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주민 모임은 유쾌함을 바탕으로
: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을 읽고
신보미, 청주서부종합사회복지관
유쾌한 공동체를 소개합니다
참가자들의 대답을 들으면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유쾌함(conviviality)이다. 유쾌함은 함께할 수 있고, 마음이 맞고, 기꺼이 화합하고, 우호적인 것을 말한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세실 앤드류스)
예수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을 뽕나무에 매달려 예수를 볼 만큼 그렇게도 많이 모였을까요.
성경말씀은 늘 가시방석인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중하는지 궁금했던 때가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궁금했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의문증이 탁 풀리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반전의 예수, 그래서 유머러스한 예수, 그리고 유쾌한 예수.
저는 유머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또 반전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유머를 무기처럼 장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무언가 유쾌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입니다.
저는 유쾌하다는 말이 사회복지사로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쾌한 복지사들이 부러웠습니다.
한 예로 어린이날 후원자가 방문할 때 서프라이즈로 비눗방울을 쏘아준 일이 있습니다.
상황을 재미있고 유쾌하고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동비눗방울에서 동요와 비눗방울이 나왔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사람들의 얼굴이 굉장히 어색하게 굳었습니다. 적막이 흘렀습니다.
저는 빨리 동요가 끝나길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유쾌한 사람이라면 분위기가 다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짧은 후회를 했습니다.
책을 읽고 이전까지 제가 유쾌하다는 단어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에게 ‘유쾌’란 ‘유머’와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같이 있으면 웃음이 나고 즐거운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쾌함이란 ‘함께할 수 있고, 마음이 맞고, 우호적이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궁금증도 풀렸습니다.
예수는 광대가 아니고 배울만한 성인입니다.
지금도 성경의 이야기들은 반전이 있어 익살스럽다고, 함께할 수 있어 유쾌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그런 사람입니다. 당사자들과 함께합니다. 마음이 잘 맞습니다. 저와 있는 시간을 꽤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나도 유쾌한 사람입니다. 꼭 웃긴 농담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저 말을 꼭 해봐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나답게 유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언젠가 약속도 하지 않은 날이 좋은날,
동네사람들이 저마다 음식을 광주리로 만들어 포트락파티가 열리는 상상을 합니다.
음식이 너무 많아 경로식당 어르신들도 부르고,
집에만 있는 청년들도 다 나와 골목이 발디딤틈 없이 행복으로 북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누구의 희생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그들답게 유쾌하길 바랍니다.
나와 타인의 행복을 위한 대화법
첫째 이렇게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들에게 서로를 지지하는 모임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것과
둘째 서로에게 먼저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이 두 사람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다른 누군가를 대화에 초대해 카페로 불러내지 않았다면 그 모임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세실 앤드류스)
삶의 우연한 기회에 사람을 만납니다. 대화를 나눕니다.
수 없이 벌어지는 이 행위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은 없습니다.
진정한 자아를 표현하는 일은 예술적 행위나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대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가 아닙니다. 서로가 진정한 자신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참 멋집니다.
이것이 대화를 통해 가능합니다.
동네주민모임의 대화는 소중합니다.
생각해보니 복지관이란 공간을 매개로 나누는 언어들은 말하는 이에게 한번 걸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듣는 이도 더욱 경청합니다. 대화의 주제는 생생합니다.
현재의 나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또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받아들입니다.
주민모임에서 한 주민이 한 이야기가 문득 생각납니다.
“남편이 생산적인 일을 좀 하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이것도 생산적인 일이다.
그러니깐 돈이 되는 일을 하라는 거예요.”
우리가 왜 웃었는지 모르지만 허공에 욕을 하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는 복지사로써 어떤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은 일 년 넘게 제 마음 깊숙이 남아 계속 떠돌고 있습니다.
주민모임에서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가치있는 대화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곳에 왜 이렇게 열심히 오는지에 대한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임을 통해 주민들은 살아있는 대화를 하고 충만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모여 자신을 표현하고 또 드러내는 일의 시작이 대화였습니다.
나답게 있고 또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이제는 구체적으로 알겠습니다.
대항문화와 맨발의 교사들
그러나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을 구하지 않는 한 지구를 구할 수는 없다.
오늘날 모든 문제는 우리는 하나라고 인식하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되었고,
이렇게 양산된 문제들은 삶의 모든 부분에 거려 있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세실 앤드류스)
마을에서 모이는 우리의 모임은 공동체성을 지향합니다. 서로를 존엄하게 여깁니다. 서로를 살아있게 합니다.
우리의 모임이 소소한 것 같아도 우리는 서로를 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모임이 중요합니다.
한 달이든 일 년이든 생동감 있는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한다면 그것은 참 가치 있는 일입니다.
모여서 대화를 하고 뜨개질,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등 소소한 활동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결국 나와 타인과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더 다양한 차이와 더 조화로움을 만듭니다. 그리고 연대하고 변화합니다. 인식하고 연결됩니다. 이것이 이어집니다.
저도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나답게 일하고 당사자들도 그들답게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모든 활동이 의미 있어서 행복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구하고 하나로 엮어지다보면 진짜로 지구를 구할지도 모릅니다.
관계주선사가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낍니다.
첫댓글 유쾌함, 대화, 공동체. 클럽하우스에도 적용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읽어 봐야겠습니다.
신보미 선생님과 동아리 이야기 나누었던 때가 기억납니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글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더 집중해서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계를 주선하는 사회복지사 라는 말이 남네요.
선생님만의 유쾌함과 생동감으로 선생님이 먼저 즐겁고 주위에도 좋은 파장을 전하시길 바래봅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