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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무사 268 우는 거지
장추삼들이 부리나케 쫓아간 곳은 마을 외곽의 관제묘였다.
"여기가 그 거지노인을 보았다는 곳인가?"
"그런 듯하오. 문제는 아이의 말대로 그 노인이 가끔 온다는 것이
니."
청민의 말인즉슨 관제묘에 공을 드리러 가족과 왔다가 심심해서 사
당 주위를 돌아다니던 와중에 그 울보 거지노인과 만나게 되었다는 거
다.
그 뒤로도 두어 번 더 만난 듯했지만 거지와 어울리는 것을 안 그의
부모가 마을 외곽으로 나다니는 것을 막은 모양이었다.
"그럼 마냥 기다려야 하는 거야?"
"방법이 없잖소."
투덜거리던 장추삼이 에라, 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북궁단야도 검을 조용히 내려놓고 엉덩이를 붙였다.
"하 형도 앉아."
"아니, 난 주위를 좀 돌아보고 오겠소. 혹시라도 모르니까."
"어?"
장추삼이 손을 뻗기도 전에 하운이 사당을 나섰다. 이렇게 되자 관
계 껄끄러운 둘이 남게 되었다.
'우~ 이건 아니야!'
바늘방석에 앉으라면 앉겠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앉아 있지 못하겠
다. 하운이 나간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숨이 턱턱 막혀오고, 손바닥에
땀이 찬단 말인가.
'끄응~ '
엉덩이를 들썩이던 장추삼이 슬쩍 몸을 일으켰다.
"저, 나도 주위를 좀 둘러....."
"앉아."
"아니, 하 형을 도와서 주위를 살펴......."
"앉아."
이 남자는 실체화시키기 명수인가 보다. 저번에는 검기를 실체화시
키더니 이번에는 말을 실체화시키고 있다.
무언의 압박감이 양쪽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눌러 엉거주춤한 상태
그대로 주저앉은 장추삼이 이리저리 눈을 굴려 사당 전체를 살펴보았
다.
솔직히 북궁단야의 눈을 피했다는 것이 옳지만.
"어이구, 저 수염 좀 봐. 미염공이라는 말이 거저 나온 게 아니구
나!"
"한두 번 보나?"
쓸데없는 능청에 여지없는 응징.
또다시 말이 없어진 장추삼이 먼 산을 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데 북궁단야가 슥 고개를 돌렸다.
뜨끔!
"정직하게 대답해라."
"뭐, 뭘 말이오?"
"정직하게 대답해라."
'같은 말 반복하기가 재미있나?'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먄 궁시렁거리던 장추삼이 애써 고개
를 끄덕였다.
"만나게 된 계기가 뭐냐?"
"에?"
장추삼의 반문에도 북궁단야는 여전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만
있었다.
"아, 그러니까 설 소저가 친구 녀석이 하는 고서점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그 뒤로 술집에서의 일을 듣기 좋게 둘러대던 장추삼이 북궁단야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설의 음주 사실을 쏙 빼버렸다.
그게 여러모로 좋을 듯해서.
"답답한 일이로군. 아무리 명소라고 해도 생면부지의 남자와 술집
에 드나들다니, 강호행 일 년이 아이를 아주 망가뜨렸어."
'그럼 그쪽은 절반쯤 망가진 상태로구먼?'
하필이면 그런 고서점을 택하다니, 하고 한숨을 쉬던 북궁단야가 주
먹을 쥐고 왼 손바닥을 탁탁 치며 고개를 돌렸다.
"뭐 좋다. 그건 넘어가기로 하자. 이번 질문은 정직하게 말
해라."
'그럼 여태까지는 거짓말인 줄 알았냐!'
"우리 설이가 남장 여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
"어떻게 알다니? 아니, 그럼 여자랑 남자도 구분하지 못하는 거요?"
"그 말뜻은......"
"말뜻이고 뭐고 척 보면 알지, 그걸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있냔
말이오. 뭐 덩치가 말만하고 화포 같은 소리로 꽥꽥 짖어대는 제삼의
인간형이 아니라면 바로 알아보는 거지."
