. 하지만, 한곡 한곡 진행되면서 아이들도 점점 집중을 하는 듯. 봄, 가을, 거룩한 성, 크리스마스 캐롤.. 점점 더 분위기가 무르익었죠. (아아.. 좀 식상한 표현이네요.. 근데.. 딱 이거였거든요.. ^^; ) 몇몇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그리고 때로는 신기해하며 듣는 것 같았고요. 모든 선생님 아이들이 연주를 경청해 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1부가 끝나고, 첫번째 하이라이트 단장님의 단소 연주. 우왓, 정말 멋졌습니다. 약간 흥분됐던 마음도 가라앉혀 주어서 단원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요. 단장님 앞으로도 많이 들려주세요. 이어서 바로 두 번째 하이라이트, 김인수님의 드레오르겔(아래 사진에 있는 것처럼 생긴, 정말 신기한 악기랍니다) 연주가 있었죠. 악기의 원리까지 설명해 주셔서 아이들이 눈이 더더욱 반짝반짝!
이어서 2부 순서.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면서 신나게 모짜르트 심포니 No. 40을 시작했습니다. 뭐.. 항상 그랬듯이, 중간엔 조금 안맞는 데도 있었지만, 역시 우리의 특기, 끝은 맞는다! ^^ "사랑은"으로 분위기 잡고, 할렐루야로 또 한번 하이라이트! (짧은 연주회인데 하이라이트가 너무 많았나요? 헤헤) 할렐루야는 연말 분위기에도 맞고, 여러 번 연주회 때 했던 곡이라 나름대로 기분도 내면서 연주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연주에서 앙콜이 빠지는 법은 없죠? 리듬오브더레인은 역시 신나는 앙콜 곡으로 안성맞춤이었고요. 사랑의 종소리도 모두가 친숙한 곡이고 그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것 같네요.
아, 맞다, 도우미 몇 분이 계셔서 참 감사했는데 먼저 들어가시고... 반장님, 단장님, 사회자 연주언니도 뒷풀이 장소에서 인사만 나누고 들어가셨죠... 모두 함께 식사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신년회로 다시 한번 모이는 건 어떨까요? 헤헤.)
뒷풀이 때는 즐거운 수다와 함께 맛난 밥 먹었고요. 지하철 타고 가는 길에 4th 분들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요. (이 시즌에 이렇게 모두 모여서 알콜 한 방울 없이 헤어지는 집단도 정말 드물거야... 정말 건전한 모임이야.. 라는 후문도... ㅋㅋ)
항상 부족한 저희들에게서 200%의 뽀대(^^;)를 만들어 주시느라 애쓰시는 지휘자 선생님, 그저 클라리넷이 좋아 모인 저 같은 사람들이 갈곳 몰라 할 적에 전체적인 가닥을 잡아주시고 여러가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반장님, 단장님, 연주회 준비에 여러 가지 신경쓸 것 많은데 언제나 웃으면서 믿음직하게 살림 꾸려주시는 총무 정복진님,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맛난 뒷풀이장소도 섭외하고 도우미들 역에 바래다도 주느라고 수고한 정성원님, 연주회 끝나고 오르겔 만져보겠다고 달려든 아이들 덕에 인기의 피곤함을 느끼셨을 오르겔 연주자 김인수님(아, 사진도 찍어주셨죠? 그것도 감사하고요... 몇 장 골라서 앨범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서로서로 도와가며 즐겁고 따뜻한 분위기의 연주회로 한해를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결같이 성실하게 참여해 주신 모든 단원 여러분...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만간 선후배한테서 사진 받아서 사진으로 쓰는 후기를 다시 한번 올리겠습니다. ^^
첫댓글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글로 읽으니 어제의 기억이 새롭네요. 우리들만의 연주회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자리는 '행복'하다고 느낄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런 기록들을 만들어 내신 단원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한 하루 였어요.. ^^
기억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 정말 수고하셨어요~~ ^^
역시나 멋진 후기를 올려주셨군요 ^^ 좋은 시간을 가지셨던것 같아 부러울 따름입니다. 같이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여건이 허락치않았고, 다음기회에는 꼭 함께 하겠습니다. 회원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행복이란게 이런게아닌가 싶습니다. 무언가를 함께 좋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작은 것...참 행복합니다.
와우~~` 이렇게 읽으니 정말 그날이 생생하네요... 다들 그 분위기에 맞게 잘 연주햇어요.^^ 그리고 에이~~ 뭐야??? 뒷풀이 그렇게 빨리 헤어졌어요??? 넘 햇네....ㅋㅋㅋㅋ 담엔 즐겁게 보내자구요...!근데 나 껴주나????
레몬님/ 물론 껴드려야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