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지한 모친 “대통령님, 유가족도 국민입니다”
손재호입력 2023. 1. 12. 16:48수정 2023. 1. 12. 17:1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 모친 조미은씨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의 모친 조미은씨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가족의 접견 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유가족도 국민이고 이 참사의 당사자”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차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대통령께 묻고 싶다. ‘새롬이’(반려견)도 보는 당신을, 접견 신청을 한 우리는 왜 못 보는 건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롬이는 윤 대통령 내외가 성탄절을 맞아 입양한 은퇴 안내견이다.
조씨는 이어 “참사를 겪은 당사자들을 빼고 만든 허울뿐인 재발 방지 대책은 과연 익사, 압사 다음에 어떤 참사를 막을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한 진술인의 발언을 들으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씨는 이날 지난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조씨는 “유가족들이 적인가요”라고 물으며 “여야를 떠나 진심으로 같은 부모로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왜 현장 상황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는지, 왜 부모가 시신 옆에 있음에도 실종신고를 먼저 하라 했는지, 왜 애플워치에 10월 30일 새벽까지도 맥박이 표시돼 있던 아이가 주검으로 나타났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조씨는 또 “정부는 유가족들을 위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듯이 선전하고 있지만, 녹사평 옆 신자유연대에서 저 보고 ‘탤런트 새끼 XX팔이 애미’라고 폭언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옳은 말을 하는 분은 없다”며 “유가족에게 위협적인 혐오 발언을 일삼고 폭언을 퍼붓는 집회가 과연 정당한 집회냐? 그렇기 때문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조씨는 “아이들이 한 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걷다가 죽고 엎어져 압사로 떠났다”면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참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모의 입장으로 진실을 제대로 밝혀달라는 것”이라며 “‘윗선에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는 말 대신 잘못이 있는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처벌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우리가 왜 이렇게 항변하는 걸까요? 열 달 동안 내 뱃속에서부터 나쁜 말 안 듣고 나쁜 거 안 먹고 혹시나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며 20년 이상 소중히 키워냈으니까요. 너무 사랑해서요. 내 아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요”라며 울먹였다.
그는 “그날 이후 지한이 영정사진을 오른팔에 놓고 왼손은 지한이 심장에 얹고 잠이 든다”면서 “혹시나 이러면 심장이 뛰어서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절망 속에서 헛된 희망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다시는 이런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 잃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거듭 당부한 뒤 흐느꼈다.
조씨 옆에 앉아있던 유가족이 조씨를 위로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가슴 아픈 증언이 이어지면서 여야 의원들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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