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우리 총무각하인 김영재에게서이다.
"니 22일날 서울 재경 모임한다고 하는데 우짤래?"라고 한다. "으응? 우째야 되는데?"
라고 되레 물으니 답이 시원하다. "야 작년에도 사공 억이하고 미자하고 갔었고 그리고
서울아들도 저번에 대구 왔는데... 가야지."라고 못 박듯이 분명한 어조로 얘기한다.
"으음.. 그러면 그렇게 하자"라고 답을 했다.
사실, 솔직이 얘기하면 선뜻 내키지 않았다. 집에도 업무외로 어디를 다녀 온다는 아쉬
운 소리를 하기 싫었고 그리고 년말이라 회사 직원들 눈치도 조금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
다.
당일날 오후 4시까지 동대구역에 오라는 얘기를 듣고 조금 일찍 가야지 하는데 영재에
게서 또 전화가 온다. "4시 5분 차니 조금 더 일찍 온나"라고 하는 것이다. 이 친구 얼마나
사근사근하고 친절한지. '총무는 잘 두었어'라고 중얼거린다. 나는 이런 타입의 친구를 많
이 좋아한다. 모든 사람이 반대되는 타입을 좋아하는것 처럼.
동대구역에 오니 영재밖에 없다. "서울 가는 사람이 다가?" "아니 명희가 같이 간다. 그
리고 지은이는 벌써 서울 가 있다. 조덕제는 구미에서 서울로 바로 간다."
"응 그렇구나, 미자는?"
"몸이 시원찮다고 못가겠다고 하네."
"병철이는?"
"응 치료받고 있어 그렇지 뭐"
"으응, 그렇구나"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야 헐레벌떡 맹렬여성 석명희가 달려온다. Just on time란 단어
가 자연스레 떠 오른다.
기차타자 마자 도시락 샀다. 맥주랑 오징어도 사고.
기차간에서 먹는 '도시락'은 언제나 맛있다. 예전 새마을호에서 팔던 4,000원짜리 도시
락이 정말 맛있었는데 하면서 한 도시락 후다닥 해 치웠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캔 맥주도
더 먹자해서 나 혼자만 3개를 먹었는 듯 하다.
그래서 금방 서울 도착하고. 구미서 올라오는 조덕제를 서울역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조
우하고 그리고 목적지인 명동 '재경 남도 송년회'자리로 지하철타고 이동했다.
서울은 우리 엄마말처럼 '얼마나 종내기가 많은지...' 언제나 와도 그렇다.
그런 서울 모습에 적응못해 내가 대구 살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평상시에 수구 보수 골
통 도시라고 이 대구를 많이 욕 하는 편이다. 대구 사람도 포함해서.
그래도 이 도시가 많이 편한이유는 무엇일까?
목적지인 '화로 이야기'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20분 전인데도 '재경 정원식회장'이 나와
있다. "야! 요즘 이 명동에는 단체 모임 자릴 구하기 쉽지 않아 좁고 테이블이 이렇게 나뉘
었다"라고 한다. 이 친구 전형적인 우리나라 사람이다. 예전 선비가 손님을 초대하고 배웅
하면서 '저 달이 많이 초라합니다'라고 하며 겸손을 표한것 처럼.
조금 있으니 서울 친구들도 차례차례도착을 했다. 목동에 산 다는 '김경란'이도 오고. 일
찍 올라왔던 우리 예쁜 총무 '이지은'도 도착하고. 마포에 살고 계신 '정소영' 곧 권사님도
도착하고. 전경입대해 있는 아들 문제로 서울에 와 있던 부산 아지매 '박영순'이도 도착했
다.
'뭐 하노 빨리 돌리자'며 '정원식' 재경회장이 부추겨서 즐겁게 반가운듯 술잔의 순배가
돌아갔다.
'이명소'우리 동기가 오면서 흥이 더 나기 시작했다. 특유의 사람이름 나열하기가 시작
되었다. 금마 그래서 사람 이름을 잘 외우는 모양이다.
"영순아,경란아,소영아,지은아,명희야,원식아,덕제야,민구야,명소야! 술 한잔 들자!!"
지 이름도 꼭 넣는다. 자신이 잊어지면 안되니 친구들아 꼭 내 이름 기억해 줘라고 절규
하듯이.
'손부한'이도 모처럼만에 정장차림 젠틀맨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화성산업 다니
지만 서울 공사현장에 있는 '황재호'도 도착을 하고.
