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물건이나 획득한 성과나 업적 등과 같은 나의 존재를 구성하지 않는 것 말고, 나의 본질과 존재 자체를 놓고 생각할 때 죽고 난 이후에도 그것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족할 것이 무엇인지요? 그런 것들은 우리 자신의 내면의 됨됨이에 따라 결정이 되겠지요? 예를 들면 우리가 가진 인생관, 옳음에 대한 확고한 신뢰, 사람에 대한 사랑 등등 소위 형이상학적 가치를 가진 것들입니다. 그것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초대교회의 순교자 가운데 여성들은 특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여성이 당해야 하는 사회적인 불이익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들이 신앙을 지켜내기에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고통에 대해서 남자보다 여성들이 더욱 약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여성들 가운데 특별히 동정을 지키려고 하다가 순교를 한 분들은 더욱 추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듯이 성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적 본성에 따른 하느님의 선물로, 성의 선물을 자신을 삶을 봉헌한다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자연적 본성에 따라서도 힘들고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이해된 시절이기에 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정이며 순교를 한 성녀들은 높이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초기 로마 교회 순교록에서는 네 분의 성녀를 높이 기립니다. 성녀 아녜스, 성녀 루치아, 성녀 체칠리아 그리고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녀 아가타입니다. 이분들 모두 동정을 지키기 위해 순교를 할 수밖에 없었던 분들이고, 목숨을 내어 놓는 순교를 가장 기꺼이 받아들였던 분들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가장 소중한 형이상학적 가치가 무엇인지 여쭈어보았습니다. 이 동정 순교자들은 신앙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이 신앙은 다른 형이상학적 가치와는 다르게 실천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단순히 조언 정도의 도움 정도가 아니라 따라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줍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것,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 것, 세상을 밝히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닦으면서 살 것, 도덕률과 양심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눈을 가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을 제대로 할 것 등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자신도 사랑하고, 가정도 사랑하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모든 사회를 사랑할 것을 알려줍니다. 가끔씩은 세태에 역행해야 알아 볼 수 있는 진리도 가르칩니다.
아가타 성녀와 많은 순교자들은 신앙 때문에 순교하였습니다. 동정과 순교라는 두 가지 화관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화관의 근거에는 신앙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은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보이는 사람들을 “깊이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하는 방식을 알려줍니다. 이런 사랑의 방식을 거부하는 세상에 대해 아니라고 말한 것이 순교이고 동정으로 표현이 된 것입니다. 순교도 동정을 지키는 것도 모두 우리의 본성에 어긋납니다. 누가 죽고 싶고, 누가 사랑받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사랑하면서 오랫동안 잘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사람다움은 하느님을 닮아 사는 우리의 모습인 신앙에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신앙이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사제들이 의로움의 옷을 입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환호하게 하소서.”(화답송 중에서)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