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하는 자세와 방법

[민기식]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

<우선 학문이란 무엇인가?>

현행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교육은 학문을 오도하고 있다.

첫째, 시험공부와 학문하기를 혼동한다.

둘째, 정보와 지식을 혼동한다.

셋째, 정답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주입한다.

다시 학문을 이해하자.

미국 지도교수 L. J. Cronbach의 충고

내가 보는 세 가지 유형의 제자

<학문하는 여덟 가지 방법>

첫째,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얼마만큼 예리하기 자각하라.

둘째, 자신의 수준에 맞춰 기초에서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 마스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가능하면 선진을 찾아 그의 지도를 받으려고 노력하라.

넷째, 항상 독서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라.

다섯째, 어떤 주제 혹은 대상에 관해서 가진 자신의 단편적인 생각을 한꺼번에 모아서 하나로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끔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학우들을 찾아 서로의 견해를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기회를 자주 갖도록 하라.

일곱째, 의문되는 것에 대한 해답을 꾀부리지 않고 지구력을 가지고 끝까지 추적하라.

여덟째, 자신의 지적 발전에 대한 최종적인 검증은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라.

광주 강연: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2001년 11월 12일)

초대에 응한 이유/요즘 “새로운 교육학”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같이 공부하는 이용남선생의 부탁/이 곳은 나의 고향/주제는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이것은 나의 경력과 최근의 관심에 어느 정도 부합하다./여러분보다는 3-40년 더 공부/근래에 <학문과 교육>이라는 저서의 작업/이론적인 것은 가급적 피하고 가장 쉬운 말로 그 핵심만을 이야기할 것이다.

우선 학문이란 무엇인가?/어려운 이야기/경험한 것만큼 다른 답을 얻을 것이다./하나의 비유에 의한 나의 해답은 “心田계발”/논어에서 공자이야기/불경에서 석가이야기/세속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진짜로 그 속에 들어가 해 보아야만 아는 세계/여러분은 적어도 형식상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에 있고, 부모들은 여러분이 바로 마음을 닦는 일에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교육은 학문을 오도하고 있다. 중등학교는 원래 시민의 양성이라는 사회화에 치중해서 출현했고, 대학은 원래 학문을 목적으로 출현했다. 이 때문에 중등학교는 학문의 입장에서 모범적인 기관은 아니고 대학교육에서 그것을 시정해야 할 책무가 있는 데 오히려 우리나라의 대학은 중등학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그 가운데 본 주제와 관련하여 세 가지만 지적/

첫째, 시험공부와 학문하기를 혼동/학문은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효용성만을 따지면 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학문하는 재미를 붙여야 한다. 세속적인 부, 귀, 영화를 접어두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안타깝게도 여러분은 단지 요즘 고시준비나 취직을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며, 이 경우는 내가 말하는 학문하는 것에서 제외된다./한 가지 충고: 공부를 신나게 하다가 출세하는 수는 있지만 그 역으로 출세를 위해 공부하다가 학문을 잘 하는 경우는 드물다.

둘째, 정보와 지식을 혼동/앞에서 지적했듯이 단편적인 것은 지식이 아니다./그것이 한 데 모아서 하나의 생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우리의 인식은 그 대상 세계와의 일대일의 대응관계는 없다./의미, 인식 자체 요소와 그 요소들의 상관관계/영어에서의 “comprehension"/거미를 잡는 거미줄/고기를 잡는 그물/지금의 “국가안전기획부”를 옛날 “중앙정보부”, 지금도 경찰에는 “정보과”, 군에서는 “정보참모”/정보는 아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의 단편적인 것들/이것들을 잘 분석해서 하나의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때 그 전반적인 판단이 지식에 해당/오늘날의 매사를 정보에 의존하는 시대의 맹점/학문의 역사에서 이처럼 범람하는 정보가 없었던 시대에도 훌륭한 이론이 나왔다.

셋째, 정답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중고등학교에서는 교과서에 있는 것을 정답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진리로서의 정답은 없다. 진리란 추구하는 목적이지 실현된 것이 아니다. 사실은 모든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정답으로 생각하면서 생활한다. 그러나 그 정답은 항상 개선의 여지가 있으며, 그 개선의 정도에 있어서 약간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앞선 사람이든 뒤진 사람이든 누구나 자기가 지금 생각하는 정답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더 나은 정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학문이란 다시 정의하면 이렇다./지식이란 마음의 보물/그 지식의 수준은 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초월하여 나은 자기 지식을 정립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그리고 그 발전은 스스로 자각해 나가야 한다./이것을 두고 흔히 “진리탐구”라고 한다./이 정의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은 지식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수정해 나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것을 수정해 나간다는 발전의 느낌을 견지하는 것이 매우 소중한 것이다./내가 경험한 두 가지 사례를 들어서 학문의 이와 같은 특징을 설명하겠다.

