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자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노라』(1:14-15).
사도 바울은 로마에 가기를 심히 원했습니다. 그 목적은 11절의 표현대로 하면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려는데 있었고, 15절의 표현대로 하면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울은 로마에 가서만 복음 전하기를 원하였는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대답이 14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혜 있다고 자처하는 헬라인이나, 어리석은 자라고 야만인 취급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고 말씀합니다. 지금까지 아시아, 마게도냐, 아가야 지방에서 전한 것 같이 로마에서도 전하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복음 전도에 있어 무엇보다 먼저 명심해야할 점은 복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구별 없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는 복음이 절실히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덜 절실하고, 그리고 어떤 특권층에는 복음이 없어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사람에게 빚진 자”라는 의무감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① 사도는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14) 하고 말씀합니다.
㉠ 이는 모든 사람을 다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우리 복음전도자들은 이를 자주 망각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느 빈민굴에 가서 전도하게 됩니다. 전도자는 이들이야말로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 그런데 대통령과 함께 하는 조찬기도회 때에 설교를 맡게 되면 어떻게 하는가? 고상하고 품위 있고 철학적인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이거나 그들의 영혼은 죄와 허물로 똑 같이 죽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영혼이 꼭 같이 소중한 것입니다.
㉢ 하나님께서 명하시기를, “너희의 생명을 속하기 위하여 여호와께 드릴 때에 부자라고 반 세겔에서 더 내지 말고 가난한 자라고 덜 내지 말라”(출 30:15) 하고 명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라고 명하시는가? 주님은 모든 영혼을 위하여 동일한 “속전”(贖錢)을 드려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이 모든 사람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 하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② 형제는 빚을 지고 그것을 갚지 못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본문은 너는 복음 전할 사명감에 그처럼 애타해 한 적이 있느냐 하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는,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임이로다”(고전 9:16) 하고 고백합니다. 만일 내가 빚을 갚지 아니하면 나는 파산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는 셈입니다.
③ 우리는 로마서 9장을 통해서 영혼 사랑에 대한 바울의 내면을 좀더 드려다 볼 수가 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 하노라 내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로 더불어 증거 하노니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다”(9:1-3) 합니다.
㉠ 바울이 말씀하고 있는 “큰 근심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동족 이스라엘의 구원문제입니다. 설마하니 바울의 표현이 과장되었다거나 진실성이 없다고 여기시지는 아니 하시겠지요.
㉡ 그렇다면 누구에게 빚을 졌다는 겁니까? 먼저 하나님께 빚진 자라고 고백해야 옳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은혜를 “값없이(3:24), 거저”(엡 1:6)주셨기 때문입니다.
④ 그러면 이제 본문 14절을 다시 한 번 주목해 보아야만 하겠습니다.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 합니다.
㉠ 사도는 하나님에게 빚진 자라 하지 않고, “헬라인, 야만인, 지혜 있는 자, 어리석은 자”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자에게 빚진 자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사도가 언제 어떻게 해서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말인가?
㉡ 먼저 생각할 점은 어찌하여 사도는 하나님께 빚진 자라고 말씀하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8:12절에서도,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빚진 자로되 육신에게 져서 육신대로 살 것이 아니니라”(8:12) 하고 말씀할 뿐, 하나님께 빚을 졌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하나님께는 늘 울어도 눈물로써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은 것이지, 이를 빚을 진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식이 부모님에게 “빚을 졌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를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부채”(負債)란 갚고 나면 청산(淸算)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⑤ 그래서 사도는,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14) 말씀하는 것입니다.
㉠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실 때에는, “너만 구원 받으라 너만 갖고 있어라, 내가 올 때까지 꼭 꼭 싸서 땅에 묻어 두어라” 하고 주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라고 주신 것임을 명심하십시다. “다섯 달란트 받은 자는 바로 가서 그것으로 장사하여 또 다섯 달란트를 남겼다”(마 25:16) 하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하신 말씀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마 25:40) 하십니다. 그러므로 나누어 주라고 부탁 받은 것을 전달해 주기까지는, 우리는 그들에게 빚진 자인 것입니다.
㉡ 고린도후서 5:18절에서는,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職責)을 주셨으니” 합니다. 19절에서는,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付託)하셨느니라” 하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과 화목한 자,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종이 되는 순간에 그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빚진 자라는 의무(義務)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⑥ 사도는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 하노니”(1:15) 합니다.
㉠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하고 말씀합니다. 그런 복음을 받기는 하였으나, 나누어주지를 않는다면 변명의 여지없이 복음을 부끄러워하는 결과가 되고, 복음은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⑦ 이점에서 사도가,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전하기를 원하노라” 하고 말씀한다는데 주목하시기를 바랍니다.
㉠ 로마 성도들은 이미 복음을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교회 밖에만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성도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음만이 성도들을 견고하게 세워주고, 성화의 삶도 복음의 사랑, 능력으로만이 가능하게 되고, 복음의 감격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열망이 불타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 “전도하라. 전도하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 그들에게는 전도해야할 감격과 능력이 없음을 봅니다. 복음의 감격을 맛보고, 전해주지 않으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라는 빚진 자의 강박이 있게 되면, 전도하라 강요하지 아니하여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이렇게 말해야만 하겠습니다.
㉢ “나는 모든 사람에게 빚진 자다”! 그러나 형제여, 여기서 그치지 맙시다.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에게 빚을 진자인지, 그 얼굴을 떠올리며, 그 이름을 말해 봅시다. 나는 아무개 아무개에게 빚진 자다 말합시다. 세상 빚은 갚고 나면 더욱 가난해 집니다. 그러나 복음의 빚은 갚으면 갚을수록 있는 자에게 더 주시는 축복으로 인해 풍성해 짐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말씀을 받는 형제도 이 복음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어야 할 빚진 자임을 명심하십시오.
-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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