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가장 동쪽에 위치한 울산. 5.16혁명 이후 산업화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공업도시로 지정이 되어 우리나라 산업화를 선도하였던 도시, 게제와 함께 도시 시민 소득이 전국에서 제일 높아 경제적으로 부를 누리다가 선박산업이 힘들어지고 국제적인 침체를 맞아 지금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은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현대 중공업에서 수주한 30만 톤 급의 유조선 만드는 현장을 본 후 약45년 간 울산은 지나치기만 하다가 인문열차 덕분에 울산을 찾게 되어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였다.
첫 코스가 서생포 왜성인데, 서생포는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으로 조금 낯설고 전혀 아는 바가 없는 한적한 항구를 끼고 있는 곳으로 거기에 왜성이 있다는 것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알 수도 없을 뿐더러 가보기도 어려운 일인데 인문열차 덕분에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왜성은 바다나 강에 인접한 구릉에 축조되었으며 수로를 이용하여 보급과 철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일본과 가까운 전남에 1개, 부산11개, 경남17개. 울산2개로 모두 31개로 내륙에 가까운 왜성은 방어가 목적이고 바닷가에 있는 것은 도망을 가기 위한 것으로 31개 성 중에서 서생포 왜성이 규모가 제일 크다고 한다.
이른 아침 준비를 하여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두 시간 십분 정도를 달려 울산(통도사)역에 도착하여 관광버스로 일정을 시작하였다.
서생포 왜성은 산꼭대기에 있어서 올라가는 동안 땀을 흘리며 힘들게 등산을 하였다. 왜성의 특성은 산악지대에 지은 우리나라의 직선과는 달리 원래가 평지에 짓기 때문에 사선으로 성을 쌓고 세 번이나 꺾어 돌아가게 되어있어서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지은 성으로 나당 연합군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하였다고 한다. 울창한 숲속에 있어서 밑에서는 잘 보이지를 않지만 실제로 올라가보니 꽤나 높고 큰 돌을 잘 다듬어서 쌓았고 아름드리나무가 성을 감싸고 있으며 특히 벚나무가 무성하여 사월 벚꽃이 필 때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선문대 역사학과 방기철 교수에게서 서생포 왜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하산하여 진하 해수욕장에 있는 식당에서 회덮밥과 매운탕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잠시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조용하고 한적한 해수욕장,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고 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둘레길이 보이는데 강을 가로질러 세운 다리가 이색적으로 아주 멋지고 볼만하였다.
울산왜성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학성공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왜성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니 등잔 밑이 어두운 겄이 사실인 것 같다. 올라가던 곳과 반대쪽으로 내려가면서 보니 성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어서 관심 있는 시민이 아니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는 길에 동백꽃 이야기를 단계적으로 설명을 해놓은 것이 특이하였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울산의 전경과 깨끗하고 단정하게 꾸며 놓은 태화강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죽어가던 태화강이 되살아나서 옛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 같고 특히 국가정원 지정이 확정되었다는 현수막을 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을 끼고 조성된 대나무 숲은 담양을 능가하는 멋진 풍광이었다. 더구나 울산은 서울의 1,5배로 넓은 도시 면적에 태화강을 끼고 주변에 바다와 산을 두루 갖추고 있는 자연 친화적이면서 넉넉한 자원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다른 도시에 비해서 유리한 조건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울주군의 대곡면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 가는데 주차장에서도 약3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꽤 먼 거리였다. 산과 대곡천을 끼고 가는 길이 경치가 좋고 집청정은 경주 최씨 정무공파 청백리 최진립 장군 증손 최신기가 세운 정자로 주변의 자연과 너무나 멋진 조화를 이루는 정자였다. 집청정을 비롯한 군데군데 유적도 있고 조용한 자연 속에 팬션과 민가를 보니 공기 좋고 물이 좋아서 살기가 참으로 좋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다.
암각화는 선사시대에 사냥감을 많이 잡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거리가 멀어서 망원경으로 보아도 제대로 보이지를 않는 것이 아쉬웠지만 주차장 옆에 있는 박물관에서 해설사의 설명과 확대한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한결 잘 보이는 것 같았다. 바위에 고래와 사슴, 멧돼지, 사자와 호랑이, 각종 물고기 등 새겨진 그림의 숫자가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편이며 사람의 측면상의 경우 매우 큰 성기가 그려져 있으며 여성은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의 다산숭배 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 서명을 받고 있어서 기꺼이 서명을 하였다.
하루의 일정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멀고 제한이 되어 있어서 아쉽기는 하였지만 KTX 덕분에 울산까지 가서 현장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지 모를 일이다. 아침에는 반찬이 7가지나 되는 고급 도시락을 주어서 잘 먹었고 점심은 회덮밥과 찌개로 푸짐한 호사를 누렸는데 저녁은 기차 안에서 맛있는 떡으로 훌륭한 저녁 식사대용을 할 수 있었다. 울산의 역사 속으로의 여행은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뜻 깊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책 소개와 삼행시에 선정되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언제나 여행은 즐거운 일이고 나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제공해 주는 비방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