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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주아일랜드선생님. 잠깐 외국에 나갔다오느라고 주신 질문을 지금 받았습니다.
카페에 다시 오셔서 확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래 내용 참고하시면 일정 짜는데 도움 될 것 같아 붙입니다.
참고로 아래 글은 제가 지난 7월호 <여성동아> 바캉스 부록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즐거운 제주 여행 되시길 바래요.
우리가족 바캉스, 제주로
작은 마당과 텃밭 딸린 농가주택을 하나 얻어 아이들과 함께 집 앞 바닷가를 산책하는 상상의 무대는 언제나 제주다. 이 섬을 향한 당신의 로망이 잠시나마 실현될 여름휴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관광 말고 여행을 즐겨보자. 짧지만 알찬 여름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이 여기 있다.
추천 루트
1일차
함덕서우봉해변→김녕마을 해녀체험→성산일출봉→섭지코지
2일차
에코랜드→교래자연휴양림→노루생태관찰원→쇠소깍 테우체험→이중섭거리와 생가→새연교
3일차
신라호텔 정원 산책→화순 마린파크 돌고래체험→사계포구 배낚시체험→하모해변
4일차
화순곶자왈산책→협재해변→제주시 동문재래시장과 수산시장
아이들과 함께라면 일정 중 다양한 체험거리를 넣는 게 좋다. 제주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해녀(해남)체험이나 제주의 전통 고깃배인 테우 체험 그리고 돌고래 ‘쇼’를 객석에 앉아 보는 것이 아닌, 직접 사육사와 함께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고 가벼운 훈련을 시켜보며 일일 사육사가 돼 보는 등의 재미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여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바닷물 넘실대는 제주의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와 햇빛도 들지 않은 깊고 깊은 숲 속을 거닐며 산책하는 일도 빼놓을 순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하기 가장 좋은 바다는 동쪽 해안의 함덕해변과 서쪽의 협재해변, 남쪽의 중문해변이나 표선해변 정도가 되겠다. 이중 함덕과 협재해수욕장은 수심이 매우 얕고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이 펼쳐져 특히 아름다운 바다빛깔을 자랑한다. 함덕해변은 900m 이르는 백사장과 얕은 수심, 잔잔한 파도를 자랑한다. 여름날이면 바다카약과 카누 윈드서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이국적인 풍경을 물씬 풍긴다. 유난히 고운 모래사장을 가진 협재해변은 남태평양 어느 휴양지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환상적인 전경을 자랑한다. 바다 건너 봉긋 솟아있는 비양도와 해변을 감싸고 있는 키 큰 야자수가 해변의 정취를 완성시킨다. 전통의 중문해수욕장은 협재나 함덕에 비해 파도가 거칠고 수심이 다소 깊다. 어린아이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즐거워할 바다. 자연스레 제주의 서퍼들이 모여드는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인근 특급호텔에서 운영하는 비치 바(Bar)와 7, 8월 저녁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이 있어 신나는 여름밤을 즐기기에 좋다.
해녀체험은 해녀마을로 이름난 김녕리와 서귀포시 법환동, 산방산 아래 사계리의 어촌계에서 할 수 있다. 어촌계에 소속의, 오랜 경험을 가진 ‘진짜’ 해녀가 잠수복과 물안경, 태왁 등 물질도구의 사용방법과 잠수법, 해산물 채취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얕은 바다에 마련된 체험장에서 소라나 성게, 보말 등을 잡아볼 수 있다. 해녀체험은 미리 어촌계에 문의해 예약해야 한다. 참고로 제주 해녀는 대한민국 최초의 전문직 여성들이며 항일 운동에 앞장 서는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활동으로 제주를 이끌어 왔다. 몇 해 전부터는 제주도 해녀들이 아예 ‘해녀학교’를 세워 새로운 해녀육성과 함께 제주의 해녀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낚시체험은 사내아이들이 유난히 즐거워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어종을 자랑하는 제주의 바다는 참으로 인심이 좋아 어디에서나 낚싯대를 드리우면 눈 먼 고기들이 잘도 올라온다. 여행자들에겐 차귀도 배낚시가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사계리 형제섬 앞바다에서 보다 짭짤한 손맛을 기대할 수 있다. 어른 손바닥만 한 쥐치나 볼락(제주에서는 붉은색 볼락을 ‘우럭’이라 부른다)도 심심찮게 잡히고 선장 아저씨만 잘 만나면 두 시간 동안 양동이 하나 가득 고기 잡는 것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제주 바다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떼와 조우할 수도 있다!)