내가 미국의 Stanford 대학에서 공부할 때 지도교수의 충고/얼마 전에 돌아가신 L. J. Cronbach/한국에서 온 제자인 나에 대한 우려와 충고/일본에서 교환교수로 강의하면서 일본학생들이 자신이 말하는 것을 무조건 노트에 적어놓고 시험의 답안도 자기가 말한 것을 그대로 써내는 것을 경험/그렇게 해서는 Stanford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C; 남의 생각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우/B; 남의 생각을 기가 막히게 잘 정리한 경우/A; 독특한 자기 생각을 반영한 경우/그 충고를 유의하면서 공부하기를 요구했다. 그 덕분에 계속 장학금을 타면서 무난하게 박사학위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그 충고는 나의 학문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결국 학문은 자기의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내가 보는 세 가지 유형의 제자/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나는 제자를 “똥통”에 비유한다./첫째는 통에 똥이 가득하여 더 이상 나의 지식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경우/둘째는 밑창이 빠진 통처럼 아무 것이나 남이 하는 말을 어떤 주관의 선택이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셋째는 항상 통이 약간 비어 있고 밑창에 그 양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서 밖에서 들어오는 맑은 물을 걸려내는 장치가 있는 경우/내가 보건대 셋째가 가장 발전가능성이 있는 제자이다. 학문이란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과의 충돌을 거치고 반성과 비교를 통해서 주체적으로 더 나은 것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타인의 것을 단지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화시켜 나의 지식으로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 학문하는 방법을 여덟 가지 항목으로 정리하겠다. 이 점을 유의하면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학생보다 약 두 배정도로 훨씬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얼마만큼 예리하기 자각하라./“자신이 약간 귀가 먼 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듣는다”는 속담, 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더 신중하게 듣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되묻게 되기 때문/우리는 남의 부족함을 쉽게 지적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은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조그마한 성취에 만족하여 자만심을 갖는다./질문보다는 해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아이러니칼하게도 이것이 완전한 사람의 특징이 아니라 바로 부족한 사람들의 특징이다./진정 아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 지”/이것은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선 겸손, 개방성, 소박함, 어린이 같은 순진함, 궁금증을 유지하면서 더 나은 지혜를 얻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과 연결되어야 한다./여기 한가지 재미있는 사례/제자의 자격을 알아보기 위한 큰스님의 테스트, “물 속에서 성인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생각”/

둘째, 너무 어려운 것을 조급하게 공부하려고 하지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춰 기초에서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 마스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문에는 첩경이 없다. 앞서 간 사람이 거쳐간 것을 나는 생략할 수 없을까 꾀를 부리지 말라. 학문에서 나에게 자양분이 있는 것은 각자가 지금으로서 당장 이해할 수 없으나 조금 노력을 하면 이해할 수 있는 아리송한 내용이다./이처럼 개인의 진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미 나보다는 앞선 사람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도 나에게는 발전을 하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소화되지 않은 어려운 학설을 단지 외우기만 하고 유치한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려운 학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치한 생각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단계를 거치다가 보면 나중에 어려운 학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가능하면 선진을 찾아 그의 지도를 받으려고 노력하라./주위에 많은 선진이 있는 데 우리는 그들을 무시한다. 그 이유는 대개 그들이 선진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숨은 선진을 찾아 그들의 지도를 받는다./雪中斷臂이야기, 선종의 일대로서 달마대사와 제 2대의 혜가의 교육적 관계 맺기/이 때 스승의 지식을 말로 전달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 그들의 말은 당장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지식이나 말은 우리가 상당히 공부를 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스승의 말을 모방하기보다는 그 말의 원천인 생각을 정립함에 있어서 그 스승이 어떤 삶의 태도와 활동을 하였는지를 궁리하고 그것을 재생하려고 하라./지도를 받으려면 스승의 실력을 일단 믿고 그의 지시하는 활동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항상 책 읽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라./독서하는 것은 학문하는 데 있어서 불가결의 것/별로 할 일이 없이 시간이 흘러갈 때 독서를 하면 항상 그만한 보답이 있다./대학생이라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기초공통으로서 고전 읽기/전공지식과 같은 특수한 주제의 경우 먼저 그 주제에 관해서 연구한 선진의 글이 있다. 그 주제를 일반적으로 Review한 최근의 개론적인 서적이나 논문을 읽는다. 그 다음에 원전에 접근한다. 하나의 독서의 요령은 읽기 전에 잠시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필자와 자신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비교한다./읽는다고 모두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르는 부분은 스승의 지도를 받고 또 같은 책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자신의 수련에 따라 그 의미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동화책의 경우/

