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0일 목요일 맑음
봄이다.
새움이 여기 저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제 대전에 내려왔다면서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는 다영씨의 전화를 받았다.
쉰둘에 코레일 입사한 당당하게 입사한 대단한 노력파 여다영 님
고기순 언니와 같이 왔다.
가래울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서는
역시 알뜰한 주부 맞았다.
역에서 홍보하시는 분들이 주고 간 시장바구 모아 두었다면서
비닐 덜 쓰고 좋다면서 천으로 만든 시장바구를 주었다.
쥐코찻집으로 갔다.
용수골 운동할때 눈인사로 지나쳤는데
어느새 마음 한자락 내려놓는 좋은 이웃이 되어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마음껏 즐기면서
처음으로 털어 놓는 30년 세월의 시집살이
우리 여기까지 잘 살아와서니까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거라며 웃다가 울고
그 힘든 30년을 어떻게 견디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나만 힘들게 사는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한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이 알고 보면 더 많다.
동병상련이랄까?
내 설러움에 나도 울어버렸다.
그래요 울고 싶을때 마음 놓고 울어요
우는것 조차도 숨을 죽이고 살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으면서
그 울음 조차도 숨 죽여 울었던 날들이 참 많았다.
아이들이 볼까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들킬까 봐
이 부질없는 생각들이 나를 힘겹게 얽어메고 있었던 그날들
마음 놓고 울어버릴 줄 알아야 마음이 건강해져요 다영씨
사람은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더 실감 나게 하는 오늘의 만남
나도 32년 만에 어머님과 분가한지 1년이 되었어요
어디로요
작은 아파트로요
지금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알고 싶지 않아서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원할때 가보려고요
끝까지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후회는 그 어떤 것을 해도 남기 마련아닌가요
다영씨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은 며느리가 해야 할 도리는 어디까지일까?
저도 모르겠어요
봐요 이렇게 머리 좋은 다영씨도 모르는데
누가 알겠어요
언니 저 머리 안 좋아요.
아니 머리 안 좋으면 쉰 둘 나이에 공기업 시험에 합격하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면서 일하는 것도 모자라
야간대 행정학과 편입해서 올해 졸업하고
난 엄두도 못 내는 일이구만
오늘은 졸업 축하하는 날이예요.
고맙습니다.
다영씨 한번 생각해 봐요.
해도 해도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지
하지도 않은 일들 했다고 억지만 쓰는 것이 문제인지
나는 한다고 하는데
받는 사람은 늘 부족한 마음이 문제인지
정답이 있나요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들이 어디 이것 뿐이겠어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생각
보고 싶은 것들만 보게 되는 건강하지 않은 마음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닐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대인관계 맞죠
예
우리가 신도 아닌데
어떻게 제일 어려운 일을 해결해요
그냥 두자고요
흔들리면 흔들리는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그 사람들의 생각이지
우리들의 생각과 다를 뿐이잖아요
그것을 인정하려고 우리 만나게 된 것이고 지금 노력하고 있는 중 맞죠
그러네요 언니 했다.
오케이 힘내요.
그리고
우리는
돈 안들어가는 예쁜말 많이 하면서
이 아픔의 일들은 대물림은 하지 말고 곱게 나이들어가요.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것이었지만
돈 안들어가는 칭찬의 말이라도 들었더라면
이리도 아프지 않았을 같지 않았요.
나를 더 아프게 한 것이 못차게 내뱉는 말이었거든요
왜 그리 돈도 안들어가는 예쁜 말에 인색한지 야속할 때가 참 많았어요
난 지금도 마음 한구석은 무거움을 내려놓지 못해서
며칠전에도 새벽에 가위에 눌러서 몸부림치다 잠을 깨고
무서워서 딸래미 방으로 갔는데도
영 잠이 오지 않았어요.
아직도 문득문득 가슴이 답답해서 밖으로 뛰어 나가기도 하구요
30년 세월을 어떻게 하루 아침에 다 잊고 버리고 하겠어요.
하루 아침에 좋아지는 일이 아니잖아요.
조금씩 흘러버리는 연습
잊어버리는 훈련
우리 같이 이야기하면서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좀 못하면 어때서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다른 사람은 해도
나는 부모나 가족들한데 하면 안되 하는
생각들로 나 스스로 억지를 부려서니 힘들 수 밖에 없었더라고요
다영씨도 그러지 않았나요.
언니 처음에는 다들 살고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그렇죠
나도 처음에는 다 그렇게 사는구나 생각했는데
살면 살 수록 내가 힘들어지면서 한게점에 도달하고 보니
나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다른 행동들이 나오고 그랬거든요.
언니도 그랬군요
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는데
다영씨 이 세상에 아픈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아픔의 크기야 다르겠지만
들어내지 않고 살아가도 하고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살아가지도 하잖아요.
나는요
행복해 보이려고
아니 행복해 지려고 다른 나를 앞세우고 다녀서니까.
당연히 행복해 보이죠.
앞으로 그럴 거예요
행복한 나로 나답게 살자고 나와 약속했거든요.
다영씨 이말 알죠
복불복 좋고 좋지 않을 정도 딱 중간 보통 안되더라고요
지나쳐 가지 못하는 욕심 때문에요
가면을 쓰고 인생의 배우가 되어
행복한 흉내를 내고 살다보니
이렇게 인생의 명배우가 되어서요 하면서 웃었다.
나쁜 것만 있는게 아닌것 같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아픔의 그런 날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 자리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 힘내요
이제는 이보다 더 한 일이 온다고 해도
지혜롭게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잖아요.
마음이 힘들때 언제든지 만나서 이야기해요.
너무 좋았다고 했다.
내가 더 좋았다.
다영씨의 삶의 이야기에서 내가 좋아진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동병상련이 만들어 준 일석이조가 아닐까?
명품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오늘 최고 명품의 마음가짐을 가진 여다영씨를 만났다.
삶이란
지나가는 소낙비 같기도 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풀어야하는 인생의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