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정신건강
불교에서는 사람을 중생이라고 합니다. 왜 중생인가하면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미숙하고, 덜 익었고, 철이 덜 들어 어려서 대우받고 사랑받고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육체의 건강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도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다수 현대인들은 자신이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행복지수도 당연히 낮아지는 것입니다.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경제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하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은 삶의 여유를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불안과 분노를 가슴에 쌓아두고 이러한 감정들이 우울증과 무기력증, 공황장애, 분노조절 장애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신적 질환은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은 한국사회에서 일종의 낙인과 다름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의 시선이 존재하고, 기피하는 태도 역시 강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신 질환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첫 번째는 '경쟁 격화'입니다. 고도의 산업사회가 되면서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최대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정보의 폭증'입니다. 사회가 고도로 연결되면서 내가 알지 않아도 될 정보가 넘쳐나고 이로 인해 불안감과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정보의 폭증은 또 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단절'입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유기적 좋은 관계 유지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오히려 질적 측면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외로움만 커져갑니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어딘가로 가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가는 걸 막아야 합니다. 마음이 현재에 있으면 괴로움이 없어지고 진정한 지혜가 생깁니다. 그래서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현재 상황을 정확히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실제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만 봅니다. 그러면 실제와 생각의 차이만큼 괴로움이 생깁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나쁜 생각이 들면 마음을 멈추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자꾸 가다보면 그쪽으로 길이 나 버립니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건 그쪽으로 이미 길이 났다는 것입니다. 나쁜 생각이 들면 불을 끄듯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꾸자꾸 하다 보면 조금씩 쉬워지기 마련입니다.
원각경에 모든 인간의 고통 근원은 미움과 사랑에서 비롯되고, 미움은 사랑을 갈구하는데서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불교는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완벽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마음공부이고 그 핵심은 집착을 없애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집착을 없애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식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이건 결과가 나오고, 저렇게 하면 저런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이런 결과를 원한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이것이 '인연과 보의 원리'입니다. 인연과 보의 원리란 '지금 내게 일어난 일은 내가 이러저러한 인연을 지었기 때문에 나타난 과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나타난 결과를 놓고 억울해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내가 이미 지은 인연의 결과임을 알아서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르게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싫다면 앞으로 다시는 이런 결과를 만드는 인연은 짓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고락의 근원이 되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라는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하다"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바라는 바는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면 이루어질 수 있는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이 가르치신 인과법의 원리입니다.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내게 맞춰주기만을 바라고 상대에게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요구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내게 맞춰주고 내 마음을 알아줘야 내가 행복하다면 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상대방이 쥐고 있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 행복이 좌우된다면 그 인생은 이미 내 인생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종속된 삶이라 하겠습니다. 내가 나의 의지로 선한 행동, 복을 짓는 행동을 할 때 비로소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의 행동이나 말에 상관없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참회를 하며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것을 '업장 소멸'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더라도,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또 내 생각에 사로 잡혀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고 이렇게 뉘우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참회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 처하거나 일어나는 마음을 바로 알아차려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수행이고 기도입니다. 여러분 모두 집착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나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