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 때 여동생인 김경희(64)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남편인 장성택(64) 당 행정부장 부부가 함께 따라다니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북한 공식 보도를 기준으로 지난해 김경희·장성택 부부의 김정일 현지 지도 동행횟수는 12번. 이 중 10번이 화폐개혁 이후인 작년 12월에 이뤄졌다. 올해 들어선 6번이다. 지난 9일 밤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의 함흥 2·8비날론연합기업소 현지 지도를 보도했을 때도 "김경희 부장, 장성택 부장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김정일의 현지 지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김경희·장성택 부부가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고 했다.
김정일의 유일한 동복(同腹) 혈육인 김경희는 200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기념 촬영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가 작년 6월 김정일의 함남 협동농장 방문 때 다시 등장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경희는 공백기간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남편 장성택과의 불화 및 장녀 장금송의 자살 등이 겹쳤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늙었다는 증거'(양무진 경남대 교수)란 얘기다. 특히 '김씨 왕조'의 권력 세습 과정에서 적어도 가족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깔렸을 수도 있다.
또 김정일이 현지 지도 중 갑자기 사망하거나 의식 불명에 빠질 경우 '유훈 조작' 논란을 막기 위해 김경희·장성택을 함께 데리고 다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은 아직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김정일에게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유훈 통치'가 불가피하다. 이때 측근들 사이에 말이 엇갈리면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북한 소식통은 "가족 2명이 유훈을 들었다면 조작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