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도 파주 검산초등학교 2학년 1반 3교시 국어시간. □ 안에 들어갈 말을 자유롭게 생각하는 ‘별별 생각놀이’(브레인스토밍)가 시작됐다. 정가영(8)양이 제일 먼저 “엄마는 사랑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자 아이들의 말문이 터졌다. “엄마는 시계다(아침에 깨워주니까)” “엄마는 돈이다(용돈을 주니까)” “엄마는 집이다(포근하니까)” 등 톡톡 튀는 대답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임춘실(47) 담임교사는 “주입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입을 닫지만 흥미를 유발하면 수업 참여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검산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어울릴 만한 옷차림을 디자인한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전교생 1개씩 창작물 … 시범학교로=검산초는 주변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 학교다. 23학급에 전교생은 755명, 교사는 33명.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짜내 2003년부터 창의력을 길러주는 수업을 도입해 창의력 교육 모델 학교가 되고 있다. 학생의 상상력을 살찌우는 교육이 핵심이다. 임 교사는 “정규 교과 시간에 토론을 하게 하고 수업을 놀이처럼 즐기게 한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적인 사고에 익숙해지고 상상력도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효과도 입증됐다. 지난달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서 열린 ‘2009 국제학생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5·6학년 학생 5명이 동상과 르네상스상을 받았다. KAIST 세계창의력 경연대회 동상, 세계창의력 올림피아드 5위 등 2005년 이후 세계 대회에서 일곱 번 입상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2006년 이 학교를 ‘창의성 교육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시골 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선 교사들의 힘이 컸다. 2003년 당시 이 학교에 근무했던 채병운·강기룡 교사가 정헌모 당시 파주교육청 교육장과 함께 창의력 수업을 도입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정보가 부족했다. 임춘실 연구부장은 “창의력 교육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1~3학년은 흥미를 돋우는 게임과 놀이 형식의 수업을, 4~6학년은 토론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붕어빵 같은 교과서 대신 학년별로 창의성을 발굴할 수 있는 교재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는 전교생이 관심 분야를 작문·그림·공연의 형태로 발표하는 ‘1인 1 프로젝트’도 도입했다. 6학년의 주제가 가장 다양했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민혁이는 ‘주근깨’, 축구선수가 꿈인 동환이는 ‘월드컵’, 김연아 선수에게 반한 승효는 ‘피겨스케이팅’을 주제로 선택했다. 755명 전교생이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발명교실엔 주변 중학생도 몰려=학교 1층의 ‘창의 발명 교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작물을 만드는 곳이다. 방과후 학교로 운영되며 인근 다른 초·중생도 참가한다. 기초(2학년)·중급(3~4학년)·영재(5~6학년)·중학생 발명반으로 나눠 매주 1~2회 수업을 한다. 초등기초반 소윤(8)양은 양쪽 신발을 바꿔 신는 동생을 위해 ‘깜짝’ 발명품을 만들었다. 양쪽 신발을 합치면 미키마우스 그림이 되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소윤이는 “동생이 신발을 제대로 신는 것을 보니 기분이 짜릿해요”라고 말했다.
이명숙(58) 교장은 “초등학생 때 몸에 밴 창의적인 사고가 상급 학교에 진학해서도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