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의 날 건달
윤명수
심산유곡에 지천인 바위로 태어난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
게으름 피는 것이 천직이니까
옹색하게 생긴 집 한 칸도 없으니 마당 한 번 쓸 일도 없고
처자식이 없으니 구태여 돈 벌 필요도 없었다
뼛속까지 공짜 형인 희귀한 존재인 그는
배고프면 하늘이 내려주신 빗물로 뱃구레를 채우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 무당이 받치는 젯밥이나 받아먹고
하는 일이라곤 팔자 늘어지게 자빠져 자는 게 가장 고된 일이었다
누구로부터 간섭받지도 않고
매일“띵까띵까”놀기만 하면 되는 것, 이거 참 땡이로다
그런데 입맛 땡기는 공짜에슬슬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이젠 좀 더 욕심을 부려도 괜찮겠지!
기왕이면 부처가 되면 중생들이 공양도 갖다 받칠 것이고
불전으로 지갑도 두둑이 채울 수 있을 테니까
어느 날 한 석공이 줄자를 들고 나타났다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더니 조각을 시작했다
옮거니 드디어 돌부처로 탄생 하나 보다 마냥 들떠 있었다
그런데 워메,이게 뭣고 미치고 환장하고 폴짝 뛰것네
벌레 십은 얼굴에 지지리도 못생긴 돌하르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잔뜩 헛물만 켰다가 기겁을 하고
종짓굽아 날 살려라,꽁지 빠지게 냅다 튀었다
실컷 도망가다가 살펴보니 제자리였다
며칠 후 제주도로 팔려가게 되었다며 석공이 그를 데리려왔다
얼씨구 제주도 여행도 또 공짜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