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향한 -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알고 계십니까>
몇년 전 충남공주 마곡사 구경을 갔을 때 일입니다. 마침 앞서가던 일행 중 할머니 한분이 갑자기 길에 쓰러졌습니다. 일행들이 어찌할 줄을 모르고 걱정만 합니다. ‘곧바로 눕혀요, 아니야 옆으로 누여야 되, 단추를 풀어줘, 아니야 더 덮어주어야 되, 머리를 숙여줘, 아니야 머리를 곧추 세워야 해’ 그야말로 우왕좌왕-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응급처지 요령을 두어 시간 귀동냥으로 들었다고 지나가던 내가 나섰습니다. 머리를 뒤로 곧추 세우고 기도를 열어줍니다. 숨을 쉬고 있는지 귀를 입가에 대 봅니다. 눈동자는 제대로인지 눈꺼풀을 열어 봅니다. 응급처치 대상인지 자신이 없는데도 창백해진 얼굴이 다급해져 보입니다. 서툰 솜씨로 인공호흡을 준비합니다. 가슴팍에 깍지 낀 손을 막 얹으려는 순간 환자 일행 중 한분이 “자격증 있는 겨?”하고 퉁명스럽게 묻습니다. 잔뜩 긴장하여 가슴이 떨리고 있는데 손이 딱 얼어붙습니다. “아니요” 계면쩍게 일어섭니다. “119 부르세요”하고는 흙 묻은 바지를 털며 도망치듯 빠져 나갔습니다. ‘큰일 날 번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뒤집어 쓸 번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고 현장을 보면 멀찍이 돌아서 가는 방관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도덕적 사회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좋은 일 하려다 오히려 범법자가 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앞장을 섭니다.
이런 경험담을 서초소방서 응급처치교육담당 오용태 주임에게 얘기합니다. 그건 해결되었다고 하면서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아느냐고 되묻습니다. 현대 사회가 극단의 개인주의로 흐르면서 이웃의 위험을 '나 몰라라' 외면하고 도와주지 않아 이를 강제하는 법을 여러 나라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2008년12월14일부터 이 ‘선한(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시행하고 있는 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합니다.
성경(누가복음10장)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제사장과 레위인은 강도를 만난 이웃을 외면하고 지나갔지만 가난하고 천시 받던 사마리아인이 그 이웃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행한 사마리아인처럼 타인의 응급사항이나 위험에 처한 것을 인지하였을 때 본인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경우에는 타인을 위험으로부터 구조해 줄 의무를 프랑스에서는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의무를 하지 이행하지 않는 경우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60프랑 이상 15,000프랑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벌칙도 있습니다. 미국, 독일, 일본, 포르트갈, 스위스, 네델란드, 놀웨이, 덴마크, 벨기에, 이탈리아, 러시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당해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구해 주려다가 결과가 잘못되면 구호자가 소송에 휘말리거나 죄를 덮어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봐도 도움을 주지 않거나 외면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취지입니다. 위험을 당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 주어야 되겠구나, 아니 좀 더 진전시켜 구호 의무와 함께 모든 운전면허에 응급처치 교육이수를 의무화하는등 시민의식 바꾸는 일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김만수.미래촌 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