척 보면 모르는 북궁단야가 한숨을 뱉었다.
이놈은 처음부터 설이 여자라는 걸 알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리 쉽게 뚫릴 변장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다.
흠을 잡을 건덕지는 없는데 왠지 얄밉다. 특히나 저 뻔뻔한 면상은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크게 숨을 몰아쉬어 감정을 다스린 북궁단야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여태까지의 질문은 어차피 요식 행위다.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할 때가
왔다.
"우리 설이... 어디가 좋나?"
"전부 다요."
나, 자가 나오기도 전에 즉각적으로 대답하고는 쑥스러워서 장추삼
이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이건 진심이었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전부 다 좋다면서 울리나?"
"내가 울린 게 아니오! 직접 물어보시구려!"
가슴을 탕탕 치던 장추삼이 북궁단야의 서늘한 눈에 또다시 꼬리를
내렸다. 그래도 한마디 쭝얼거림으로 억울함을 대신했다.
"나중 되면 내 심정 알게 될걸."
"네 걱정이나 해라."
코가 떨어져 나가라 콧방귀를 날려주려다 설을 생각해서 눌러 참은
장추삼이 할 일도 없고 해서 잔풀을 찍찍 뜯었다.
이럴 때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흘러간다. 좋은 사람하고 함께라면
쏜 살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세월이거늘.
"네 녀석의 실체를 아는 이가 우리 가문에서 나 하나라는 것이 답답
하구나."
나의 가치를 모르는 눈 삔 인간이 누구의 가문에서 하나밖에 없겠
지.
아아,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가. 그러나 장추삼은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
사랑이 뭔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기대했던 깐죽거림이 돌아오지
않자 북궁단야 역시 말문을 닫았다. 뭐든 대거리만 했으면 여지없이
밟아줬겠는데.
문득 장추삼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데 첫 강호행, 두 번째던가, 아무튼 그때 말이오."
반격해 줄 거리가 있다!
"음?"
북궁단야가 고개를 돌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가가호호 뒤지면서 알아보았던 인물들 거의
다가 율법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 살해되었잖소?"
".......!"
북궁단야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당황감이 어렸다. 내심 쾌재를 불
렀지만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장추삼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연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비천혈서에 대해
서도 굉장한 관심을 보이던데 구파의 사람도 아니고 그쪽에서 무학을
사사받은 선조가 있었던 적도 없는 듯하니 알 도리가 없구려."
"알 필요 없다."
"물론 알 필요 없겠지. 그런 방법으로 우리가 아는 부분만 쏙쏙 뽑
아가고 자신의 정체나 정보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으니 이보다 불공평
한경우가 어디 있겠소?"
연이어 퍼부어지는 장추삼의 공세에 얼음과도 같았던 북궁단야의
평정도 깨졌다. 반박할 말도 없는 것이 요 심통의 말 가운데 틀린 점이
라곤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의 당혹감을 즐기면서 실실 웃던 장추삼이 느긋한 목소리로 덧붙
였다.
"설마 무림을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오?"
"말이라고 다말이 아니다!"
북궁단야의 일갈은 가슴 섬뜩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장
추삼의 장난기는 그 말에 가일층 탄력을 받아 마구 튀는 상태였으니까.
"호오, 그럼 더 더욱 이상하지 않은가? 구파의 사람도 아니고 그렇
다고 무림을 어떻게 해보려는 야욕도 없다. 그러면서 비천혈서의 행방
은 쫓는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빈정거리며 기분 좋게 웃던 장추삼이 북궁단야를 곁눈으로 슬쩍슬
쩍 훔쳐보다 입가에 그려놓은 미소를 그대로 동결시켰다.
"서, 설마 모른다는 거요?"
"음......."
북궁단야의 곤혹스러운 표정, 그건 자신도 일의 전말을 모르고 있다
는 증거다. 아니, 전말은커녕 해야만 하는 이유조차 모르고 있는 눈치
아닌가.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나도 답답하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그게 무슨 꼴이오, 라고 말할 분위기가
아니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장추삼이 고개를 푹 숙였다.
