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중세 유럽의 패권을 장악했던 가문이다. 그런데 후대에 올수록 자손이 잘 태어나지 않거나, 태어난 자손도 정신병을 앓던가 허약해서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근친결혼 때문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자신들의 고귀한 혈통을 보호하기 위해 배우자를 가문 안에서 골랐다. 수백 년 동안 이러다 보니 유전병이 발생했던 것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이 힘을 잃은 또 다른 이유는 신분제에 기반을 둔 폐쇄적인 국가였기 때문이다. 한번 귀족으로 태어나면 영원히 귀족으로서 부를 물려받고 고위직을 차지하지만, 평민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신분상승의 기회가 없었다. 이와 대비되는 국가가 합스부르크 왕가와 많은 전쟁을 벌였던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다. 왜 그런지 자세히 알아보자.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왕실은 모두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갈라져 나왔다. 11세기에 스위스에서 시작된 합스부르크 왕가는 자신들이 유럽 최고의 가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 귀한 혈통을 순수하게 보존하기 위해 자녀의 배우자를 모두 가문 안에서 정했다. '합스부르크가의 최고 배우자는 합스부르크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합스부르크가에는 대대로 부정교합, 즉 위턱보다 아래턱이 더 돌출되는 현상이 유전되고 있었다. 펠리페 4세와 마르가리타 공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주걱턱의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점이었다.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자손이었던 카를로스는 극심한 부정교합으로 음식을 씹어 삼킬 수조차 없었다.
7일 영국 미러·데일리메일 등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오드에 사는 휘태커 가족을 조명했다. 2004년 휘태커 가족의 사진을 찍고 2020년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마크 라이타는 “처음 만났을 때 스릴러영화의 한 장면 같아 충격을 받았다. 가족 일부는 말 대신 끙끙대거나 짖는 소리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말을 걸면 도망갔다”라고 말했다.
계속된 근친혼으로 휘태커 가족은 유전병을 앓게 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결함이 생겼지만, 휘태커 가족은 유전적 문제가 근친혼으로 인한 것인지도 몰랐다.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이 자폐를 앓고 있으며 끙끙대거나 짖는 소리로만 의사소통을 하며,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휘태커 가족들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이후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이 때문에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