다섯째, 어떤 주제 혹은 대상에 자기가 가진 단편적인 생각을 모아서 하나로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앞에서 지식은 단편적인 정보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따라서 부분적인 정보보다는 그것이 속하는 전체, 즉 지식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부분의 전투보다는 대세에 능하다./나의 경우 “교육이란 무엇인가?”가 항상 의문의 대상/교육이란 한 문장의 정의에 의해서 해명될 대상이 아니다./교육 전체를 한꺼번에 이해하는 것이 바로 교육학을 정립하는 작업/어떤 것을 보거나 글을 읽을 때 혹은 조용히 산책을 할 때 이런 것이 교육이 아닐까 하는 단편적인 생각을 노트하고 그것이 일정부분 쌓이면 왜 내가 그런 것들을 교육의 속성으로 보는지를 하나씩 따진다. 그것은 흔히 방학과 같은 긴 시간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단편적인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교육이라는 세계가 하나의 현상으로 갑자기 드러나는 것을 체험해 왔다.

여섯째, 학우들을 찾아 서로의 견해를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일이 중요하다./혼자의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은 타인이 알 도리도 없고 잘못하면 唯我論에 빠질 위험이 있다. 밖으로 표현하여 검토 받는 것이 중요하다./여기서 우리는 같은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 중 어떤 견해가 더 옳은 것인가? 상대보다 뒤진 생각을 한다고 할 때 어떻게 상대로부터 배울 것인가? 상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상대를 설득시킬 것인가?/소크라테스의 이야기, 모르는 것을 물어서 상대가 잘 알고 있으면, 그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물음에 대한 답이 신통하지 못하면 그를 가르친다./요즘은 컴퓨터라는 편리한 도구 때문에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의 검토를 받을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서로 잡담을 나누기보다는 학문을 하는 대학생답게 그것을 토론과 논쟁의 매체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들 스스로 따로 대화의 방을 만들어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일곱째, 의문되는 것에 대한 해답을 꾀부리지 않고 지구력을 가지고 끝까지 추적하라./

학문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공부란 지금으로서 알 수 없는 것을 알아 가는 것 혹은 지금 자신이 가진 지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지식을 구성하는 것/“百尺竿頭進一步”/이것은 바로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공부에는 항상 혼란, 좌절, 시련, 역경이 있다. 쉽게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초등학생이든 세계적으로 위대한 학자든 공부는 어려운 것이다. 그런 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면 도중하차/자신을 거듭나게 하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은 알고 싶은 주제에 마음을 빼앗기기 않고 늘 몰입, 열중, 몰두하는 것이다./돋보기 안경알로 햇빛의 초점을 맞추면 불을 얻을 수 있다./삼매경,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일시도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제자들에 한 파블로프의 충고/좀 치사한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나 적은 휴식과 적은 수면은 불가피/

여덟째, 자신의 지적 발전에 대한 최종적인 검증은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라./어떻게 학문적으로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지식의 검증과 관련한 객관주의의 문제/그것은 주관의 산물이며, 그 주관도 잘못된 점이 너무 많다./흔히 말하는 “객관적 시험”의 경우 출제한 사람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 답으로 작용/주위 사람의 반응이나 외부적 권위에 전적을 의존하지 말라./사회적인 압력, 선전문구에 현혹되지 말라/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장단맞춰서 부화뇌동하지 말라./석가모니는 죽을 때 제자에게 “진리와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라”는 말을 남겼다./학문의 경우 주관적 자각이 중요하고 또한 그 발전에 대한 판단도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과거의 자신의 생각과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의 대비/자신의 내면적 요청에 귀기울이고 자신에게 정직한 판단/자신의 새로운 존재에 대한 존중심과 자부심/통상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일상으로 대하던 사건, 사물, 저서들이 새롭게 보이고, 과거에 대단하게 생각했던 동료들이 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있다면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 8가지를 반복해서 정리>

<질문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