사려니숲길로 유명한 교래리 인근 에코랜드를 찾으면 꼬마기차를 타고 제주의 곶자왈숲을 탐험할 수 있다. 100만 평의 너른 숲 속에 4.5km의 구불구불 기찻길을 만들고 길 곳곳에 역을 만들어 자유롭게 내리고 타면서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다섯 대의 기차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을 모델로 영국에서 수제품으로 제작해 들여왔다.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타고 신비로운 곶자왈 숲을 달리면 남녀노소 모두 즐겁기만 하다. 기차에서 들려주는 곶자왈 생태계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고 엽서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이국적인 풍경의 예쁜 역과 호수, 산책로가 어우러진 풍경도 만족스럽다. 에코랜드 투어는 아침 일찍(오전 9시 개장) 서두르는 편이 여유롭다. 에코랜드 바로 맞은편에 교래자연휴양림이 있다. 제주 여행자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한다. 최초로 곶자왈 지대에 조성된 휴양림으로 지난해 봄 개장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방문을 허락지 않던 곶자왈 숲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최근 배우 이민호의 화장품 CF를 촬영한 숲이 바로 이곳이다.
곶자왈은 숲이라는 뜻의 ‘곶’과 암석와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 제주의 곶자왈 지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북방한계식물과 한 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숲으로 ‘제주의 허파’로 여겨진다. 사계절 초록빛을 간직한 채 고사리 따위의 양치류와 바위를 감싸고 자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산방산 인근 화순곶자왈은 가장 최근 조성된 곶자왈 산책로를 가졌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곶자왈 숲의 형태가 가장 잘 보존돼 있고 인근 목장과 연결돼 있어 가끔 눈앞으로 불쑥 소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한여름의 뙤약볕도 들지 못하는 깊은 숲으로 늘 서늘하고 청량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화순곶자왈은 해발 495m인 병악에서 시작돼 화순리 방향으로 총 9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일반에 공개된 생태탐방 숲길은 그 중 1.5km 정도다.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이는 전망대를 거쳐 천천히 걸으면 50분 정도 소요된다.
만약 여행 중 비가 온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가 와야만 볼 수 있는 것과 비 올 때 더 좋은 곳이 제주에는 널렸다. 알단, 밤새 대차게 비가 내렸다면 이른 아침 무조건 강정동으로 차를 몰아 엉또폭포를 찾아간다. 서귀포 지역에 70mm 이상의 비가 와야만 얼굴을 볼 수 있는 폭포가 깎아지른 듯 우뚝 선 50m 높이의 절벽에서 낙하한다. 비 오는 날의 사려니숲길도 참으로 운치 있다. 교래리 물찻오름 버스 정거장에서 시작하는 10km 남짓의 숲길은 오르막길이 없어 숲길을 걷는 2시간 동안 별로 힘들지 않다. 여기에 아이들이 꽤 흥미있어할 만한 것들로 가득한 중문의 믿거나말거나 박물관(초등학교 고학년), 테디베어 박물관과 테지움(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세계자동차박물관, 아프리카박물관(초등학교 고학년) 등이 비 오는 제주에서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information
가는 길
■함덕서우봉해변_ 제주시에서 1132번 일주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간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1008, 064-728-7882
■김녕마을 해녀체험_ 함덕해변 지나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김녕마을이 보인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1181, 070-7089-4665
■성산일출봉_ 김녕을 지나 1132번 일주도로 이용해 동쪽으로 가면 성산읍과 만난다.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 064-783-0959
■섭지코지_ 성산일출봉에서 신양해변 방면으로 가면 휘닉스아일랜드가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064-782-2810
■에코랜드_ 제주시에서 97번 번영로를 따라 봉개를 지나 검문소에서 1118번 도로로 우회전하면 에코랜드 표지판이 보인다.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1221-1, 064-802-8020
■교래자연휴양림_ 1118번 교래사거리에서 조천방향 에코랜드 맞은편.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064-710-8673
■쇠소깍 테우체험_ 서귀포에서 보목동을 지나 하효동에서 쇠소깍 방면 표지판이 보인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효동 995, 0064-760-4623
■이중섭거리와 거주지_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서귀포항 방면으로 내려가면 이중섭거리가 시작되고 이중섭미술관 아래 이중섭 가족이 한국전쟁을 피해 1년 동안 살았던 거주지가 있다.
■새연교_ 서귀포항구 내. 서귀포시 서홍동 707, 064-760-2673
■신라호텔 정원 산책_ 중문관광단지 내 신라호텔이 있고 호텔 내에 숨비정원이 있다. 서귀포시 색달동 3039-3, 064-735-5114
■화순 마린파크 돌고래체험_ 안덕면 화순해수욕장 입구.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825, 064-792-7777
■사계포구 배낚시체험_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에서 송악산 방면 해안도로 시작점. 064-792-3090
■하모해변_ 사계포구에서 송악산을 지나 모슬포항 방면으로 간다.
