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강론 : 예수의 제자가 되려면(루카 14,25-33)> (9.4.일)
1.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십자가의 신비를 드러내시는 하느님 아버지,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주님께서는 놀라운 방법으로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 주시고, 교회가 성장하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았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세계교회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평신도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의 후손답게 그분들의 삶과 신앙을 철저히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 아울러 오늘은 우리 본당이 설립된 지 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제가 포항 문덕본당에 있을 때, 동기신부인 소요한 신부가 미국 교포사목을 마치고, 이곳 백천본당에 초대신부로 부임한 날이 9월 4일입니다. 소 신부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자주 왔었고, 주보성인도 똑같습니다. 제가 소 신부에게 당부해서, 화환이 성전 입구에 도착해있습니다.
본당 설립 15주년 기념으로 축가 한 곡 불러볼까요? 박수 힘차게 치면 불러보겠습니다. 제목은 ‘하느님 당신은 나의 모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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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신비로, 이 세상 우리를 구원하신 분.
오, 주여 가까이. 오, 주여 가까이. 나의 맘에 내려오시어.
☞ 죄 많은 인간이 무엇이기에, 오, 주여 이토록 돌보나이까.
하느님 당신은, 하느님 당신은, 나의 전부 되시도다.
하느님 당신은 나의 힘, 나의 기쁨 되시니,
나는 하느님 당신의 몸, 가장 귀한 도구되리라.
나의 주시여, 나의 하느님, 당신은 나의 구세주.
하느님 당신은, 하느님 당신은, 나의 모든 것 ☜
3. 본당 설립 15주년을 더욱더 뜻 깊게 보내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했었습니다. 성모동산을 꾸미고,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문 안내판을 만들어 비치했습니다. 또한 쉬는 교우들을 위한 편지를 만들어 보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48명이 견진성사를 받았고, 교중미사 직전에는 주보성인상 축복식을 했습니다. 15년간 햇볕과 먼지, 비바람에 고생하신 주보성인상을 안전하게 모시고 싶었습니다. 아울어 15년간 본당신부가 7번 바뀌는 과정에서 심신이 지치고 상처받은 교우들을 위해서 이콘 전시회를 마련했습니다. 성모님을 통해 회복하고 치유 받아 용기백배해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설립 15주년 기념잔치는 9/17(토) 저녁미사 후에 치맥파티 겸 장기자랑으로 하겠습니다. 그날과 그 다음날 주일에는 기념 타올을 1장씩 드리겠습니다. 400장 맞췄으니까 주일미사에 오신 교우들뿐만 아니라, 쉬는 교우들에게도 선교용으로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4. 어떤 학교에 테니스부와 골프부가 있었는데, 운동부 학생들이 운동을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밥 먹고 하루 종일 테니스와 골프만 했기 때문에 손은 굳은살로 덮여 있고, 운동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목표를 도저히 이룰 수 없습니다. 그래도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즐겁게 운동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투신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대강하면 목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목표 중에서 하느님나라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목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5. <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 책에 나오는, 수원교구 황창연 신부님의 체험담을 소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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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간의 도피생활 후, 신학교 원서 접수를 하고, 드디어 합격했다. 이제는 어쩌지 못하겠지 하며 한 달 만에 집으로 들어서며 어머니에게 신학교 합격소식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신발 벗을 틈도 주지 않고, 어디서 났는지 몽둥이를 들고 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문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흠씬 두들겨 맞은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그 후로도 1년간 나를 안 보고, 당신이 성당에 나가면 성을 바꾸겠다고 호언까지 했다. 난 내 힘으로는 어머니의 굳은 마음을 절대 돌릴 수 없음을 깨닫고, 신학교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모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그런데 2학년 여름방학 때 집에 가니, 어머니가 ‘마리아’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닌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이 가는 길을 축복해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 후로 방학해서 집에 가면 새벽 4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가끔 장난기가 발동하면 나는 어머니를 품에 안고 가스렌지 앞으로 간다. “어머니가 성당 나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으니 가스 불에 장을 지집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절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신학교 합격 날, 매 맞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하면, 당신은 절대 나를 때린 적이 없다고 펄펄 뛰신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통과 어깨가 욱신거리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어머니가 좋다.
6. 얼마 전에 “한산대첩” 영화를 감명 깊게 봤습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생즉사 필사즉생”(살려고 하면 곧 죽을 것이요, 죽음을 무릅쓰면 살 것이다.) 오늘 복음 내용과 같습니다.
누가 내게 십자가로 다가올 때 그 십자가를 내팽개치면 그도 죽고, 그를 죽게 한 나도 함께 죽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짊어지고 함께 걸으면 그도 살고 나도 살 것입니다. 예수님의 당부대로, 우리 각자의 십자가를 잘 짊어지면서 주님을 따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