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색(色)

[구심 최원집]

봄의 색(色)

온 산과 들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한창이다.
겨우내 추운 동장군을 이기고 나와 한창 빛을 발한다.
새순이 돋은 야산의 연둣빛 사이로 진달래의 연분홍이 아름답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했던가.
빛이 깨어져야만 아름다운 각양각색으로 나온다니 과연 그러하다.
부서지는 고통이 우리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색으로 인식이 된다.

안(眼)이 색(色)을 연(緣)하여 안식(眼識)이 생긴다고 했다.
안이비설신의가 색성향미촉법에 연하여 육식(六識)이 생긴다고 했다.
오온(五蘊)개공이라 했으니 겪는 현실은 어쩌면 가상(假像)일수도 있다.

사람도 부서지고 깨어진 사람들이 대체로 아름다워진다.
잘되고 형통하고 부서질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은 향기가 없다.
질병, 재정, 관계 등으로 무수히 깨어진 후에 꽃처럼 아름다운 색을 낸다.

어릴 수록 홀로 높게 자라려고 하지만 성숙할수록 더불어 숲이 되려 한다.
손에 움켜쥔 것, 부동산과 현금보다, 좋은 관계가 더 소중하고 기쁨이 된다.
소박해도 자기 일의 소중함을 알고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살아가게 된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빛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색이 숨어있는 걸까?
우리 안에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감추어져 있을까?

2023.4.3 봄날에 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