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수치성 태을도인도훈
마음으로 이루는 신인합일의 천하사
2023. 2. 19 (음 1.29)
반갑습니다. 태을도인 새달입니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봄은 우리 곁에 이미 다가와 있고, 곧 3월이 되면 진달래 개나리가 차례차례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이 온 것을 우리 모두 실감할 것입니다. 겨울 막바지 찬바람에 다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대구에 내려가서 지인도 만나고, 친척어른들도 뵙고 왔습니다. 오늘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려고 시간 맞춰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우리가 타려는 기차가 먼저 들어온 기차와 현장에서 연결작업을 하더라고요. 기관차끼리 연결된 KTX를 자주 봤지만, 연결되는 광경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눈앞에서 그 장면을 목격하니 신기했습니다. 이미 손님들이 타고 있는데도 두 열차 연결이 아주 부드럽게 이루어지더라고요. 이는 기관사의 기술도 있겠지만, 애초에 기차가 제작될 때 연결이 무리없이 잘되도록 설계와 제작 또한 세밀하게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역 플랫폼에서 연결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습니다.
우리의 천하사는 신인합일로 진행됩니다. 신인합일로 일이 된다는 것은 성사재인의 주체인 인간에 신명이 응기해서 함께 일한다는 뜻이지요. 신명이 응기하려면, 서로 기운이 같아야 할 것입니다. 서로 기운이 맞지 않는 사람과 신명이 합일해서 일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마음을 닦고 태을주를 읽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상제님께서 ‘한 사람이 한마음이면 한 사람이 나를 볼 것이요, 천하 사람이 한마음이면 천하 사람이 나를 보리라.’ 하셨습니다. 이때의 한마음은 증산상제님과 이루는 한마음을 뜻할 것입니다. 사실 한마음을 이룬다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치성을 모시면서 분향명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아무리 조심히 다가가도 촛불이 굉장히 예민하게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촛불이 덜 흔들리게 하려고 미리 숨을 죽이고 움직임도 최소화해서 다가가도, 그 촛불의 섬세한 흔들림을 조금 줄일 수 있을 뿐, 멈추게 할 수는 없더라고요. 우리 몸이 지어내는 동작이 주변의 공기층을 흔들어서 그 촛불의 불꽃에 영향을 주는 것일 텐데, 그걸 보면 우리가 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공기층을 흔들어 파장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지어내는 파장은 우리의 마음자리가 반영된 것이지요. 증산상제님은 이를 두고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실은 마음의 자취‘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지어내는 파장은 결국 나의 마음이 지어내는 파장이고, 그 파장이 나와 일치하는 신명이 때를 기다려 나에게 응기 또는 응감할 것입니다.
증산상제님께서는 생전에 약장공사를 보시면서 단주에게 천명을 내릴 것임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천지공사를 마치시면서 ’물샐틈없이 짜놓았으니, 도수가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말씀하셨습니다. 단주에게 천명을 내렸다 함은 그 순간에 천지부모님의 마음과 단주의 마음이 일치했고, 이걸 확인하신 천지부모님께서 단주의 그 마음을 인가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증산상제님께서 ’연맥을 잘 바루라.‘ 당부하신 상제님 진리는 상수심법의 도이기에, 우리는 상제님께서 천명을 내리신 단주를 찾아 그 맥을 이어야 하고, 맥을 잇는다 함은 결국 상제님이 인정하신 단주의 마음을 통해야만 천지부모님의 마음을 받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단주의 마음과 내 마음의 파장을 맞추었을 때 심법 전수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사실 부부간에도 마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결혼하고 한동안 남편과 아주 열심히 싸웠습니다. 의견이 서로 달라서 그랬습니다. 이혼하는 부부들의 이혼 사유를 보면 대부분 ’성격 차이‘입니다. 서로 마음을 맞추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서로 한눈에 반한 사이라고 덜컥 맞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KTX기차가 서로 연결되듯이, 정교한 설계와 정교한 제작과정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기관사의 정교한 기술까지 필요합니다.
부부가 마음을 맞춰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했더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속에 서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조금씩 맞춰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맞춰나가다 보면 생각이 같아지고, 같이 생활하면서 얼굴도 닮게 됩니다.
천하사를 하고자 하는 우리는 결국 단주로부터 천지부모님의 마음을 받아내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다른 신명과도 신인합일로 일을 하기 위해 부단히 상생으로 마음을 닦고 부단히 태을주를 수행해야 합니다. 천하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 일상생활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그러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주에게 그 마음을 맞춰서 상제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한마음을 이루어야 하고, 또 상생의 마음을 닦으면서 태을주 수행을 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천하사를 신인합일로 함께할 신명이 내게 응기할 수 있도록 작업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을 분리해서 생각한다거나 순서를 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해나가야지요.
천하사를 하고자 하는, 후천의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그래서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고자 하는 도인들은, 천지부모님도 단주도 사정을 쓸 수 없으며, 오직 자기 자신이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명심하고 진리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증산신앙인 모두 서로 한마음이 되어 이 땅에 꼭 하느님 나라를 이루시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첫댓글 합일, 일치, 한마음... 실현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사실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기보다 KTX기차 연결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천지부모님께서 이 어려운 일을 우리보고 해내라 하시네요.
인격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혹은 학문적으로도, 겸손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자칫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선택받은 사람이라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되면,
내게서 저멀리 달아나버릴 것이기도 합니다.
오직 겸손하게 노력해야 조금씩 내게 다가올 것이기에,
후천이 되는 그날까지 결코 마음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