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치유 클리닉 "향.치.클"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고 중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병이 있다. 이 사람들은 늘 고향을 꿈
꾸고, 고향을 못 잊어 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런 증상의 환자를 향수병 환자
라고 부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향수병에 걸려 신음하면서 살아간다.
이 환자를 어떻게 치유할까? 이들을 고쳐주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향수병 치유 클리닉’
간판을 붙였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을 ‘향.치.클’로 초청하여 진단하고 처방코자 한
다.
가장 먼저 증상을 살펴보자! 나는 왜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가? 이유를 분명히 밝히
는 것이 급선무다. 고향에 살았던 시기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재학시절이다. 10년이 채 되
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에 살았던 곳, 이때의 기억을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새기게 된다.
고향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때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귀여워해주고, 나를 사랑
해 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나도 그 시절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
게 대했다. 무엇보다도 꾸밈이 필요 없었다. 치장할 필요도 없었다.
마음의 생각을 가다듬어 말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감추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도 없
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마음껏 드러내고, 햇볕과 바람과 눈과 비와 안개를 즐겼다.
고향에서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가? 나를 사랑해 주는 이도, 용서해 주는 이도, 도와주
는 이도 없다.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나는 대로 말할 수도 없다. 글
한 줄을 써도 윤색을 해야 한다. 그냥 속내를 드러냈다가는 망신당한다.
맨 입술, ‘쌩얼’로는 거리에 나갈 수도 없고, 빠듯한 살림이지만 할부라도 명품 하나쯤 들
고 나가야 축에 끼워준다. 속은 썩어도 겉으로는 기름기 흐르는 탈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모
든 것이 고향에서와는 정 반대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당신이 사는 모습을 진단해보자! 당신은 당신 주변의
환경이 고향 같기를 간절히 원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당신을 사랑해주고, 스스럼없이 만나
고, 이야기하고, 꾸미지 않아도 꼬나보는 시선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써왔다.
이러한 당신의 모든 노력은, 당신이 지금 사는 곳을 고향처럼 만들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향.치.클’이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좀 올라가, 주변이 마치
고향처럼 된다. 사람들은 나에게 존경과 호의적 시선을 주고, 내가 하는 말에 긍정하며, 나
의 뜻대로 사람들이 움직여 주기도 한다. 나는 내 의지대로 제법 큰 규모의 예산 결재권한
을 행사하기도 한다.
나의 의지로 사회가 밝아지고 개선된다는 성취감도 맛본다. 신바람이 난다. 그때 기분이
흡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힘써 만든 고향의 분위기를 내가 맛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맛은 누릴만하면 은퇴해야 한다. 내려와야 한다. 내려와 보니 다시 ‘타향’이다. 돈 없으
면 사람대접도 못 받는 곳, 힘없으면 밀려나는 곳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 운운하며 탄식하고, 지는 해가 빚어내는 황혼을 맞는다. 다시 또 향수
병이 도진다.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 나는 그때 기저귀가 축축하면 울었고, 배고프면 울었
고, 아파도 울었다. 울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제 울 힘조차 없다. 겨우
힘을 내어 ‘향.치.클’에 왔다.
‘향.치.클’ 전문의는 “당신에게는 고향이 있습니다!”라고 말해 준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찾아주지 않고 어찌 ‘클리닉’이라 할 수 있을까? 다른 처방은 있을 수 없다. 오직 당
신에게 고향을 찾아주는 일, 그 일을 ‘향.치.클’이 한다. 당신의 잃어버린 고향은 어디에 있
는가?
그 고향은 하나님의 나라다! 하늘나라다! 예수 그리스도가 맞이해 주시는 고향이다! 사실
은 그 고향이 진짜 고향이다. 강조하여 ‘본향’이라 하자! 본향은 고향 이상이다. 하나님의
품은 어머니의 품보다 더 포근하다. 거기에는 시기, 질투, 경쟁이나 아귀다툼이 없다. 고통
도 없고 오로지 즐거움만이 있다.
그 나라, 본향을 이해하겠는가? 어린 시절 고향을 떠올려 보라! 그 고향의 완결판이 곧 천
국이라고 짐작하면 틀림없다. 그 본향을 확인하고, 거기에 소망을 두고, 본향을 사모하면서
믿음으로써, ‘향.치.클’ 문을 나설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향.치.클’ 문을 두드려 본향을 찾아야 한다.
고향은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