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풀언덕머리 호박 텃밭 유감(有感)
至 墟 朴 大 星
한해살이 덩굴풀의 열매인 호박이 우리들 일상생활의 음식재료에 수없이 많이 쓰이고 있는 사실은 생활인이라면 누구나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연한 애호박은 각종의 찌개와 여러 종류의 부침개인 전(煎)등 에 어디에나 들어간다. 뚝배기 된장찌개와 두부찌개, 새우젓을 넣어 간간하게 만든 새우젓호박찌개, 새우젓볶음,민물고기 매운탕이나 누른국수, 잔치국수, 애호박 파스타, 메밀국수에도 들어가고 비오는 날, 날궂이 밀가루호박전 등등 어느 음식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가을이 되면 누런 황금빛으로 늙어 당도가 좋아서 호박범벅과 호박고지시루떡에도 쓰이고 사람 의 몸에는 이뇨작용으로 여인들의 미용에 좋다고 하여 그 용도가 다양하다.
뜨거운 한여름 새순 줄기의 자라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힘차게 뻗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언뜻, 시간과 세월이란 무형의 개념이 사실형상(事實形象)의 실물로 나타나서 곧장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도 같기도 하여 엇갈리는 시공(時空)의 혼돈에 문뜩 그 옆에 멍청히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봄 4, 5월부터 새싹을 키워서 7~8월이면 사람 키보다 몇 배나 커서 사방팔방으로 여러 가닥의 줄기가 뻗으니 주위의 땅을 다 덮고 차지하는 왕성한 생장력은 그야말로 덩굴식물의 대표라 해도 될 것 같다.
호박은 줄기가 벋어나가는 앞부분에서 부터 세 번째 네 번째 마디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또한 그 곳에 달린 호박잎이 제일 연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워서 호박 잎 쌈의 재료로서 으뜸이므로 호박이냐 호박잎이냐의 둘 중에 하나를 선택의 기로에 선다.
호박을 키우려면 잎을 따지 말아야 하고 잎을 먹으려면 호박의 결실을 포기해야하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줄 수 없는 단(單)수혜적(受惠的) 선택이란 말인가?
그러나 나의 이 둘 중 하나 선택의 기우(杞憂)는 연차(連次)의 경작 경험에 의하여 필요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잎을 선택하여 씩씩하고 기세 좋은 줄기에서 부지런히 열심히 채취하여 먹고 먹어도 결국 실제는 나도 아예 모르는 사이에 여기 저기 딴 줄기에서 산발적으로 수없이 달리는 호박의 왕성한 파상 성장과 결실 정도는 대단하여 먹기 좋은 어린 애호박 일 때 미처 발견을 못해 못 따고 시기를 놓치면 결국 늙은 호박이 되게 하니 이것 또한 잎과 애호박을 맘껏 따 먹다가 가을 추수기엔 크고 잘익은 완숙호박이 밭에 가득하여 풍성한 수확을 하게 되는 것은 대자연이 시혜(施惠)하는 무한혜택 인 것이다.
부드럽고 연한 맛의 어린 애호박이나 맛이 달고 이뇨에 좋다는 누렇게 익은 늙은 호박도 우리들 식생활엔 모두 필요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호박잎의 독특하고 심오한 맛과 그 잎 속에는 태양과 대지 즉 햇빛과 토양의 조화(調和)가 빗어낸 엽록소(葉綠素)에 의한 생명력의 조화와 효능이 내밀히 감춰졌을 것이라고 추상(推想)하며 내가 믿고 싶은 이유는 광합성(光合成)에 의한 진록(眞綠)의 강렬한 잎파랑치가 김에 푹 쪄져서 나의 아침밥상에 늘상 차려지기 때문 일 것이다.
나의 태생이 농촌이라 어린 시절 부터 밭둑과 담장, 뒷간이나 헛간지붕 등 호박줄을 올릴수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할머니어머니가 호박을 심어서 여름과 가을철 크고 넓적한 하트형 초록색 호박잎과 노란 호박꽃으로 온 동네가 싱그럽고 정겨웠던 오래전의 그옛날의 행복했던 지난 유년시절 ~
어른들께서 날된장과 끓인 된장에 즐겨 잡수시던 호박잎쌈을 나도 어쩌다 한 번 호기심에 먹어본 기억으론 그 맛이 터분하고 껄끄럽고 쿠퀴하여 아주 별로였던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중년을 넘길 나이가 된 어느 날 ~
친구들과 우연이 만난 격의없는 식사자리에서 그 옛날처럼 찐 호박잎을 한쌈 먹어보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 옛날 어릴 때 느끼고 있었던 구수하긴 하면서도 군내 나듯 산뜻하지 않던 그 맛이 지금은 은근하고 포근하게 혀를 살며시 감싸 안는 듯한 깊고 은밀하고 심후(深厚)한 맛으로 밀려 오는 것은----
나의 어릴때의 미각이 지나온 수십년 세월의 풍파(風波)속에 나도모르는 사이 어느덧 변해 버린 것일까 ?
