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생활사 / 차윤정 저 | 웅진닷컴(단행) | 2004년 03월 / 15,000원
<미디어리뷰>
* 숲에서 벌어지는 탄생과 소멸 - 국민일보.
숲에 들어서면 왜 어두울까. 봄 솦에서 야생화는 왜 꽃부터 피울까.
숲의 흙은 왜 검고 축축한가. 한 해 동안 숲의 높이는 얼마나 자랄까.
숲의 나비는 들판의 나비에 비해 왜 색이 짙고 몸도 클까.
숲에 저장된 탄소량은 얼마나 될까….
숲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알기쉽게 풀어낸 자연과학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별로 숲의 변화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공존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숲 학자’로 통하는 차윤정(경원대 조경학과 겸임교수)씨는
나무 꽃 풀 곤충 등 숲에 얽힌 신비한 생태계의 자연과학을 재미있는 소설처럼 들려준다.
‘곤충을 이용한 꽃가루받이’ 등 200여장의 사진은
생명의 치열한 삶을 보여주는 자연다큐멘터리나 다름없다
* 삶도 죽음도 숲의 노래에 어우러져 - 한겨레
숲 생태학자 차윤정씨는
숲의 생명활동을 연구하고 숲의 아름다움을 탐닉해온 ‘숲의 전령사’다.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같은 책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은
숲과 숲을 이루는 온갖 생명의 가치를 열렬히 보위하고 선전하는 전위의 투사였다.
이 투사의 무기는 탐스러운 문장과 실증적인 정보다.
『숲의 생활사』는 이 무기를 한층 날렵하게 벼려
‘투쟁하고 공존하는 우리 숲의 사계’를 횡단하는 책이다.
생생한 사진과 싱싱한 문장으로 엮은 이 책은 숲의 겉모양과 속모양을
샅샅이 탐색한 일종의 ‘잠입 르포’다.
제목에 ‘생활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숲이 자연생명체들의 모둠살이를 품은 하나의 사회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맨 밑바닥 습기 많은 곳에 융단처럼 깔린 이끼에서부터 버섯과 균류, 들풀과 덤불,
그들 사이에서 쉼없이 생멸하는 애벌레와 날벌레, 들짐승과 날짐승,
그리고 그 뭇것들 위에서 하늘을 넓게 덮은 커다란 교목까지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숲은 저마다 지닌 활력과 의욕으로
견제와 균형, 적응과 반발, 투쟁과 화해를 반복하는
팽팽한 권력관계·위계질서의 네트워크로 나타난다.
그 어떤 갈등도 자연질서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내부의 경쟁과 알력은 마침내 자기완결적인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이룬다.
이 책은 그 숲의 교향악 악보 속에 놓인 음표 하나하나의 위치와 가치를 살펴가며
봄·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사계’의 풍요로운 음향을 들려준다.
그 악보의 첫 음표는 이른 봄의 실바람 속에 삐죽이 콧등을 내미는 떡잎이다.
봄비가 치고 지나간 자리,
“물의 압력으로 줄기는 탱탱하게 부풀어오르고 밀려온 물은
가지 끝에서 겨울눈의 껍질을 밀어낸다.”
이 시적인 수사로 단장한 문장은 그러나 식물학적 진실은 아니다.
잠시 뒤에 책은 이 문장을 과학적 명제로 바꿔놓는다.
“빛에 의해 눈이 자극받으면 성장호르몬이 합성되고 이 호르몬에 의해
잎은 잠에서 깨어난다.”
그러니까 빛이야말로 숲의 사철 변화를 주재하는 초월적 권능이다.
따라서 숲의 식물들은 ‘열렬한 빛의 신도’가 될 수밖에 없다.
태양이 주는 은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으려고 식물들은 온갖 궁리를 다한다.
키 작은 식물들이 일찍 꽃을 피우는 건
키 큰 나무들이 잎으로 차일을 치기 전에 빛을 맞으려는 생존의 지혜다.
지은이의 책이 역동성을 내장하고 있다면, 단조롭게만 보이는 식물들의 생활을
동물적 상상력을 동원해 활기 넘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여름 숲은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는 치열한 전쟁터”가 된다.
생의 의지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조금이라도 더 높이 치솟으려는 숲 속 식물들은
또한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이파리를 만들고 가지를 만들고
꽃을 만들고 열매를 만드니, 그들이야말로 연금술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여름 내내 자신의 모든 것을 탕진한 숲은 빛도 열도 누그러지는 가을이 되면
생명의 눈부신 자태를 한 번 더 뽐낸다.
단풍의 붉은 물마저 빠지면 잎들은 낙엽이 돼 차곡차곡 흙을 덮는다.
그 위로 서리가 내리고 눈이 쌓인다.
마른 잎들은 대지를 감싸는 모포이고 겨울 숲의 보호막이다.
그 밑에서 숙면했던 생명의 씨앗들은 이른 봄 기지개를 켜며 다시 일어날 것이다.
<독자리뷰>
* 숲을 통해 깨닫는 삶의 가치
나를 우주에 중심에 두고 그 밖의 것들은 그저 배경으로만 존재한다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책.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풀, 산자락의 나무들에게
그토록 격정적인 삶이 있었다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그저 숲의 평화로움을 보여주는 책이겠거니 했던 생각은
책의 장을 넘기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숲속에 들어와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엿듣는 듯한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예쁘기만 한 꽃사진이 아닌, 뿌리뽑힌 나무나 고드름을 달고 있는 땅,
뒤엉켜 있는 나무들의 모습등을 그대로 담은 사진은
숲의 생활사를 설명하기에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숲에 대한 애정이 감수성 짙은 문장에 넘쳐 흐르는 독특한 문장들도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연을 알고 싶은 이들은 물론 삶에 대한 회의로 힘들어하는 이들 앞에
꼭 한번 놓아주고 싶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