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온화한 날씨 때문에
철모르고 피는 봄꽃을 보며
잠시 계절을 잊고 지냈는데
소한 추위가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것 같다
동장군이 옷깃을 파고 든다
고적답사 10주년을 맞아
이번에는 특별한곳으로
1박2일 아름다운 가출을 하게 되었다
꿈에도 그리던 강화도.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내가 죽기전에
꼭 가봐야야할 버킷리스트로 정했을까!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섬으로
남해 보리암,낙산사 홍련암,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3대 관음도량이 있는곳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강화도 까지는 거리가 워낙
먼 관계로 목적지에 도착하기전에
점심을 미리 먹어야했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이천쌀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3시간을 더 달려서
강화도 초지진에 도착했다
기린같은 긴 목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교수님을
낯선땅에서 만나니 그 반가움이 배가 됐다
찬바람에 얼마나 추웠는지
딸기코가 되어 있었다
초지진은 한강으로 들어가는 첫번째 관문으로
강화도에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톱니바퀴 처럼 진,보,돈대가
해안 수비진을 치고 있었다
성을 지키고 있는 노송의 가지에 포탄자국이
아팠던 상처의 흉터로 남아 있었다
광성보 역시 신미양요때
미군과 사투를 벌인 격전의 현장으로
이틀만에 끝낸 전투라고 한다
일본과 운요호사건때도
강화도조약에서 패하고
말로 다할수없었던
국민들의 분노는 얼마나 컸을까!
역사의 현장에 서니
아픈상처의 흔적들로
한숨만 절로 나왔다
황량하고 쓸쓸한 넓은 벌판에서
벼이삭을 주워먹고 있는
철새들의 한가로움속에
무리지어 날으는 새들의 힘찬 모습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들이다
새들의 이동을 따라
고려시대 궁궐이 있었다는
고려궁지로 향했다
몽골군의 침입에 대항하기위해
왕도를 강화도로 옮긴후
개성으로 환도할때까지
39년간 왕이 머문곳으로
서양세력에 의해 모두 파괴 되었다고 한다
고려궁지안에 있는 외규장각은
왕실과 국가주요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들과
왕실의 물품을 보관하던 곳인데
병인양요때 모두 약탈 당했다고 한다
의궤는 반환됐지만 영구임대라고 하니
그저 씁슬한 마음뿐이다
팔만대장경 판각성지가 있다는
선원사지로 향하는길.
오늘 하루 생을 다한 저녁노을이
붉은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팔만대장경을
판각했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금당지(대웅전)를 중심으로
계단식으로 정교하게 쌓은 석축들로 보아
수백명의 승려들과 앞에 너른 간척지가
많은 곡식들을 보관할수
있었음을 짐작할수 있었다
선원사지를 내려오는데
금방 날이 어두워져 버렸다
교수님께서 이규보 묘에 들러
술 한잔을 올리고 싶다고 하신다
참배를 가는길에 옆에 있던 학우가
시골에서 나는 거름냄새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보니
박목월의<나그네>라는 시 가
문득 생각난다고 한다
나는 함께 걷고 있던 학우들에게
시골 외갓집 가는길을 회상하면서
시를 읊어 주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긴 행렬이 이어지는데
교수님께서 실제로 경험했다는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금방이라도 햐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타날것만 같았다
어디서 날아온 하얀물체~
무서워 긴장하고 있는 우리들의 심장을
더욱 오싹하게 만든다
어둠속에서 이규보 묘를 찾아
다 함께 참배를 했다
고려시대 문신이자 문장가로
술,시,거문고를 좋아하셨던 삼혹호 선생.
어둠을 뚫고 우리가 참배하러
온걸 알고 계신다면
얼마나 기뻐 하셨을까!
시골 밤하늘의 별은 유난히 밝아
우리들에게 밤길을 훤히 열어준다
마니산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막걸리와 다양하게 준비해온 음식들로
고적답사 10주년 기념파티를 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우린 많은곳을 답사하며
많은 문화재들을 접하고 감동하며
때로는 안타까워 하고...
