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이 ‘옷’ 벗어야 경찰이 산다”
이택순 경찰청장 버티기에 내부 불신 고조… “초심으로 돌아가라” 한 목소리
“이청장이 물러나야 경찰 조직이 산다.” 이택순 경찰청장(55)의 사퇴를 주장한 사람은 황운하 총경(44·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뿐만이 아니다. ‘제2, 제3의 황운하’를 자처하는 경찰들이 상당수이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 이청장과 경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었다’라며 내부 실상을 전했다.
황운하 총경의 징계 문제는 작은 불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의 내부 분위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도 같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경찰 조직의 대표적인 커뮤니티인 ‘폴네띠앙’(www.polnetian.com)과 ‘무궁화클럽’(www.police24.or.kr) 등에 경찰청장 퇴진 요구와 의사 소통 기구 설치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물어보았다. 폴네띠앙측은 “회원들의 글을 보면 우리의 요구를 알 것이다. 회원들의 목소리가 공식 입장이다”라고 답변했다. 무궁화클럽은 “청장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무궁화클럽은 일찍부터 ‘청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전·현직 경찰들은 경찰 조직이 사는 길은 오직 하나뿐으로 이청장 퇴진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더 나아가서 이청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현직 경찰 간부인 이 아무개씨는 “이청장이 취임하면서 경찰 조직이 엉망이 되었다. 외부의 압력에 당당히 맞섰던 전임 청장들에 비해 이청장은 외압에 굴복했다. 그동안 경찰이 쌓아온 개혁 의지를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라고 토로했다. 현직 경찰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폴네띠앙’ ‘무궁화클럽’ 등에는 이청장을 질타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황운하 총경이 경찰청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반론문’에서도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황 총경은 “사이버경찰청에 청장 사퇴 주장과 관련된 글이 터져나오자 사이버경찰청 관리 부서에서 무차별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한화 사건에 대한 경찰청 감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9백6개의 글 중 약
45%에 달하는 4백7개를 삭제했다고 한다. 삭제된 내용은 대부분 청장 사퇴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경찰 조직 내에서 건전한 비판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의사 소통 창구가 보장되지 않아 현장의 목소리가 수뇌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일선 경찰들은 ‘경찰 노조’가 시기적으로 빠르다면 차선으로 ‘경찰직장협의회’ 설립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부당한 지휘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협의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의 ‘단결권’을 국민이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가나 조직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상호 견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모든 권한이 수뇌부·지휘부에 집중되어 있다. 상명하복을 내세워 복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권과 징계권은 지휘부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이다. 황총경이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가 징계를 당했다. 이청장은 한화 사건이 터지고 난 후 ‘내부 직무고발을 활성화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청, 퇴진론 질의에 답변 거부 전북 지역의 한 하위직 경찰관은 “부당한 명령까지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아무리 계급 사회라고 해도 건전한 비판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장협의회 구성이 시급한 당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동호 무궁화클럽 회장은 “경찰청장과 수뇌부는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당면한 인사 제도, 감찰 제도 혁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황운하 총경은 감봉 징계가 내려진 후에도 “경찰 조직 안이라도 상·하 간에 의사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또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청장 퇴진론’에 대한 이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냈으나 경찰청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청장 취임 이후 모든 언론사의 인터뷰와 질의 응답을 거부해왔다는 것이 이유이다. 경찰 조직 내에서 이청장은 인기가 별로 없다. 경찰 내부의 신뢰 추락뿐만 아니라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많이 듣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민주경찰 총수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이청장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청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다.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 자리가 보장되어 있다. 또 올 12월 대통령 선거도 이청장 체제 하에서 치르게 된다. 현 정권과 이청장의 관계로 볼 때 대선에서 경찰의 선거 중립이 어느 정도 지켜질지도 미지수이다. 이청장은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3년에는 경남경찰청장이 되었다. 경남청장 시절 노대통령 장인의 묘소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청장을 빗대 ‘조상까지 챙기는 충성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대통령 사돈의 교통사고 처리를 두고도 의혹이 남았다. 지난해 2월 경기경찰청장 자리에 있을 때 시위 농민 사망 사건이 터졌다. 당시 허준영 청장은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지고 물러났고, 그 자리에 이청장이 발탁되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의원이 이청장의 용산고 1년 후배여서 막후 지원설이 나돌기도 했다. 한화 김회장 사건은 경찰 내부 갈등을 촉발한 사건이었다. 