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월요일
부르고스에서 나흘째를 보내며
부르고스 대성당 가까운 공립 알베르게는 연고가 있으면 이틀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배낭 하나는 공립알베르게에 보관해두고 바오로씨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
강을 따라 까미노 길을 걷다가보니 어느새 부르고스 대학이 있는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 마을까지 왔다.
체칠리아씨와 함께 걷던날
스페인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던 곳도 보이고, 그날 12시가 넘어 배가 고팠는데 2시부터 영업한다고 해서 숙소 때문에 그냥 지나갔던 피자 가게도 보인다.
'따르다호스'까지 5km 더 걸어가서 그 친절한 공립 알베르게에서 하룻밤 자고 올까하고 농담도 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두시간 정도 걷고 부르고스로 되 돌아갔다.
'Albergue Divina Pastra(신성한 목자)' 숙소로 찾아갔다. 봉사자가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준다. 어제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어디서 잤느냐고 물어서 공립알베르게에서 잤다고 말해주었다.
이 알베르게는 침대가 열 몇개가 있는데, 선착순도 아니고 일일이 사정을 물어보고 나처럼 아프다던가 해서 사정이 딱한 순례자만 재워주는 곳이었다. 몇명의 순례자가 찾아 왔는데, 봉사자가 일일리 사정을 물어보고 공립 알베르게로 가라고 안내를 한다.
이 숙소 운영은 어떻게 하나? 무슨 돈으로 하지? 재워주는 순례자도 몇 안되는데... 하고 바오로씨는 걱정을 한다.
봉사자는 우리 두 사람을 앉혀놓고 이 알베르게 운영에 대해 쉬운 영어로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뭐라고 대답할 말은 생각 나지 않는데, 그 봉사자가 하는 말은 대충 알아듣겠다.
신기하다.
함께 영어공부한 50e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호세 라파엘이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자기는 봉사자이지 서비스를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식사도 가능하고 전기포트가 있으니 뜨거운 물도 쓸 수 있고
세탁기를 사용하고 싶으면 자기에게 말을 하라고 한다.
사용 후 테이블 정리를 해주고 접시와 컵을 씻어서 깨끗하게 유지해 달라는 당부도 한다.
혹시 다른 순례자가 와서 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어주지 말고 초인종을 누르라고 말해주란다. 그러면 자기가 위층에서 내려 올 거라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1층 침대에서 자는 사람은 머리를 부딪힐 수 있으니 조심하란다.
ㅋㅋㅋ
내일 8시에 체크 아웃 할때, 배낭을 침대 곁에 두고 필요한 짐 만 가지고 나갔다가 12시에 다시 와서 체크인하면 된다고 한다.
비행기표가 마련 될 때까지 이 숙소에 머무르기로 했다.
'2소풍'에 가서 얼큰한 라면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다. 일요일부터 월요일 7시까지 영업 중지란다.
숙소 가까운 마트에서 컵 라면 하나 샀다.
'불닭발복음면'
숙소에서 물을 끓여서 넉넉히 부었다. 얼큰한 라면에 속이 확 풀린다. 바께트빵과 고추절임을 곁들여 든든하게 먹었다.
그리고 앱을 보지 않고 숙소 찾기 연습을 했다. 숙소와 부르고스 대성당과 공립 알베르게를 몇 바퀴 돌아 주변 지리를 익혔다.
그리고 햋볕 가득한 부르고스 성당 광장에 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그동안
숙소 걱정 하느라 새벽 같이 일어나 정신없이 걷기만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햇볕을 쬐고 있는 이런 시간을 다 누리다니...
이른 저녁을 숙소에서 먹고
1층에 있는 작은 성당으로 갔다.
6시에 성시간
6시30분에 로사리오 기도
7시에 저녁미사가 있다.
그동안 보아온 큰 성당과 달리 순례자는 별로 없고 지역 주민들(주로 할머니들)이 작은 성당을 가득 채웠다.
신부님은 리므콘으로 대형 화면의 그림을 바꾸어 가면서 재미있게 진행하신다.
미사 후에 도넛을 닮은 맛난 빵도 나눠주셨다.
3층에 있는 숙소로 돌아 왔다. 오늘은 우리 부부와 한국에서 온 27살 청년 세사람의 한국인이 이 숙소에 머무른다.
좀 썰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