앞으로도 우린 계속 답사를 갈것이고
우리 문화재 지킴이가 될것이다
늦은밤 달빛을 이불삼아
깊은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석모도로 가기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해장국과
알싸한 순무김치가 입맛을 돋구었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 가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슴은 콩닥콩닥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몸도 싣고 차도 싣고
내 설레임까지 싣고
유람선은 바다위를 휘젓듯 달린다
어디선가 날아든 갈매기떼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길들여져
석모도까지 동행하며
내내 배를 따라오는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도 갈매기를 유인하며
새우깡을 줬더니 눈깜짝 할사이에
긴부리로 낡아채 먹는다
내손과 갈매기 부리의 짜릿한 접촉이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갈매기와 웃고 교감을 나누는 사이
배는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 하던
석모도에 도착했다
보문사 까지는 차로 이동을 하는데
강화도의 갯벌과 드넓은 간척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천연동굴로 이루어진 석실과
눈썹바위밑 가파른 절벽에
마애석불좌상이 있는데
보는것 만으로도 정말 신비로웠다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고 하길래
나도 마음속 소원을 빌며
언제 또 올지 몰라 보고 또 보고
눈도장을 여러번 찍고 내려왔다
석모도에서 다시 외포리항으로 가는 배에
그만 기사님의 아들을 내려 놓고 온게 아닌가!
아뿔싸! 배를 돌릴수도 없고
애타는 마음만큼 내마음 또한
점점 멀어져가는 석모도에
애닯은 그리움 하나를
내려 놓고 와버렸다
꼼짝없이 우린 그 애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마터면 섬에서 미아가 되어
새우잡이 배에 실려 갔을
애를 태우고 다시 강화도 고인돌로 향했다
고창,화순에 이어
한반도에 분포되어 있는
3대 고인돌로 청동기시대
엄청난 권력자의 힘을
그대로 과시 하고 있는것 같았다
시간은 기어 가고
세월을 날아간다고 하는데
오늘 시간 만큼은 느릿느릿
기어 가길 바랬는데
벌써 마지막 코스인
전등사로 향하고 있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정족산성)안에 전등사가 있었다
대웅전에는 병인양요때
전투에 임한 장병들이
부처님께 무운을 빌기위해
기둥에 자신들의 이름을
써놓은 흔적(묵서)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또한 법화경판과
조선왕조실록,선원(왕실족보)보가
보관된곳으로 조선왕실의
많은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 처마끝 네 귀퉁에는
벌거벗은 여인(나부상)이
무거운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데
대웅전을 지을때 원숭이들이 일꾼들에게
먹을것을 가져와 이를 기리기 위해
조각 한것이라고 한다
병신년 원숭이해를 맞아
원숭이처럼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1박2일 동안 강화도의
숨은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외세의 침입이 많았던 만큼
눈물과 역사가 함께 공존 했던곳으로
우리모두의 가슴속에
아픈상처의 흔적들을
어루만지고 오지 않았나 싶다.
출처: 부산 고적 답사회 원문보기 글쓴이: 염정숙
첫댓글 친구야.. 고마워.. 이 빈 집에 와서 글을 놓고 갔네.요즘 어떻게 살고있니? 연말연초라서 매일 정신 없이 바쁘게 산단다영혼에 쉼이 없으니 고요함이 깃들지 못해서 차분하게 글 쓸 시간이 없네.바쁜일 다 끝나면 전화한번 할께.
그래 많이 바쁘게 살고 있구나.연락은 자주 없어도 서로의 맘속에는 너와내가 함께 있다는걸 말하지 않아도 알지!^^*
첫댓글 친구야.. 고마워.. 이 빈 집에 와서 글을 놓고 갔네.
요즘 어떻게 살고있니? 연말연초라서 매일 정신 없이 바쁘게 산단다
영혼에 쉼이 없으니 고요함이 깃들지 못해서 차분하게 글 쓸 시간이 없네.
바쁜일 다 끝나면 전화한번 할께.
그래 많이 바쁘게 살고 있구나.
연락은 자주 없어도 서로의 맘속에는
너와내가 함께 있다는걸 말하지 않아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