그 옛날 어린 나를 지극한 사랑으로 아끼시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그 옛모습으로 인생행로의 뒤를 따라가는 나도 어느덧 중년이 넘어 그 어른들의 입맛으로 유전되어 돌아온 것이겠지.
나는 그 때 이후 호박잎 쌈 의 열정적 매니아(mania)가 되어서 어떤 모임이나 삼삼오오 자리에서 맛에 대한 대화가 나오면 어느덧 호박잎 예찬론자로 변신하여 고리타분한 노스탈지아(nostalgia)의 회향(回鄕)병자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년(長年)에 이르러 번거로운 세사(世事)에서 대충 벗어나서 텃밭을 가꾸면서 다른 채소와 함께 호박밭을 오래전부터 만들어 왔었다. 우리 마을도 도시화가 되어서 집 주위 빈터도 줄어서 짜투리 땅은 물론이고 넝쿨이 뻗고 줄기가 올라갈만한 곳에는 고집스레 열심히 호박을 심는다.
내가 못 따면 딴사람들이 따먹으면 되니까---
이른 봄에 이웃 화원에서 얻어온 큼직한 포토에다 이미 선별 준비된 씨를 틔워 육묘를 하여 지난 가을에 밑거름을 시비하여 만들어 놓은 호박 구덩이에 옮겨 심으니 건강한 육묘에 좋은 토양에 정성(精誠)을 다하니 늙은농부로서 마음이 더욱 한가하고 여유로워 좋고 한편 열심히 가꾸며 돌보려니 내가 부지런하게 끝 없이 움직인다.
가뭄이 들면 물을 줘야하고 비가 많이 오면 북을 돋아주고 잡초가 무성하면 뽑아야 되고 해충이 생기면 방제를 하고 매일 아침마다 이슬밭에서 열매와 엽채(葉菜)를 쉼 없이 딴다.
호박과 잎을 따다가 내가 아는 이웃들과 잘가는 동네식당에 호박잎 한봉지에 호박을 몇 개씩 나눠주고 그래도 여유 있게 남으면 호박잎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나의 친애하는 도회의 고향친구에게 소형박스에 빼곡히 포장하여 택배로 부치면서 한구석에
“도시의 촌놈에게 고향 흙내를 보내노라”고 써 보내면 친구들이 문자로
―그리운 땅 풋풋한 고향 냄새나는 진미(珍味)를 보내주어 고맙다 ―
― 고향의 호박잎을 맛보니 정다운 옛 사람들이 간절히 생각 나는구려----
호박잎 쌈맛
지허(至墟)시,엣세이 집<숲속 나무들의 고독>中
한여름 호박 줄기 기세 좋은
넝쿨 새순 가지에서
연하고 야들한 잎에 끝 순을
가끔 곁 드려 따다가
옹기 시루에 넣어 푹 무르게
김에 쪄서 식혀놓고
애호박 숭숭 썰어 쪽파와
풋고추 듬뿍 집어넣고
멸치 굵은 놈에 뒤뜰 장독대에
해묵은 된장을
되직하게 풀어 넣어 조금은
짭짤하게 끓여서
서리태를 드문드문 쌀 반 보리잡곡
물렁한 반지기에
호박잎 한두잎에 꼬투리순 가로걸치고
밥 한 숱갈 된장한술 넉넉하게
쌈을싸서
입속에 꽉차게 밀어 넣고
우물럭 씹으면
달도 않고 쓰도 않고 시지도
맵지도 않는 맛이
거칠 은 듯 부드럽고 군내
나는 듯 향기가득
구수한 맛이 인간의 필설(筆舌)로야
형언(形言)키 지난하다
골고루 입속에서 차서 구르면서
짭쪼롬한 된장 맛이
입밖으로 터질듯이 한손을
입에 가리고 우물대면
청초한 하늘 향기 순박한 땅
내음이 입속에 가득하다
풍성한 사계(四季)의 태양빛을 섬기며
환진갑(還進甲)을 보냈으니
가짓 껏 살아온 촌부(村夫)의
무상(無想)무애(無礙)에
기막힌 이 맛을 아는 늙은농부(老農)는
한가롭고 가난한(閑 貧) 즐거움을 더 하네 !
※참고 :호박잎 효능(학계보고)
1 혈관건강/칼륨이풍부 나트륨이나 콜레스테롤등 노폐물 제거 혈압을 낮춘다.
2 눈건강/베타카로틴과 루테인성분이 많아 눈을보호
3 변비예방/식이섬유질이 풍부 장활동을 활성화.
4 골다공증예방/칼슘,인,철분 뼈에유익한 비타민K가 기여
5 항암/염록소와 클로로킨이함유 산화물질과 활성산소제거로 면역강화
6 피부미용/비타민C,베타카로틴,,수분유지로 주름개선과 피부보호
7 면역력/베타카로틴100g당296m로 활성산소와 노폐물제거로 면역증진
8 피로회복/엽산이100g에 0.44m각종 무기염류와 활성산소제거로 피로에 도움.
9 치매예방/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기억력증진.
10 관절염예방/칼슘이100g당96mm함유,비타민B6가 뼈와 관절에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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