놀리기 작전은 실패다. 본인도 모르는 일을 가지고 흠을 잡을 만큼
한심한 인간은 아닌지라 장추삼은 맥이 다 빠졌다.
"그래도........"
그의 말은 소리없이 들어선 하운에 의해 가로막혔다.
[쉿!]
누구에게 보낸 전음일까. 장추삼은 자신이라 알았고 북궁단야도 자
기라고 알았다. 왜냐하면 들렸으니까.
[우리는 운이 좋은 듯하오.]
이번에도 둘은 자신에게 보냈다고 생각을 했다. 전음을 둘 이상의
상대에게 동시에 나눠 보낼 고수는 흔치 않으니까.
"가끔 나타난다는 그 노인께서 이리로 오고 있다오. 일단은 몸을 피
하는 것이 좋겠소.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니까
말이오."
후다닥!
동시에 몸을 날려 구석으로 은잠을 한 북궁단야와 장추삼이 순간 놀
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전음을...."
"... 들었나?"
전음은 일 대 일의 비밀 대화 수단이다. 공기를 울려 원하는 상대방
의 귀에만 진동을 전달하는 고난이도의 공부이기 때문에 공력의 소모도
소모려니와 장기간 사용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그런 전음을 동시에 두 명에게 전달했다는 건.....'
장추삼은 문득 소림 방장이 시전했던 육합전성을 떠올렸다. 말 그대
로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울려 어디서 목소리를 보내는지 모른다는 절
정의 음공.
그 위의 공부가 육합전음(六合傳音)이라고 들었다. 전음을 두 명 이
상에게 동시에 보낸다는, 그야말로 전설상의 경지.
그리고 지금 그걸 자연스레 구사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눈앞에.
둘의 경악이 표출될 사이도 없이 사당 문이 열리며 늙은 거지 하나
가 비틀비틀 들어섰다. 봉두난발에 술병을 입에 박은,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지였다.
그는 사당을 들어서자마자 되는대로 엉덩이를 붙였는데 몸에서 나
는 악취 때문이 아니라 그걸 누를 정도로 짙은 술 냄새 때문에 은신해
있던 세 청년은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후아~"
노인은 세월만큼이나 젖은 눈동자로 멀거니 관운장의 제단을 바라
보다 품을 뒤져 낡은 향 서너 개를 꺼내 들었다.
"오늘도 올릴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습니다그려."
향에 불을 붙이고 세 번 절을 한 그가 제단에 예를 다하고 다시 주저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목젖이 파도를 치고 그에 따라 노인의 눈은 한층 깊어져만 갔다. 너
무도 깊어서 절대로 돌아 나오기 어려운 곳으로 한없이 빠져들던 그의
눈에서 어느 순간 한줄기 눈물이 맺혔다.
"으흐흐....."
저리 서러울 수도 있을까. 거지노인의 울음은 결코 입에서 터져 나
오는 것이 아니었다. 심연의 밑바닥, 가슴 한가운데에서 소용돌이처럼
말아 올려진슬픔을 눈과 입이라는 수단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흐흐흐........"
귀곡성처럼 그렇게 슬픔을 뇌까리던 그가 술병을 기울이다 남은 술
이 없음을 확인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냥 미친 노인 아냐?]
[그냥 미쳤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한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연없는 거지가 어디 있어? 날 때부터 거지가 아니라면 말이야.]
장추삼과 북궁단야가 전음으로 말을 주고받는 동안 하운은 거지노
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사연과 한이 쌓인 미친 거지는 많아도....'
그가 살짝 걸음을 옮겼다. 은잠을 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
인이라면 결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은밀하게 뗀 한 발.
"누구냐!"
술에 취해 비틀거린 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며 노인
이 일어섰다.
번쩍!
방금 전까지의 피곤과 슬픔은 어디로 갔는지 거지노인의 눈에서는
줄기줄기 신광이 번뜩였는데 저 정도의 눈빛은 아무나 가질 성질의 것
이 아니었다.
