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리고 눈물
임 재 문
나는 웃음을 좋아한다. 그러나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슬픈 장면을 보면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슬픈 장면에 그만 눈물을 흘릴 때면 아내는 딸아이에게 울보아빠 또 운다. 하고 놀려대곤 한다.
슬픈 장면을 보면 자연히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찌 할 것인가. 또 "꼭 한번 만나고 싶다."라는 푸로가 있다.
더러는 죽고 없어서 못나오는 사람도 있고, 수 십 년 헤어졌다가 만나는 가족들의 상봉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나도 몰래 눈물이 나와 견딜 수 없게 한다.
그런 눈물의 현장은 우리 교도소 안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처음으로 잘못을 저질러서 구속이 되어 첫 번째 면회를 와서 흘리는 눈물이 그것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눈물은 메말라가고, 나중에는 서로 웃으며 면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출정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어느 날 지독히도 추운 겨울날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멀리서 면회를 왔는데, 아들이 검사조사를 받으러 검찰청에 간 줄도 모르고 찾아왔다가 만나지도 못하고, 아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눈을 주고 앉아 하염없이 그 아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있었다.
나는 그 할머니께 날씨도 춥고 아들이 조사가 끝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여기서 만날 수도 없으니 집에 가셨다가, 내일 다시 와서 면회를 하시라고 이야기했건만 할머니는 막무가내였다.
끝나면 잠깐 먼발치에서 얼굴만 보고 갈 수만 있어도 좋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흰눈은 소리 없이 내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의 머리 위에도 옷 위에도 흰눈은 내리고 있었다. 아들은 사소한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구속이 되어 검사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흰눈을 맞으며 기다리던 할머니의 보람이 있어서인지 그 날은 보통 때보다 약간 먼저 검사조사가 끝이나 포승줄로 시승을 한 아들이 고개를 떨구고, 걸어나와 호송차에 오르자, 할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왈칵 쏟아내고 있다.
눈발이 날리는 곳에 홀로 서있던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가고싶다는 듯이 서서히 움직이는 호송버스를 따라 달려오며, 그렇게 서럽게 우는 것이다.
그 날 나는 출정과장이고, 또 그런 광경을 한 두 번 목격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 날은 묘하게도 청승맞게 내리는 눈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할머니를 통해 내 어릴 적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서인지, 나도 자꾸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관복을 입은 제복 공무원이고, 출정 총 책임자로서 감정을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러는 것일까?
나는 교도소에 돌아와 호송버스에서 내려 이상유무 보고를 마치자마자 화장실을 찾아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실컷 울어버렸다. 참았던 눈물이 아마 수돗물 보다 더 많이 쏟아졌으리라.
그 할머니도 아들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발길을 돌리며 한없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려야 했으리라.
2007년 강릉교도소 복지과장 정년퇴임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현재 의왕시 삼동 거주
010-4020-0769
필자주 :이글은 제가 춘천교도소 출정과장 당시 쓴글입니다.
한국수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을때였구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첫댓글 눈물,,,,참으로 고귀한 것입니다,,,주님앞에 흘리는 참회의눈물,,,회개의눈물 저도 더 흘려야 겠읍니다,,,,눈물의 고귀함,,,
저는 울보랍니다. 그러나 주님앞에 흘리는 눈물은 부족한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