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살기_ 의정부교구 적성성당 장파공소
미군 주둔과 함께 형성된 신앙공동체
글 / 최태용 레오 의정부 Re. 명예기자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마을은 6.25 전쟁으로 인해 잉태된 1950~60년대 한국 사회의 두 모습을 고스란히 역사로 간직하고 있다. 지형이 ‘마루처럼 길다’ 해서 장마루라고도 불리는 장파리 마을은 6.25 전쟁 전에는 한강변 긴 언덕이 칡넝쿨로 뒤덮일 정도로 칡이 많아 칡 마을로도 잘 알려졌다는 적성성당 장파공소를 찾아 갔다.
1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 찾아간 장파공소를 조용히 거닐면 단순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때는 인근 파평면 자장리와 적성면 고란포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 세(勢)를 형성한 장파리 마을은 미군 주둔에 따라 상주인구 5천여 명, 유동인구도 3만여 명이 넘쳐날 정도로 활기가 돌았다고 전해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공소에서 만난 노 신자께서 장파공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장파리에 있는 다리(리비교)를 재건하다 미군 3명이 익사했고, 그 영혼을 기리기 위해 미국 군종 부르노 신부에 의해 장파공소가 세워졌다. 군종 신부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구호물자가 오게 되었고, 60년대 주민들이 물질적 도움을 받으면서 성당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익사한 미군 3명 추모 위해 온 미 군종 신부로부터 공소 시작
1965년 6월2일 인보성체수도회 수녀들 3명이 파견되어 유치원을 운영하고, 포교사업을 하였다. 1971년 미군이 떠남에 따라 본수도회 수녀들도 1970년 12월8일 장파리에서 활동을 종료했다. 1971년 이후 미군이 이 지역을 떠나게 됨에 따라 상가 및 인구가 줄어 장파공소 신자수도 줄었으며, 수녀원 건물에는 신자분이 살게 되었다.
2005년 5월20일 인보성체수도회에서 2명의 수녀가 파견되어 공소안에 수녀원을 건립하고 장파공소도 수리하여 이 지역 주민으로서 공소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수녀들이 공소에서 생활하면서 주위의 신자들이 한분한분 오게 되었으며 그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생성되었다.
2008년 10월부터 수녀원 안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결손가정 28명의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주위 독거노인들께 가정방문과 반찬을 주1회 나누는 봉사 활동을 겸하고 있다. 현재는 수녀 2명이 파견되어 지역아동센터를 담당하고 있으며 공소전담도 겸하고 있다.
공소 외부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신자께서 기자에게 꼭 전해 주고 싶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장파공소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건물을 개인 사비를 들여 공소 내부를 리모델링 해준 이 씨라는 건축가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씨는 재의 수요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러 장파공소에 들렀다가 추워서 덜덜 떨며 미사 참례하는 아이들을 보고 공소 수리를 결심했다.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데도 이 씨는 화정동성당 신자 3500명이 커피 한 잔 값만 아끼면 되는 비용이라며, 오히려 원래 일산 쪽에 예정돼있던 공사 수익금으로 내외장 수리를 다하려고 했는데 그 공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내부 수리만 하게 됐다며 미안해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적성성당 시설 분과장 현 꾸리아 단장께서 성전 외부 페인트칠 및 보수공사로 말끔한 성전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 줬다.
장파공소는 신자 수가 약 35명이며, 매주 첫째 주 주일 오전 7시30분,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공소예절이 있다.
평화의 어머니 Pr. 다양한 활동으로 행복 나눔 실천
장파공소에는 현재 평화의 어머니 Pr.(영적지도자 권혁동 세례자 요한, 단장 김종숙 데레사, 부단장 이원임 요셉피나, 서기 이근모 요한, 회계 윤옥화 실비아)이 60~90대로 구성 되어있으며 자매 6명과 형제 1명, 협조단원 12명이 모여 활동 중이다.
수녀원에서 주위 독거노인들의 가정방문과 반찬을 주1회 나누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평화의 어머니 Pr. 단원들은 구슬땀을 흘려가며 거실, 싱크대, 화장실 등 집안 곳곳 지저분한 장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수녀님들께서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 반찬 등을 전달하고 있다.
농번기를 맞아 고령 단원인데도 불구하고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찾아 농민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매우 보람되고 뜻 깊은 일손 돕기 활동으로 지역 농업인들에게 좋은 호응도 얻고 있다.
또한 단원들은 화려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고, 오히려 기품이 넘치며 우아한 멋이 있는 배꽃 같은 사랑으로 성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겨울철 만두 빚기 사랑 나눔 봉사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아동센터 운영에 보탬이 되고 있다.
김종숙 데레사 단장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밑반찬 배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여 이웃과 함께하는 행복 나눔 실천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에 함께해주신 겸손하신 어머니 꾸리아 이완룡 스테파노 단장에게 평화의 모후 Pr.의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을 꼽아달라는 주문했다.
이 단장은 “연세도 많으신 분들이지만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공소예절 끝난 후 주 회합을 합니다. 특히 김종숙 데레사 단장은 버섯농사와 일반농사일로 바쁜 중에도 단원들과 일치되어 매주 공소 청소 및 본당행사에 적극적인 참여와 성모 신심을 닮은 모범적인 활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본당 신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고 전해 줬다.
미약한 공소 상황을 기자에게 전해들은 한효수 레지아 단장은 5월28일 교육위원 연수 장소를 장파공소에서 실시하여 장파공소 쁘레시디움을 위한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겠으며, 장파공소 단원들의 활약을 알리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수녀님께서 64세인 윤옥화 실비아 회계에게 새댁이라고 부른다며 즐거워하는 모습, 비좁은 성전 뒤 귀퉁이 방에 쪼그리고 앉아 레지오 주 회합하면서도 불평불만 한 마디 하지 않고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고 말하는 장파공소 어르신 단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레지오 회합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하며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장파공소 취재가 없었더라면 전쟁의 아픔과 평화를 향한 염원이 공존하는 ‘특별한 땅’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역사와 신자들의 삶을 모른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장파리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것이 1977년이라고 하니, 불과 39년도 지나지 않은 근대사인데도...
최 태용 / 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