"귀신이라면 꺼지고 사람이라면 썩 나설 것이다! 비록 늙고 추레한
거지라고 하나 네놈 하나 정도는 감당할 힘이 있다!"
셋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노인이 철저한 침묵에 눌려 뒷목을 벅
벅 긁으며 주저앉았다.
"늙었구나.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 걸 보니! 죽을 때가 다 된 게야!"
클클 웃으며 다시 엎어지던 노인이 그야말로 번개처럼 튀어 올랐다.
"네 이노옴!"
어느새 꺼내 들었는지 막대기를 오른손에 움켜쥔 노인의 기세는 그
야말로 고수의 풍모를 풍겼기에 기습당한 하운도 태만하지 않고 침착
하게 응대했다.
"잠시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쥐새끼와 말을 나눌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네놈이 어디의 사
주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오늘이 명년 네 제삿밥 먹을 날이니라!"
그의 막대기는 평범한 것이었으나 내려치는 각도와 힘이 예사롭지
않았기에 하운 역시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했다.
"노선배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것에는 깊이 사과를 드리겠으니 일
단 말을 좀 나눴으면 합니다."
"그리 말하라고 시키더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치졸하기 이를 데가
없구나!"
붕~ 붕~
작은 사당 안에서의 공방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둘은 사당 이곳
저곳을 누볐는데 북궁단야와 장추삼은 다행히도 천장의 대들보 위라
노인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놈의 목을 딴 후에 기다리도록 하자!"
쀼루퉁!
지켜보던 장추삼의 볼이 부풀어 올랐다. 이건 그가 행동을 개시하겠
다는 신호였으나 불행히도 한 박자 빠른 이가 있었다.
툭.
싸움의 한가운데 아무 일 없다는 듯 떨어져 내린 북궁단야가 거검을
꺼내 노인에게 불쑥 내밀었다.
"목을 따려면 그런 걸로 되겠습니까? 이 정도는 돼야 할 텐데."
동작을 멈추고 둘을 번갈아 보던 노인이 장탄식을 터뜨렸다.
"조력자가 있었다는 게냐? 오냐, 두 놈 다 덤벼라!"
"이해가 안 되네."
역시 툭 떨어져 내린 장추삼이 노인의 경악에 젖은 얼굴을 무시하고
투덜거렸다.
"아니, 잘 드는 칼까지 공짜로 준다는데 무슨 조력자 타령이야?"
태연한 그이 말에 노인이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를 질러댔다. 둘까
지는 어찌해 보려 했는데 셋이라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일까.
"이, 이놈등들이 좋다, 몇이 더 있는 게냐! 모두 나서라!"
"셋이라고요, 이게 다니까 그만 소리 질러요. 목청도 좋네, 정말."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은 장추삼이 노인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보냈
다.
"이놈아!"
"나도 내가 놈이라는 정도는 잘 아니까 그만 부르고 어서 앉기나 해
요. 목청은 아껴두었다가 구걸할 때나 사용하고."
태연한 그의 말에 하운과 북궁단야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
다. 이렇게 되고 보니 노인 호자 뻘쭘하게 서 있는 격이라 그 역시 콧
방기를 뀌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냐!"
"수작은 얼어죽을. 노인도 우리가 나쁜 마음을 품지는 않았다는 것
정도는 바로 알았잖소. 그만 징징거리고 이거나 마시시오."
그가 술 한 병을 던져 주자 징징거린다는 말에 발작을 하려던 노인
이 술병을 흔들어보고는 그 양에 만족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거지노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으
니 그건 바로 가득 차지 않은 술병과....
"네놈들은 어디서 온 거냐? 나를 찾아온 건 맞느냐? 그렇다면 이유
가 무엇이냐? 여기를 일러준 놈이 누구더냐? 남김없이 고해라!"
"아따, 한 가지씩 합시다."
장추삼이 손을 내젓자 으르렁거리던 노인이 말을 멈추고 술 한 잔을
하며 슬며시 세 청년을 훑어보았다.
'어디서 이런 녀석들이 튀어나온 거지?'
