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등 재개발 바람을 타고 올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강북지역의 재개발단지 지분시장이 최근들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묻지마식’의 투기열풍과 지분쪼개기 등으로 지분값이 급등하면서 재개발 후의 조합원 분양가격이 일반 분양가격보다 높게 나오는 이른바 ‘깡통지분’이 속출,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의 지분쪼개기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지분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북권 재개발 단지의 경우 지분 거래가 급속히 위축되고 지분가격도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은평구 증산뉴타운 3.3㎡당 최고 300만원 하락
15일 부동산 전문가와 강북의 뉴타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은평구 수색 증산뉴타운 등에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소형 지분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최근들어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지분가격이 하락세다.
마포구의 아현뉴타운과 인접해 있어 ‘후광효과’에 대한 기대로 올해 초부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아현1구역은 최근 거래조차 끊겨 소강국면이다.
33㎡ 미만 소형 지분의 경우 지난 5월에 비해 3.3㎡당 약 200만∼300만원 하락한 1800만∼22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지분가격이 하락했지만 매수문의도 거의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동대문구 답십리 16구역은 23.1㎡의 지분가격이 4000만원 넘게 떨어지는 등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23.1㎡의 지분은 3.3㎡당 1300만원선이다. 지난 5월보다도 최고 3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거래가 거의 없다.
관리처분인가로 사업안전성까지 확보된 동작구 흑석5구역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서남부권 르네상스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전혀 없는 상태로 거래가 잠잠하다.
3.3㎡당 4500만원까지 호가하던 흑석5구역의 33㎡ 규모 이하의 지분값은 현재 3000만원선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26일 도심역세권개발 시범지구로 지정된 가리봉균촉지구도 33㎡ 이하 지분은 3.3㎡당 3300만∼3500만원선이다. 시범지구로 선정돼 사업진행이 기대되고 있지만 매수문의가 거의 없다.
■지분값 앞으로도 약세 지속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뉴타운 등 재개발구역의 지분시장이 이처럼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과열속에 가격이 필요이상으로 급등, 향후 조합원 분양때 조합원 부담이 크게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당국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스피드뱅크 최영진 연구원은 “일반분양가를 올려 사업성을 맞춰오던 기존 재개발사업에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비교적 저렴했던 조합원 분양가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됐다”며 “이로 인해 재개발 지분가격이 하락해 지분을 구입하려는 매수문의도 뜸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는 재개발 지분투자의 장점이 지분가 급등, 소형지분(60㎡ 이하) 입주권 배제 등의 규제,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른 조합원 추가 부담금 증가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대문구 용두1구역 인근 에이스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투자상품인 재개발 지분시장 역시 경기 영향을 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지분쪼개기 규제에 나서면서 투자열기기 식고 있어 지분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