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따가운 창명한 가을 하늘입니다. 올해는 하루 쉬고 이틀 비오고, 하루 꾸무리하고 이틀 비내리는 긴 여름을 보내는 바람에 들판에 풍년이 없습니다. 뒤늦게 맑은 가을 하늘에 농부들의 주름살이 펴지지 않는 군요.
올해는 잦은 비라는 자연조건, 날씨 때문에 전국적으로 흉년입니다. 올해 농사를 원가회계로 처리하면 어떻게 될가요? 손실입니다. 전체적으로 손실이 됩니다. 개별농가의 이윤(손실 또는 이익)을 전부 더하면 전체 농업의 이윤이 되고, 대충 파악해 봐도 원가를 회수할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같은 비내리는 날씨가, 농사에 악조건인 다량의 비가 내리는 것이 반복될까요? 아니지요. 특별히 올해 비가 많은 겁니다. 이런 손실을 우발적이라 합니다. 이런걸 예상해서 대손충당금이라고, 이익이 많이 났을때 평소에 적립해 두기도 합니다. 풍년일때 흉년을 대비하는 것이지요. 어쨌던 장기에 있어 어떤 균형선을 책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년 이익이냐 손해냐 판단하고, 또 개별 농가가 위험에 대비해서 저축을 하듯이 사회전체적으로도 모자라면 메우고, 남으면 떼어내서 균형을 유지할려고 합니다.
경제학은, 사회전체의 경제현상을 연구함에 있어, 우발적인 요소를 배제한, 평준화된, 균형있는 사회상태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기준을 설정하고자 합니다. 이 기준이 있어야 예를 들어, 잦은 비로 인한 농업의 손실을 측정할수 있다는 관점이지요. 회계학이 개별적, 구체적 경제주체별 경제현상 파악이 관점이라면, 경제학은 사회전체, 장기적, 일반적 관점을 가집니다.
계속 적자가 나는 농업을 예로 드니 설명이 좀 부정확하기도 하군요. 시골에 가보면 이농할, 이사갈 여력이 없는 60대 이상만 사는 마을이 많습니다. 전체 인구가 4500만명이 넘는데 농업인구가 350만명 이랍니다.
각설하고, 이윤을 설명하기 위해 개별 장사의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저희 집이 제가 어릴때 지물포 겸, 낚시점 겸, 전기기구 등을 파는 상점을 했는데요. 7살 때인가, 장사하는 어머님을 몇일째 유심히 바라보던 어린
빵장사왈 [엄마, 저사람은 왜 깍아주는 가요? 앞으로 깍아주지 말고요. 그 깍아줄 돈을 저를 주세요]라고 해서, 독특한 머리굴리기 라면서 동네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 함께 많이 웃었답니다. 엄마왈[ 기냥 돈 필요하면 어디에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라.. 별 복잡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빵장사 왈[ 보통 천원에 파는 물건을 저사람한테는 왜 구백원에 파는 겁니까? 어제는 보니까 사정한다고 8백원에도 파던데... 옳지 않습니다. 공평하게 해야지요. 똑같이 받아야지요. 그대신, 깍아주는 돈은 저를 주면 좋겠는데...]
따지기 좋아하던 빵장사의 어린 시절 모습, 어떻던 용돈을 더 타보려고 엉뚱한 잔머리 굴리는 어린이가 잘 묘사된 실화입니다. 어머니가 나중에 이야기 해줘서 기억이 더 선명하지요. 중학생때 인가.. 나중에 어머님이 장사에 대해 설명을 해준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왈 [장사란 유도리(융통성)가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천원에 팔던 물건을 손해보고도 팔수도 있는 것이야.]중학생 빵장사왈 [그럼 바가지 쒸울 때도 있었겠네요..] 어머니왈 [영 없었다고는 볼수 없지.. 고급 대나무 낚시대의 경우, 일년에 몇개만 팔리거든.. 이건 아무나 사는 것이 아니라, 손님(지역 유지 급) 기분에 따라....그런데 도배하는 벽지 등은 보통 사람들, 촌사람들이 없는 돈내서 큰 맘먹고 사는 것이라... 깍아 주기도 하고, 남는 종이들을 공짜로 끼워주기도 하고..]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장사는 하루 전체, 또는 몇개월 단위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 하나 물건을 팔때는 어떨땐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한다. 이걸 기분 안 나쁘게 잘 처리하는 것이 장사의 요령이다.
