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30권
일본인들이 하리모토 아사오라고 부르는 장훈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나가시마,
왕정치 선수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다.
1959년 18세의 나이로 일본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
41세의 나이로 은퇴하는 23년 동안 3,085개의 안타를 쳐내
일본 프로야구 선수 중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고,
그것은 지금도 깨지지 않은 아시아 신기록이다.
그가 프로야구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 수시로 팀의
여러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 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것은 상대팀 선수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고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면 누구에게나 공손하게
그런 질문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웃기지 마! 네가 너에게 그걸 가르쳐 줄 이유가 어디 있어.
만약 가르쳐 준다고 하면 나는 무엇으로 밥을 먹고살란 말이야.
그런 건 네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야.”
그때 장훈은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그들의 도움 없이도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그 뒤로 그는 틈만 나면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 노트에 메모했다.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기록하는 것이었다.
특히 타자였던 그는 역대의 뛰어난 타자들 그리고
자신의 타격 폼을 찍은 사진에 해설을 적어 넣었다.
해가 갈수록 노트는 늘어나 30권이 됐다.
그는 슬럼프에 빠지면 이 노트들을 꺼내 놓고
예전의 타격 폼과 지금의 타격 폼을 비교해 가면서
슬럼프의 원인을 캐내곤 했던 것이다.
그 30권의 노트는 네 살 때 화상으로 오른손을 못 쓰게 된
장애를 극복하고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일본에서
3천 개가 넘는 안타를 치기까지 그가 흘린 눈물과 땀이었다.
끝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일본에서
감독이나 코치가 될 수는 없었지만 많은 재일교포와
한국의 야구 선수들에게 영원히 야구 선수로 살아 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