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선교" 다리 이름에서 광복과 연관된 문제를 떠올린다.
근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서양에서 수입한 문물을 받아들였는데 일본을 통해 받아들임으로써 각 분야마다 일본이 고안한 용어들을 그대로 쓰게 되었다.
일본 역시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언어가 갖는 한계로 인해 한자어로 여러 용어들을 표현했다.
법률용어는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다 보니 사람들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공학 분야 등 일반인과 거리가 있는 분야의 용어들은 전혀 생소한 용어 투성이이다.
해방 후 새로 등장한 용어 또한 한자어들이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니 표의문자인 한자보다 글자수가 많아진다.
한자어는 동양의 라틴어라 부르기도 한다.
외래 학술용어를 한자어로 표기함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처음 찾아낸 성과들에는 우리말 표현을 하면 좋겠다.
지나친 한자어 표현도 우리말로 점차 순화시켰으면 좋겠다.
영어권 용어를 수용할 때 굳이 한자어로 바꿔 표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말이 널리 사용되게 하려면 학문적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
마풍과선교.
일산 암센터에서 애니골 쪽으로 향한 길이 경의선 기찻길과 만나는 지점에 철길 위를 지나는 다리 이름이다.
청동 글씨로 제법 공을 들여 명패를 붙여 놓았다.
그런데 저 이름은 무슨 뜻일까?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다리 이름 같다.
마교 본부로 가기 위해 바람이 불어치는 외줄다리를 건너는 신선이 떠오른다.
암센터 쪽은 마두동이고 다리 남쪽은 풍동이라 한 글짜씩 딴 것 같은데, "과선"이란 글자가 뭔지 오리무중.
마두동은 하늘에서 보면 정발산이 말대가리처럼 보여 그리 지었다는데 옛날에 하늘 위로 어떻게 올라 갔을까?
애니골이란 지명은 7080 세대에게 신촌역에서 승차하고 백마역에서 내려 화사랑을 찾아 MT를 하던 추억을 불러 온다.
옛 마을 이름이던 애현골이 애인골을 거쳐 애니골이 되었다는데, 미국 꼬맹이 여자얘 이름같아 6.25 때 미군들이 지은 이름인가 했다.
백마역은 인근에 백마부대(백마고지와 월남파병 부대 맞습니다)가 있어 그런 줄 알았는데 백석동과 마두동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란다.
백석동은 예전에 넓은 평야가 펼쳐졌고 들판 가운데 커다란 흰돌이 있어 그리 불렀다고 하고.
이름이란 함부로 짓는 게 아니다.
바르게 빛나라는 부친의 염원이 담긴 이름으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빛나 보이는 인생들 이면의 온갖 추악함을 알게 되면서, 내 이름은 뭔가 불가능을 담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이름대로 살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다음에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을 뵈올 때 애썼다란 칭찬도 들었으면 참 좋겠다.
엄마 아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