물건을 구입해서 판매하는 장사의 경우, 그 차액을 이윤이라 하고, 여러 가지 제 경비를 고려하고, 우리집의 경우, 먹고사는 돈 정도를 획득하는 걸 정상이윤이라고 합니다. 바가지를 쒸울 경우 초과이윤이고 우발 이익이 됩니다. 초과이윤은 계속될수가 없습니다. 서로 서로 경쟁을 하기 때문이지요. 뭐, 낚시바늘 매기의 경우, 아주 먼 지역에서도 소위 꾼들이 사러 왔으니까, 기술독점 탓으로 아주 비싼 값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 상인의 소득에는 대게 노동임금이 포함됩니다.
[낚시 바늘을 줄에 매다는 일의 최종 공정은 이빨로 물고 꽉 조이는 건데요. 어머니 앞이빨에 작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이게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일이었고, 고급 기술이거든요. 어른 다리같은 큰 잉어가 바늘을 물어도 매단 줄이 풀어지지 않고, 또 물속에서 여러 갈래로 쫙 퍼져있게, 바늘을 낚시줄에 매다는 것이 아무나 할수가 없거든요. ]
경제학은 상인의 정상이윤을 상인의 생산물로 봅니다. 판매액-구입비용=이윤에서 우발적인 부분 즉 초과이윤을 제거하고, 정상이윤만을 남겨서, 이를 생산물로 보고 재고자본 등 자본의 이자+ 노동임금+지대(우리집의 경우 임대가 아니므로 원가가 아니라 정상이윤에 들어갑니다. 임대라면 원가가 되겠지요)로 파악합니다.
지대公有제 라는 좋은 사회, 세상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각 경제주체는 전부 원가회계를 하고, 이를 모두 공개하게 됩니다. 자본의 이자와 노동의 임금에서 한푼의 세금도 걷지 않으므로, 이윤을 그대로 공개하게 됩니다. 지대=사회가치=토지사용료는 미리 사회가 회수하므로 원가가 됩니다.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 이윤에서 어느부분이 정상이고, 어느부분이 우발 또는 초과이윤인지 구별하기도 하겠고, 이를 감추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지대를 미리 회수하고, 예외적 규정을 두지않고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이윤 규모를 조작할 필요성이 적습니다.
토지사유재산제 사회에서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회유지비용=세금을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자에서 걷습니다. 간접세도 결국에는 물건의 사용자가 부담하고, 이는 소득에서 지출 됩니다. 근로소득세, 이자세, 법인세 등의 직접세에는 누진세가 있습니다. 지대에서도 조금의 토지세를 걷습니다. 상장회사의 경우, 재무제표 즉 원가회계의 결과인 이윤을 공개하게 되어있지만, 정확한 공개는 바로 세금 부담의 문제가 됩니다.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상태입니다.
어떤 사회이던지 간에 개별 경제주체들은 비밀장부를 동원해서라도 정확한 원가회계를 하려고 합니다. 이윤 중에 어느 부분이 정상이윤이고 어느 부분이 초과이윤인지를 가려 내야만, 사업을 능동적으로 할수가 있습니다.
더하기 빼기를 아주 많이, 그리고 그 과정에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하기만 하면, 2차방정식을 풀수 있습니다. 실제로 컴퓨터가 그렇게 합니다. 개별 경제주체 별,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을 모두 더해서, 사회전체의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을 계산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하기 빼기를 아주 많이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중복계산, 빼먹기 등등,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대외에 임금과 이자에 사회유지비용을 물리는 사회상태에서는 절세를 위한 소득 정보의 왜곡이 일상적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은 회계학적으로 본다면, 사회의 정상이윤을 추정합니다. 이윤이란 실제 용어에, 정상이윤, 초과이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경제학 교과서 마다 조금씩 정의들이 다릅니다. 그래서 혼동이 발생하는 이윤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회의 일반적, 보편적, 평준화된 상태를 생산물이란 개념으로 추정합니다. 정상이윤이 바로 생산물인 셈이지요. 개별 경제주체 입장에서 보면 본전인 상태, 초과이윤이 배제된 상태를 추정하게 됩니다.