흥분해서 몰랐는데 차분히 살피자 세 청년의 범상치 않은 기도를 느
껴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 기척을 흘린 이는 그 기도가 물과도 같고 구름과도 같아서 마
주 대하기 어려웠고, 검을 내밀던 청년은 서릿발 같은 기세를 온몸에
두르고 있어 호북성 전체라도 반으로 가를 듯하지 않은가.
그리고 세 번째 녀석.
'뭐야, 이거?'
입맛을 다시면서 딴청을 부리는 녀석을 보자니 뭔가 치밀어 오르는
데 그 정체를 모르겠다.
"저희는 호북 양양의 복룡표국에서 표사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복룡표국? 얼마 전에 무림첩받았던 그 복룡표국?"
역시 거지들의 정보력은 최강이다.
복룡표국 표사들이라는 말에 한결 누그러진 얼굴로 노인이 술을 들
이켰다. 적어도 방금 전과 같은 적의는 흘리지 않았기에 소개를 한 하
운 역시 얼굴이 나아졌다.
"그래, 대무림맹과 맞섰던 천하의 복룡표국에서 보잘것없는 거지에
게 무슨 볼일인가?"
"특별히 노인을 찾아온 건 아니오."
장추삼이 쑥 나서자 거지노인이 어이없는 얼굴로 반문했다.
"뭐?"
"특별히 노인을 찾아온 게 아니라니까? 우리는 노인의 이름이나 기
타 아는 게 전혀 없단 말이오."
"그럼 뭐야?"
"뭐긴, 어쩌다 보니 노인의 얘기를 듣게 되고 그래서 말 좀 나눌 요
량으로 여기 온 거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조금씩 보이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누가 노부에 대해 언급했느냐!"
거지노인이 나름대로 최대한 무게 잡고 말을 꺼냈지만 장추삼은 픽
웃어버렸다.
"노인 바보요?"
"뭐?"
"바보냐고, 그걸 내가 말할 것 같아서 물은 거요? 순진한 거야, 아니
면 그냥 바보야?"
문득 거지노인이 인구에 회자되는 소문들을 반추했다. 무림첩과 복
룡표국, 그리고 어떤 청년들에 관해.
"쓸데없는 소릴랑 관두고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을 말하리다. 그
건......."
"잠깐!"
버럭 소리를 지른 노인이 일어서서 장추삼들과의 거리를 두었다.
"이제 너희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 깜빡 속을 뻔했지 뭐냐!"
"엥?"
갑자기 풍기는 적의에 장추삼뿐 아니라 두 청년도 당황했다.
"요즘 두각을 나타낸다는 강호의 세 별, 강호삼성이 분명 너희들이
렷다. 맞느냐?"
"맞기는 한데 왜 열을 내고 그러오?"
"뻔뻔하기는.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고 노부가 속을 줄 알았더냐!"
"뭔 소리야?"
후다닥!
장추삼의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사당 문을 박차고 뛰쳐나간 노
인이 고함을 질렀다.
"힘이 없어 피하나 결코 두려워서는 아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의 마지막 말에 담긴 애조에 좇아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청히
앉아 있던 장추삼들이 노인이 완전히 사라지자 서로를 돌아보았다.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
"난 아냐! 난 실수한 거 없다고!"
그의 시건방진 말투가 걸리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이라면 말이 되지
않은다. 기분이 나쁘다고 도망갈 이유가 없으며 무엇보다 강호삼성이
라는 것에 반응을 보였으니까.
"너 어디서 거지들 두들겨 팬 적 있냐?"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한심하기 그지없는 말이라서 얘기를 꺼낸 북
궁단야가 고개를 치켜들고 입술을 깨물었다.
거지와는 사이좋다고 빽빽거리는 장추삼의 외침따위는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하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침울해져 손을 늘어뜨린 하운의 모습에 왠지 모를 연민과 답
답함이 교차하여 노인이 두고 간 술병을 집어 든 북궁단야가 아무 말
없이 병을 내려놓았다.
취기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건.
