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산 에서의 기억들
아득히 멀어진 세월 너머
더 또렸이 생각나는 그산
그리움을 품고
보고 또 보고팟던
하늘 아래
아홉 봉우리
세월은 가고 없어도
희미한 너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 더더욱 와닿고
이젠 그리워 하지 않아도
아니 보고파 해서는 아니될
오직 하나
너 구봉산 이었네
.........
그 산에 구름다리를 설치 하였다고
전국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중도에서 포기해 버린 그산이 문득 생각 나는건 미완성이 아쉬웠던 긴 세월의 흐름이 아득하게 그리워서 일까...
전북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아홉개의 봉우리를 뽐내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구봉산(1002m) 이란다.
작년 12월초 갈기산 산행이후 무려 두달여 만의 추억 아닌 추억의 산행이다.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있던 구봉산은 근 10년만의 그리운 만남이다.
구봉산 가는길은 설레임과 궁금함이 가득한데 아련한 그때의 기억들이 어제일 처럼 오버랩된다.
연휴의 마지막날 무료인 고속도로는 예상과 달리 적막하다.
다만 날씨는 미세 먼지라는 놈으로 인하여 뿌우연 운무들만 그득한데 진안쪽으로 다갈 무렵 말귀 모양의 특이한 마이산이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진안ic 에서 내려 용담호를 지나약 15분을 더가니 구봉산주차장이다.
대구에서 2시간25분만에 도착한 주차장은 아침이어서 인지 서너대의 차량뿐으로 더더욱 넓어 보이는것이 예전보다 다소 확장이 된거 같다.
본듯 만듯한 거대한 9개의 봉우리가 나를 맞는다.
그해(2015년)
새로운 다리가 생겼다고 산방 동호회 팀과 찾아갔던 곳으로 내 기억의 흐름만 저멀리 흘러 가버렸을 뿐 그곳은 세월을 잊고 있었다.
잠시 되돌릴수 없는 그시절의 상념에 빠져 본다.
산방활동이 유난히 활발하던 시기였는데 그땐 매주 산으로 다녔었다. 산에 대한 깊은 추억들이 오롯이 남아 있지만 정상주.하산주. 버스에서의 노래방. 또 헤어지기전 이별주 등 술과 사람에 대한 기억만이 어렴풋 하다.
정확히 9년전, 1봉에서 9봉쪽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의 산행을 시작했는데 1봉가는 능선에서 무너진 꿈.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1봉위에서 산행을 포기하고 주목표인 구름다리는 만나지도 못한채 막걸리 한병으로 빈 마음을 채우고 내려온 기억이 또렸한데
그때의 능선위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의 동성로 인파처럼 인산인해?
움직일수 조차도 없는 그런 상황은 산에 대한 갈망을 무참히 짖밟았는데
지금은 흔한 구름다리 인데 그 당시 에는 보기가 어려웠던가?
그 이상한 경험은 그후 국립공원 등 어느산 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은 그때와 달리 반대쪽에서 출발 시계방향으로 양명마을 시내산 교회. 바람재쪽으로 해서 정상을 간 후
구름다리쪽으로 내려오는 산행이다.
교회지나 계곡길을 혼자 오른다.
한국의 어느 산하 에서도 흔한
조릿대들의 세상이다.
등로는 약간 가파르며 거칠다
그래도 겨울인지 바람은 약간 싸늘 하지만 늘 그러하듯 신선한 공기는 내 폐부를 기분좋게 찌른다 너무 상쾌하다.
흐릿하던 미세 먼지도 맑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지고 없다.
2달여만의 산행이라 다소 힘들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걸 느끼지 못 하니 아직은 쓸만한가?
혼자 유유히 여유롭게 오르는데
중간 정도쯤에서 내려 오는 사람하나를 만났다. "밑에는 눈없죠?" 내게묻는다
그럼 위에는 눈이 많은가?
바람재 다가갈 무렵 부터
녹은듯 안 녹은듯 한 눈이 쌓여 있다.
능선에 접어 드니 이정표가 있는데 바람재다. 온통눈이네.
딱 1시간이 소요 되었다.
나중에 생각 하니 이쪽으로 오르는게
더 쉬울거 같다.
1봉쪽에서 9봉까지 특히 8봉에서 9봉 오를때는 계단이 너무 많고 가팔라
(월악산 영봉 보다 훨씬 심함)
차라리 천천히 내려 가는게
힘이 덜들고 쉬울거 같다.
정상부근에는 눈천지 였다.
아랫세계는 그래도 봄이 오고 있는데
이 높은 신선의 세계는 순백의 향연중이다.
바람재 부터 능선을 따라 정상쪽으로 가는데 온통눈이다.
올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나리더니
여기는 계절을 역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진안고원 지대로 눈이 많은지역 이다. 집에서 출발시 아이젠도 생각 했는데 귀찮아 그냥 왔더니 정상(9봉)에서 하산할시 계단위에 쌓인 눈으로 약간은 애를 먹었다.
정상 다가갈 무렵 1봉에서 8봉까지 봉우리 들과 용담호등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뷰가 있는곳에서 잠시 쉰다.
조망터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봉산 봉우리들은 축소된 금강산 같다.
여덟개의 봉우리를 자랑하는 팔영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자연의 오묘함에 잠시 넋을 잃다.
정상은 넓은 데크로 꾸며 놓았는데 사통팔달이다.
360도 주변 산군들이 파노라마 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아스라히 산그리메에 떠있는 마이산과 하늘과 맞 닿을 듯한 덕유 주능선이 통쾌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저멀리 펼쳐진 주능선을 보니 몇년전 1박2일로 육십령에서 무주구천동 주차장까지 폭설위를 걸었던 기억이 불쑥 마음에 새록 한데 되돌아 갈수 없는 세월의 무심함에 마음이 아련하다.