생산물=지대+임금+이자 가 경제학의 사회를 파악하는 기본식입니다.
물론, 일반원칙을 가지고 개별 경제현상을 분석할때에는 실제의 이윤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정상이윤, 독점이윤, 초과이윤 이런식으로 파악을 하고, 목적은, 일반원칙을 기준으로 개별 경제현상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더 헛갈립니까? 경제학은 사회과학임으로 사회전체의 일반적, 보편적, 평준화된 상태를 추정하고자 한다. 일반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개별 경제현상에 적용한다. 이윤이란 실제 개념은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이 구별없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학적 분석에서는 배제한다. 일반원칙을 개별 경제현상에 적용하여 해석할때, 현실의 이윤개념을 사용하지만, 그 자체가 아니라, 일반원칙에 입각하여, 정상이윤은 생산물로, 초과이윤은 우발적, 예외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2003.9.21
가야산에서 빵장사
[추가설명] 헨리조지의 정치경제학에서는
[진보와 빈곤]을 읽다 보면, 한참 잘 설명을 해나가다가, 경제학 교과서를 쓰는 것이 아님으로 또는 원칙만 확실하면 실제에서 적용하면서 충분히 남은 부분을 보충할수 있으므로... 일반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므로.. 이러면서, 구체적인 부분의 설명을 생략하는 걸 자주 봅니다.
결론적으로, 토지가치만 정확하게 경제학을 동원해서 연구하고, 측정하자는 소리입니다. 자본의 이자와 노동의 임금에 대해선, 자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없다. 경제주체 별로, 원가회계를 다한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면 된다. 사회가 특별히 간섭할 필요가 없다. 다 알 필요가 없다.
(헨리조지)정치경제학의 기본식: 생산물-지대=임금+이자
지대公有제 사회는, 토지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서, 미리 걷는 겁니다. 개별 경제주체들은 전부 토지사용료를 원가로 계산하게 됩니다.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하는 겁니다. ㅡ,.ㅡ
헨리조지의 저서 중, [정치경제학]은 사후 출판이 되었습니다. 거의 다쓰고 나서, 출판용 마무리만 못하고(아들이 대신 원고를 정리해서 그대로 출판되었슴), 뉴욕시장선거 유세 중 과로로 숨졌는데.. 이책은 훨씬 자세한 경제학적 분석을 합니다만, 일반원칙만 확립하면, 나머지는 각자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하면된다. 공정한 룰만 사회는 보장하면 된다는.. 기본관점이 유지됩니다.
[진보와빈곤]을 읽은 독자들이, 더 자세한 경제학적 분석을 이론을 개념을 요구함으로, [정치경제학]이란 책을 저술했는데, 시간개념이 적극 반영되면서, 더 높은 추상수준이 요구됩니다. 책도 두껍고 어렵습니다. 금융을 이해하는 데에는 독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낳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수단으로서 경제학 이론은 [진보와빈곤]으로 충분하고, 또 충분히 어렵습니다. ㅡ,.ㅡ
[추가설명2] [진보와빈곤]에 나오는 노동이론, 자본이론도
간략하지만, 수준 높습니다. 한계개념을 실제 경제현상 분석에 유효하게 적용한 최초의 사람이 헨리조지입니다. 주류경제학자들이 배워서 잘 쓰먹고 있습니다. 노동이론도 제가 조금 소개했습니다만, 실용적이고 정확합니다. 다른 경제학적 이론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저는 봅니다. 단지 설명의 량이 적어서, 압축되어서 표현되어 있습니다.
후학들이 [진보와빈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발작, 반발작 나아가면, 현실분석에 사용할수 있는 노동이론, 자본이론을 만들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