우리 서울 총무인지 회장인지 구분이 안가는 히로인 '김숙자 여사'가 도착하니 더욱 열
기를 띠어 갔다. 옆 테이블에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 뜬금없이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것
을 걱정한다. 알고보니 부군이 일산에서 산부인과 한단다. 그렇구나... 하기야 출산율 높
여야지.
정말로 모처럼만에 본 '최종태'도 왔다. 나는 5~6학년 2년밖에 남도를 다니지 않았는데
같은 반은 한 적이 없는데도 금방 동기라는 것을 알고 봤다.
일이 8시 넘어서 끝나서 강남에서 늦게 왔다고 '오주희 여사'가 예의 밝은 표정으로 들
어 온다. '저런 외사촌 누나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잔은 계속해서 돌았다. 세상도 돌고 잔도 돌고 내 머리도 돌고, 친구들도 돌고, 하여튼
엄청 웃으며 잔은 계속 돌았다.
이명소의 끊임없은 이름 나열 건배, 정원식의 그 걸걸한 웃음, 연방 분위기를 띠우는 김
숙자,그리고 오주희. 술 한잔 들어가니 '최종태'도 연신 더 재미있어 진다.
옆에 앉은 김경란은 체질적으로 술이 안 받는 단다.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를 못한다네.
우리 마누라 들으면 '당신도 그런 체질 타고 나지'라고 분명히 얘기할 것 같다.
자리를 옮겼다. 걸어서 옮겼는데 '세종호텔'이다. 오성 호텔이다. '임마들 좀 비쌀텐데'
라는 걱정을 해 본다. '하기사 내가 내는 것이 아닌데 어떠리' 하는 속물근성을 감추며.
노래방이 완전 만원이다. 노래가 시작되고.
호텔 노래방으로 옮겨오는 중에 명동거리를 활보 했는데 '최종태'가 '석명희'에게 좌판
인지 가게에선지 모자에 꽂는 브로치인지 뭔지 악세사리를 사준것이 화근이 되었다. 우
리 여자동기생들이 보통사람들이야. 난리다. "왜 명희꺼만 사주노. 니 쟈한테 마음인나?"
진한 농도 오간다. "명희야! 니가 쟈 첫사랑이라는데 인제라도 한 번 줘라!" 화끈한 여장
부 명희왈 "알았다.오늘밤 방 하나 별도로 도고."
끈질근 추궁에 최종태가 항복한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조덕제가 항복을 한다. "내가 귀
걸이 다 사 줄께." 하며 밖으로 나갔다.
또 다른 화근이 시작되었다. 김영재 우리 총무가 여성동지 머릿수를 잘 못 헤아려 '오주
희'것이 없었다. 또 다시 오주희가 난리다. "왜 내꺼는 없노. 차별하나. 오늘 너것들 다 죽
었어!"
이렇게 나오는데 베기는 놈 아무도 없으라. 또 다시 덕제랑 영재랑 밖으로 나가고.
언제쯤인가 안양에서 학원하고 있다는 '김태훈'이가 왔다. 삼성전자 다녔다는데 지금
은 학원을 하고 있단다.-나도 10년동안 그 회사에 다녔는데 담에 얘기해야지 라고 생각
했다- 이 친구도 말도 잘하고 자알 논다.
또 다시 노래가 시작되고, 노래방안에서도 다른 더 넓은 곳으로 옮기고. 김숙자가 가면
을 어디서 구했는지 가면쇼를 한다. 가발도 각양각색으로 여러가지가 있다.
얌전한 김경란이는 그 속에 또 다른 뭐가 있는지 정말 열심이다. 정소영이도 마찬가지.
압권은 '황재호'이다. 못 하는 노래가 없다. 춤 사위도 예사롭지 않다. 너무 잘한다.
'가시나 좀 따르겠는데'하는것이 습관처럼 내 머리속에 떠오른다.
3차 가 잔다. 마포로 가 잔다. 택시 나뉘어 타고.
국물 먹으며 다들 같이 있다. 오주희가 빠졌다. 내일 일이 있기 때문이겠지. 최종태,김숙
자도 같은 일산방향이라고 빠졌다. 나머지는 그대로다. 벌써 새벽2시를 넘기고 있는데...
잠자릴 해결해야 했다. 결국 총각 '정원식'회장 댁으로 가기로 했다.
이 친구 신신당부를 한다. 혼자 사니 집이 엉망이라서 양해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것을 보고 흉하고 글 같은 것을 남기지 말아 달란다. 손부한이나 나 빼고는 글 올린
놈도 없는데.