서서히 어둠이 찾아왔지만 사당 안은 달님까지도 삼켜 버릴 침묵으
로 뒤덮여 있었다. 어둠을 사를 한줄기 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에 셋의 침묵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져만 들었고 그 와중에 하운의 눈
빛이 간혹 빛을 발했으나 이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균현의 객잔은 비교적 깨끗했기에 장추삼은 만족한 얼굴로 잠자리
에 들었다. 생긴 거와 다르게 숙식 문제만큼은 유난을 떠는 그인지라
조금 비싼 돈을 주고라도 아름난 객잔에 여장을 푼 것이고 다행히 투
덜이는 일찍 꿈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저 모습을 보자니 강호삼성 가운데 가장 괴이하다는 괴성이 아니라
태성(怠星)쯤으로 별호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태성... 침까지 흘리며 코를 고는 장추삼은 북궁단야의 말대로 게으
른 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사라미 장 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소. 허허실실(虛虛實實)이란 그야말고 장 형을 위해 존재하는 말 같
구려."
창가에 머리를 내밀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던 하운이 장추삼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뇌까렸다.
사건을 이끌기보다 원하지 않아도 사건과 맞닥뜨리는 사람.
"이제 어떻게 하나."
하운의 말에 북궁단야 역시 답답해져서 탁자에 놓인 물을 따라 마셨
다. 단서를 쥐고 있는 편에서 접촉 자체를 거부한다면 방법이 없는 일.
"미안하게 됐소. 나 때문에 일이 그르쳐졌으니."
"반드시 하 형 때무이라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따르오. 아직 그 노
인과 얘기다운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그저 도망갔다는 이유만으로
무엇을 설명하겠소?"
그의 말에 하운이 의자로 가서 털썩 앉았다.
"말은 고맙지만 나 역시 전후 사정 정도는 살필 줄 안다오. 그 노선
배께서는 누군가의 방문을 병적으로 두려워하고 있었소. 문제는 우리
들 가운데 누구도 어떤 세력권과 관계된 사람이 없었다는 거요. 물론
나를 제외하고."
"........"
하운의 말은 토를 달 여지까지 막아버리는 것이어서 북궁단야도 턱
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그리 두려울까.
"아무튼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오. 호굴에 들어와서 돌아다니는 겨
이니 언제 훼방꾼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오."
"음."
고개를 끄덕이는 하운의 어깨가 왠지 처져 있었기에 북궁단야가 그
의 팔을 힘주어 잡았다.
"그래도 힘냅시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않소?"
"힘을 내기는 내야 할 텐데...."
쿠르릉!
갑자기 지축을 흔드는 괴성이 들려 두 청년이 깜짝 놀랐다.
"어라?"
"저 녀석, 이제는 신경지를 개척하는군."
장추삼의 코 고는 소리는 이제 거의 음공화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
다.
"괴성(怪聲)의 탄생이로군."
망연한 북궁단야의 말에 하운도 씁쓸하게 웃었다. 둘은 오늘 저녁이
매우 길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방을 따로 얻지는 않았다.
어차피 불면이라면 괴성이 지르는 괴성을 들으며 지내는 편도 나름
대로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떻게 하긴! 다시 찾아야지!"
"무슨 재주로 찾는다는 거요? 그 노선배의 거주지가 정해져 있는 것
도 아니고 우리가 균현의 지리에 능통하지도 않은 실정인데?"
"그래도 뒤지다 보면 나와!"
바락바락 우기는 장추삼을 보며 하운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무대포의 전형이라는 건 예전에 알았지만 이건 거의 막가자 주의 아닌
가.
옆에서 팔짱을 끼고 둘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북궁단야가 하운
을 살짝 불렀다.
"그렇다고 별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잖소? 녀석의 말대로 일단
부딪칠 도리밖에는."
"여기가 청빈로처럼 작은 지역도 아니고, 우리가 길을 아는 것도 아
닌데 무슨 재주로 그분을 찾겠다는 겁니까? 무리라고 보오."
"그럼 어쩌자는 거요?"