여기가 거긴가
거기가 여긴가
지나간 그시절이
가버린 그기억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데
가버린 세월만
저만치에
운무에 떠있는
덕유 주능선
용담호 휘돌아
마이산을 떠가는
산 그리메도 오늘이고
내 마음의 흔적도
어제 처럼 가버린
오늘 이지만
가버린 세월은 잡을수가 없네
이 시절에
너를 만나 어제가
오늘 같으니
늘 오늘만 같았으면
..........
옛 생각에 한참을 멍하니 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 가는데 쌓인 눈이 미끄럽다.
정상엔 사람 하나 없었는데 8봉으로 내려가는 중간 데크 쉼터에서 오늘 산행 두번째로 여자 세사람을 만났다. 정상 오르는길 이란다.
그후 1봉까지 사람들이 많다. 각지에서 많이들 온것 같은데 대구에서는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다.
9봉에서 8봉가는 길은 엄청 가파른데
이후 8봉과7봉은 짧은 가교로
5봉과4봉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1봉까지는 계단이 설치된 오르내림을 몇번 거쳐야 한다.
7봉에서 6봉, 6봉에서 5봉은 다소 오르내림이 심하고 4봉 이후 주차장 하산 까지는 큰 오르내림이 없는 쉬운길이다.
4봉과5봉 사이는 2015년에 설치된 구름다리가 있다(100 미터)
4봉과5봉은 거의 끊어진 지형으로골짜기 바닥까지 내려 갔다 다시 올라야 하는 지형으로 다리가 없었을 때는 너무 힘들었을것 같은데
딱 적소에 다리를 설치한것 같다.
사량도 구름다리 처럼...
12시가 넘어 점심 먹을 장소를 찾다 7봉지나 능선에서 점심을 한다.
산에서의 점심은 꽤 오랜만이다.
1시간여를 머물다 보니 주위가 조금은 조용해 진것같다. 소란 스럽더니 많이들 내려 간 모양이다.
대부분 1봉에서 시작, 9봉으로 해서 하산하는것 같다. 9봉 정상 오름이 힘들다면 8봉 지나 돈내미재에서 좌측 계곡으로 하산해도 된다.
다만 정상을 정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겠지..
1봉에 도착하여 잠시 머무르는데 전방에는 용담호와 덕유산 능선이 더욱 가깝게 보인다.
한폭의 그림이다.
9년전 이곳에서 혼자 마셨던 막걸리 맛이 머리를 스치는데 가마득 한듯 아닌듯 그 시절의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참 사람 많았었지.. 대한민국 산꾼들 다 끌어다 모아 놓은듯 했었다.
하산길은 전에 없던 데크 계단이 이어지고 어렵지 않은 평범한 능선을 내려오면 바로 길과 이어지고 주차장이다
전국에 많은산중 여덟개의 봉우리를 가진산은 많다.
팔봉산,팔각산,팔영산 등등 하지만 뚜렸하게 아홉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은 거의 없다.
이산은 9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암봉과 구름다리가 특징인 산으로 봉우리 사이를 오르기 위해 많은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자연적인 맛은 떨어지지만
봉우리사이를 오르내리는 아기자기한 재미도 빼 놓을수 없다.
흔히 볼수 없는 특이한 지형이며
정상에서는 마이산을 비롯 용담호수와 운장산 그리고 남덕유에서 향적봉까지 장쾌하게 뻗은 덕유산 주능선이 눈앞에 펼쳐지는 꿈같은 곳 이랄까...
9년전 으로의 추억 산행은 기묘한산세와 그 시절의 추억에 취해 아쉽게 끝났다.
세월은 가도 자연은 그때 그대로 인데 나 자신만 변해 버린것 같다
하지만
지나 가버린 그시절을 보고 느끼며
되돌아간 시간들은
잠시나마 세상의 고뇌를 잊게 해주고 자연에 취해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준, 역시 산은 산이구나를 실감한 날이었다.
07.15 집출발
08.20 거창휴게소
09.40 구봉산 제2주차장도착
09.45 산행출발
09.58 시내산 교회
10.58 바람재
11.25 구봉산정상(9봉)
11.40 출발
12.10 돈내미재(정상.8봉사이재)
12.20 8봉
12.28 7봉
12.30 점심(7봉6봉사이)
13.30 출발
13.35 6봉
13.42 5봉
13.54 4봉
14.00 3봉
14.03 2봉
14.08 1봉
14.40 주차장 도착
(식사 1시간 포함 5시간 소요)
진안휴게소 부근에서 본 마이산
1봉에서 9봉(정상)
지나서 좌측(시계방향)이나 직진
왼쪽 으로
바람재 가는 골짜기에서
조릿대. 바람재 오르는 골짜기
길이 거칠다
눈이 보이기 시작
올라온 계곡
바람재
덕유 주능선
조망터 에서
정상 가는 능선
정상전 계단
정상
마이산
정상에서 본 용담호. 용담대교
정상하산길(8봉 가는길)
정상아래 데크에서 본 정상(9봉)
8봉가는길. 가파르다
온통 계단
얼어 버린 폭포?
돈내미 재
8봉
정상
7봉가는길
7봉
점심터
막걸리.포도.사과.계란.멸치.건빵.
죽.김치.찰떡.
6봉
5봉 오르기전
5봉
4봉
3봉
2봉
1봉
덕유 주능선
추억의 1봉
주차장 가는길. 예전에 없던 데크길
10년전 동성로 바닥. 인산인해
들머리. 혹은 날머리
제2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