경찰 조직과 이청장은 한화 사건 때문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경찰의 사건 은폐 시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청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고교 동창인 한화증권 고문과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더니 골프 친 사실을 숨기려다 들통이 났다. 이청장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자신은 면죄부를 받았다. 반면 서울경찰청장, 남대문경찰서장, 남대문서 수사과장 등 간부들이 줄줄이 직위 해제되거나 옷을 벗었다. 이청장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되었지만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자리 지키기에 연연했다. 부하들을 줄줄이 옷 벗기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황총경이 이청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궁화클럽은 공식 입장을 통해 “경찰 조직의 수장은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성이고 조직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부하 직원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이것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무시한 처사이다. 경찰관들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일선 경찰들은 한화 사태를 맞으면서 조직이 ‘쑥대밭’이 되었다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상황이 경찰 조직의 최대 위기’라고까지 말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나 황운하 총경의 징계 문제가 사태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 곪았던 상처가 두 사건으로 터져나왔다고 말한다. 이청장은 한때 경찰 개혁을 외친 폴네띠앙의 회원이었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상당수 경찰들은 이청장에서 ‘초심’ 돌아보기를 간절히 원했다. 조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조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청장이 귀를 기울여달라는 것이다. 또 15만 경찰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염원과 함께 경찰의 미래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락인 기자 [사설] 경찰민주화와 군대식 경찰대학 존폐 문제 제19호 2007년 9월 10일자 시민사회신문
군대와 더불어 국가 물리력의 양대 축을 이루는 경찰 민주화가 요원하다. 그런데도 시민과 경찰은 마치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경찰도 당연히 함께 이미 민주화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군대와 검찰에서는 당연한 문민통제가 어찌된 일인지 경찰분야에서는 비켜가고 있으며, 주민참여 지방자치의 기본인 자치경찰 역시 극구 반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마치 정권 혹은 대통령의 전유물인 양 활용 혹은 악용되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마치 경찰은 일선 법집행기관으로서 일선경찰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경찰대학 출신 간부 문제로 인해 엉뚱하게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중상위직 비율이 너무 작다며 온갖 핑계를 대가며 고위직이나 중상위 간부직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또 경찰에 대한 별도의 독립적인 민주적 통제 제도도 없다. 국회의 감시나 경찰위원회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김승연 보복폭행 은폐늑장 수사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거짓말과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문민 아닌 현직 경찰관 출신 경찰청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임기제와 대통령의 신임만으로 방패삼아 버티면서 경찰사기를 떨어뜨리고 경찰쇄신을 가로막고 있다. 경찰대학의 경우 경찰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인식도 있지만, 경대 출신에 대한 위헌적이며 과도한 특혜로 인해 경찰조직 붕괴를 지적한 이들도 많다. 그런데도 경대 출신들은 혈세 5천만 원을 들여 경찰대학 폐지 반대여론이 80% 이상이라고 여론을 조작해가면서 경찰대학에 대한 특혜 제도 고수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1세 이하만 입학자격을 부여한다는 경찰대학 학사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지만, 위헌적인 경찰대학 특혜의 핵심은 졸업생에 대해 아무런 경찰간부 시험 통과절차 없이 곧바로 경위로 전원 자동 특채한다는 점에 있다. 일선경찰 사이에서조차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김승연 보복폭행의 늑장은폐 수사사건을 책임지고 청장퇴진을 요구한 군대식 경찰대학 1기 출신인 황운하 총경에 대해 경찰 측이 ‘보복성’ 징계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경찰이 경찰청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문제는 경찰 내외부에서 민주경찰로서의 언로가 이른바 집단행동이나 경찰노조 금지라는 법규정으로 인해 숨막힐 정도로 질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일선경찰 스스로도 경대폐지나 경찰노조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서명운동이나 헌법소원 제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경찰을 이미 장악한 경대출신의 헤꼬지나 억압 때문이라고 하니, 경찰의 후진성을 거듭 확인하는 꼴이다. 결국 제대로 된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위원회 도입, 위헌적이며 경찰조직의 붕괴를 재촉하고 있는 경찰대학 특혜 폐지, 경찰직장협의회 혹은 경찰노조의 허용, 경찰청장과 시도 지방경찰청장 문민화, 독립적인 경찰외부감시기관 혹은 경찰옴부즈맨 도입 등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찰민주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경찰민주화는 경찰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가 나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 군사독재 종식에 이어 경찰민주화에 있어서도 시민사회가 자기 몫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찰대 구라의 끝은 어디인가?
81735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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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空手 잠빌 원문보기 글쓴이: 空手 빈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