둘의 소근거림을 무시하고 장추삼이 객방 문을 소리나게 열어젖혔
다.
"말만 한다고 감이 나와, 배가 나와? 목마른 놈이 우물을 찾는 법이
라고!"
시근덕거리며 객잔을 나서는 장추삼의 뒷등을 멀거니 바라보던 두
사람도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다. 어떤 희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렇다고 객방에서 세월이나 죽일 만큼 남아도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벌써 하루를 보냈다고 태평로의 전경이 이제 제법 익숙했기에 장추
삼의 발걸음은 어제보다는 훨씬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날다람쥐가 따로 없군."
"그래서 청빈로의 장추삼이 아니겠소."
사람들과 자주 부대끼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람.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
서 늘 웃을 수 있는 사람.
지나가는 행상이나 가판상인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괜히 너스레
를 떠는 장추삼을 보며 두 사람은 딴청을 부려야 했다.
끼어들기에는 어색하고 외면하기에는 미안한 감이 있었으니까.
"우하하하, 이건 조금 비싸지요. 우리 청빈로로 와보시라니까? 이
정도의 물건은 발에 채일 만큼 돌아다닌다니까? 얼레? 이 아저씨가 사
람 말을 안 믿네?"
"오, 이 정도로 맛난 탕을 가판에서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운이 좋은
날이로군. 뭐요? 지금 나더러 금칠한다고 했소? 이 아줌마가 장난하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음식에 관한 한 염라대왕보다도 냉철한 잣대
로...."
그리 많지 않은 상인들이어서일까?
장추삼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면 족족 다가가서 때론 흥정을 하고 때
론 맛을 보면서 얘기를 붙였다. 물론 그의 속내가 어디 있는지는 짐작
이 가능했으나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곧 소문이 나겠군."
"다른 방도가 없으니 두고는 보겠는데 내일까지 원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이곳을 뜨는 편이 낫겠소이다."
이때 장추삼이 양손 가득 탕이며 유과며 잔뜩 사 들고는 둘에게 나
눠 주며 실실거렸다.
"이건 인간적으로 맛있더라고. 청빈로의 양고모도 탕 하나는 일류숙
수 급이라고 자부하던데 이거 먹어보니까 명월 앞의 반딧불이더라고.
전에 한번 먹어본 맛을 여기서도 맛보다니. 오늘 재수가 좋을 거야!"
"지금 탕이나 먹을 때가 아니잖소."
하운이 탕을 받아 들며 인상을 쓰자 장추삼이 그의 등을 탕탕 두드
렸다.
"뭔 소리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잖아. 자자, 어서 들어보라고."
"허... 참."
북궁단야도 한 접시 받아 들고는 한숨을 쉬다 가져온 성의 가 괘씸해
서 한 수저 입으로 밀어 넣었다.
".......!"
".......!"
억지로 한 수저 먹은 두 청년의 안색이 싹 바뀌었다. 그저 너스레라
생각했거늘 장추삼이 내민 탕의 맛은 일반적인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 아닌가.
"어, 어찌 이런 맛이?"
"앵속(罌粟)이라도 넣은 거 아냐?"
음식에 관해서는 호불호 자체가 없는 북궁단야의 입에서까지 양귀
비를 넣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건 장추삼이 가져온 탕이
정말로 맛잇다는 반증일 터.
그들의 반응에 적이 만족한 장추삼이 고개를 숙이는 시늉을 하며 빠
르게 속삭였다.
"이건 일반적인 사람들이 낼 수 있는 맛이 아니야. 나도 여태까지
딱 한번 맛을 봤었지."
일반적인 사람들이 낼 수 있는 맛이 아니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탕의 재료를 봐서 알겠지만 그냥 이것저것 되는대로 넣은 잡탕에
불과하다고. 그런 재료로 이런 맛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하나 있지.
누군지 알겠어?"
정신없이 탕을 먹던 둘의 수저가 나란히 멈췄다.
"혹시?"
"그렇군!"