33평(39평이던가)이라는데 아주 깨끗했다. 이 정도 다 갖추었는데. 왜 지 짝은 못 찾고
저리는지 이해가 안간다.남의 속을 어떻게 알리...
로얄 살루트 21년산을 낸다.
손님을 맞은적이 없다고 커피잔에 나누어 먹었다. 골치가 찌근찌근해서 더 넘어가질 않
는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원래 술꾼은 술을 남기는 것이 아닌데 아깝다 쩝쩝!)
방이며 거실이며 나뉘어 자리에 들데가 벌써 5시를 넘기고 있다. 그때서야 손부한,김경
란,정소영,김태훈이가 집을 나선다. 대단한 희생정신이다.
(나는 저러지 못할꺼야... 분명히)
근데 황재호는 언제 갔지?
조금 잠 들었나 싶었는데 부엌에서 부스럭 거린다. 명희가 라면인가 뭔가를 끓이고 있다.
참고적으로 명희는 현대상조에 다니는데 양부모님이 살아계신사람들은 상조부금에 한번
들기를 적극 권장한다. 이양희 모친상에서도 보니 알아서 척척 잘 도 처리해 주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정원식'사무실로 갔다.
점심때 그 유명하다는 명동성당옆 '하동관'곰탕집에 들렀다. 사람들로 정말 인산인해다.
유명한 값을 한다. 별 다섯을 주고 나왔다. 친구들은 숙취 때문이지 다 못 먹고 국물만 먹
는 사람도 있는듯 하다.
또 다시 긴 여정, 짧은 것 같지만 긴 여정의 모임을 끝내고 귀향편 KTX에 올랐다.
자리에 앉으니 앞자리에 앉은 명소와 얘기할 힘도 없다. 잠이 쏟아진다.
1975년 대구에 처음와서 5학년으로 남도국민학교 처음간 날이 잠이 내리는 사이에도 떠
오른다. 7반으로 기억되는데."야! 임마 어디 촌에서 왔노?"라고 하던 그 놈이-누군지 모른
다. 떨지 마라 - 생각난다. 이유없이.
그리고 애들이 선생님께 "샘요, 샘요"라고 해서 속으로 선생님을 왜 '샘'라고 하는지 지
네들이 촌놈이지 내가 와 촌놈이고 라고 하던때가 몰려오는 꿈속에 아른거린다.
즐거운 여정!
재미난 우정!
오래기억될 것 같다......
[그날 수고 해 준 서울 동기 여러분 정원식,김태훈,황재호,최종태,정소영,김숙자,김경란
손부한,오주희,이명소
그리고 박영순,김영재,이지은,석명희,조덕제 동기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2009.12.25 성탄절 강민구
첫댓글 먼저 서울까지 행차한 친구들 고맙고 모임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리얼하면서도 상세하게 기록한 민구의 정성에 고마운 마음 보낸다..생각지도않게 끝까지 있게 되었는데 너무 즐겁고 행복했었다..메리 크리스마스^^
안봐도 비디오..지난번상경떼 5차까지갔었는데 서울동기회장을비롯 친구들.고생많이했다...동기회생기고 공식적행사에 처음 빠진거같네.회장님 총무님 수고혔다..총무놓자 몸이요래서 ㅋㅋㅋ 치료만 아님 가볼려했는데..민구글덕분에 현장에 있는듯하여 같이 즐긴듯하다...치구들 건강특히 챙기고 연말 잘보내시게.....직전총무 현재 x걸레.....ㅋ
"저 달이 많이 초라합니다" 대목에서 하~ 멋진 표현이다란 생각을 했고..덕제가 귀걸이 땜에 다시 나간건 주희가 자기껀 불량이라고 바꿔달라고 꼬장피워서고 ^^.. 원식이가 장가못간건 나도 궁금해지는 불가사의중 하나다.. 갔다와서 두번째 가려는 놈도 있는 판국에 말야 ㅎㅎㅎ.. 하동관을 가서 아침해결했다니 다행이다.. 그집 국물 정말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다음엔 더 오래 함께 있으마~~ 수고했대이~~
안가고도 같이 어울려 소맥 몆잔들이킨 기분이다 ,,,,,,, 회장님글이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잼나게 보냈다니 훈훈한정이 밀려온다 이런게 친군가보다 ㅎㅎㅎ 병철아 ~~~치료 열시미 받고 있나? 연락은 못해도 항상 맘 구석엔 너가 있네 ,,,주위에 몆있는데 (우리 나이가 글타) 다들 탈없시 살고 있더라 맘 크게 먹고 알제??
마치 현장에 있는 느낌...회장님 글 잘 쓰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