■화순곶자왈산책_ 중문에서 1132번 일주도로 이용해 모슬포방향으로 가다가 감산리 지나 안덕면사무소 방향으로 우회전. 면사무소 지나면 ‘화순곶자왈’ 표지판이 보인다.
■협재해변_ 1132번 일주도로를 따라 애월과 한림항을 지난다. 064-796-2404
■제주시 동문재래시장과 수산시장_ 제주시내 동문로터리에서 시장 입구가 보인다. 제주시 이도1동 1329-6, 064-752-3001
맛집
제주에는 맛난 음식이 너무너무 많다. 가장 먼저 돼지. 육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자랑하는 제주의 돼지고기는 얼리지 않은 두툼한 목살 또는 ‘근고기’라 부르는 덩어리째 고기를 구워먹어야 비로소 제 맛을 알 수 있다. 제주시의 돈사돈((064-746-8989), 해오름식당(064-744-0367), 가시리의 나목도식당(064-787-1202), 안덕면 산골숯불왕소금구이(064-794-3534) 등이 제대로 된 고기를 내놓는다. 면 요리도 열전 중이다. 전통의 고기국수는 제주시의 국수세상(064-757-0566)과 올래국수(064-742-7355)에서, 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제주식밀면은 모슬포 산방식당(064-794-2165), 회와 비빔국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회국수는 구좌읍 동복리의 해녀촌(064-783-5438)에서 최고의 맛을 선보인다. 제주식 물회도 놓치긴 아깝다. 보목포구의 어진이네횟집(064-732-7442), 남원읍 공천포식당(064-767-2425)에서 자리물회나 한치물회를 맛본다.
숙소
휴가시즌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제주의 자연휴양림 숙박은 그만큼 감동적인 여름밤을 약속한다. 절물자연휴양림(064-721-7421)과 서귀포자연휴양림(064-738-4544), 교래자연휴양림9064-710-8673) 등 세 곳에서 숙박시설을 운영 중이며 세 곳의 숲과 숙박시설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녔다. 바캉스 시즌에는 추첨에 의해 숙박 예약을 할 수 있는데 가끔 예약을 취소분이 생기기 때문에 자주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가족단위로 묵기 좋은 리조트는 섭지코지의 휘닉스아일랜드(1577-0069), 표선의 샤인빌(064-780-7000) 등이고, 애월의 CS빌리지(064-7998259), 용담해안도로의 펜션 오다(064-712-2005), 중문의 스프링힐(064-738-3077) 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안한 숙박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농가주택을 개조해 별장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하우스 렌트’가 관심을 끈다. 제주의 시골마을 정취를 느끼며 마당 딸린 집을 가족끼리만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애월의 ‘신엄1980’(070-8867-0826), 협재의 ‘어랭이’(016-769-3471) 등이 있다.
꼭 가볼 곳
제주에는 5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오일시장 9개와 상설 재래시장 13개 등 22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각 시장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고 저려하고 특화된 상품을 판매하니 여행 중 한번쯤은 꼭 가볼만 하다. 제주시에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2, 7일) 외에도 한림오일시장(4, 9일), 함덕오일시장(1, 6일)이 유명하고, 서귀포시에는 50년 전통의 서귀포시향토오일시장(4, 9일) 중문오일시장(3, 8일), 표선오일시장(2, 7일) 등이 유명하고 모슬포 대정오일시장(1, 6일)은 바다 곁에서 오일장이 열려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제주전통시장 통합콜센터 1588-0708, http://market.jeju.kr
가족 여행팁
제주 여행을 하기 전 엄마, 아빠가 조금 ‘공부’를 하면 좋겠다. 앞서 말한 제주의 해녀나 곶자왈,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제주 지질공원과 세계자연유산 등에 관해 용어라도 미리 알고 간다면 아이들이 좀 더 흥미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겠다. 만약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여행지 해설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보자. 해녀 체험 전에는 해녀박물관((064-782-9898)을 들르거나 각 휴양림에서 실시하는 무료 해설프로그램을 미리 요청하면 된다. 특히 제주의 숲에 관한 이야기는 저지리의 환상숲(064-772-2488), 서귀포자연휴양림(064-738-4544)에서 들으면 재미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064-784-0456)은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어 탐방 2일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역시 전문해설사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흥미진진한 제주의 자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