"구파에서 문전박대 열심히 당하다가 하루는 춥고 배고파서 다리 밑
에서 졸다가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거지노
인들이 탕 한 사발을 내놓더군. 그리고 표표히 사라졌는데 직감적으로
그들이 어떤 거지인지 알겠더라고. 무엇보다 그날 먹었던 탕의 맛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지."
빌어먹는다고 해서 개방 사람들이 맛없는 꿀꿀이죽이나 먹으면서
연명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비록 찌꺼기라고는 하나 그들은
일반인들보다 폭넓은 음식을 제공받는 사람들이었고 몇백 년의 시간
동안 그런 재료들로 그들만의 조리법을 창조해서 음식을 조리해 먹었
던 거다.
개방의 탕 한 그릇이면 사흘은 배가 부르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
니었던 것이다. 또한 개방의 거지들 가운데 구걸받은 음식을 그 자리
에서 먹는 이가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조리법 때문임을 알게 된 하
운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전통이란 무서운 것이다. 무공이나 예의뿐 아니라 말 한마디,
음식 하나에도 그들만의 전통이 배어 있었고 그것은 상록수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몰락이라는 그림자 속에서도.
"그 말은 이 근처 어딘가에 개방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말이거든.
노인네가 동네를 떠나지 않고 배회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할 말을 다 한 듯 고개를 쳐든 장추삼이 북궁단야와 하운의 손에서
빈 접시를 받아 들고 태연하게 반납했다. 노점상에게 공치사 몇 마디
로 표정 관리를 잊지 않은 그가 빙글 몸을 돌리자 하운과 북궁단야도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은 길가의 끝에 위치한 소로였는데 짚더미와 기타 버려진 목재
등으로 막혀 있어서 언뜻 보면 사람들의 통행이 불가능해 보였다.
뒤편으로의 어둠 역시 인적을 끊는 요소로 작용함이 물론이었지만
이런 완전한 조건 자체가 부자연스러워서 두 청년은 정면을 보는 척하
면서도, 소로의 암흑으로 안력을 돋웠다.
"인기척이 분명하군."
"저런 어둠을 벗 삼아야 한다면?"
유과 하나를 으적 씹으며 장추삼이 히죽 웃었다. 적어도 이제 정신
나간 땡칠이처럼 동네를 배회하지 않아도 될 듯했기에.
"당장 방문한다는 건 무리겠지?"
장추삼의 전음에 하운이 넌지시 발길을 돌리며 손짓했다.
"노점상이 나와 있다는 것은 개방의 눈과 귀가 아직 우리를 주시한
다는 얘기일 테니 시간을 둡시다."
하릴없이 걸음을 옮기던 장추삼들이 어떤 시선을 느낀 건 맛난 탕을
사 먹고 한 시진이 채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거 봐라?"
"내색하지 마시오."
쫑긋 눈썹을 올리는 장추삼을 만류하며 하운이 걸음을 재촉했다. 이
런 대로에서 충돌이 벌어진다면 여파도 여파려니와 행동에 제약이 따
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체 누가?
"노점 앞에서 내가 뭐 실수한 거라도 있어?"
"그걸 따질 계제가 아니다. 이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일을 추진할 건
지, 아니면 잡아서 입을 막을 건지를 결정하는 편이 생간적일 거다."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북궁단야가 인상을 구기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방식대로 처리하지 뭐."
우리 방식?
북궁단야와 하운이 어리둥절해할 때 뭐가 그리 신났는지 콧노래까
지 부르며 장추삼이 통통 뛰어갔다.
"어디 가는 거요?"
"어디긴? 우리 방식이 어울리는 곳이지."
"대체 그 우리의 방식은 누구의 방식인 거냐?"
허탈한 북궁단야의 질문도 장추삼의 콧노래를 멈추지 못했다. 한술
더 떠서 그는 손짓으로 장난까지 치는 형편이었으니까.
"에이~ 알면서~ "
뭘 알아, 임마!
소리 질렀으면 좋겠는데 지켜보는 눈 때문에 그저 한숨으로 답답함
을 대체한 북궁단야가 하운을 바라보자 그도 어깨를 들어 올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장추삼만이 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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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