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심우도
불교신문 2198호/ 1월25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깨달음의 과정 단계별 묘사
목동이 소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
발심-수행-보리심 성취-열반의 경지-중생제도
증일아함경 등 수행인을 ‘목우’에 비유해 설명
宋代 보명 심우도, 곽암의 십우도송(頌)이 원류
사진설명: 김홍도 작 ‘목동기우귀가도’. 심우도(尋牛圖)는 인간 본성 회복을 목동이 소를 찾아 길들이는 것에 비유해 그린 선화(禪畵)의 일종으로, 흔히 법당 외벽 장식 벽화로 그려진다. 달마도와 더불어 순수 감상용 그림으로도 인기가 높은 심우도에는 언어와 어떤 이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부처님이 가르친 언어 밖의 의미를 되새겨, 사람 마음의 실상을 찾아 바로 부처가 되는 것을 이상과 원리로 삼는 선(禪)의 종지(宗旨)가 담겨 있다. 그림에는 목동이 소를 찾는 심우(尋牛)의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점수(漸修)의 과정을 거쳐 서서히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단계별로 묘사돼 있다.
심우도에 등장하는 소는 선(禪) 수행의 상징으로, 그것은 법성 진여로 묘사되는 ‘마음의 소(心牛)’를 표상하고 있다. 이처럼 소는 마음이고 마음은 소이기에 마음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소를 길들이는 것을 마음 찾는 수행에 비유한 예를 경전 여기저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교경(遺敎經)〉에서는 소의 야성적인 면을 들면서 계(戒)로서 소의 오근(五根)을 제어하여 오욕에 들지 않도록 하는 공부를 소와 목동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고, 〈증일아함경(證一阿含經)〉에서는 소 치는 사람이 항하를 건너는 것을 수행자가 생사의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하고 있으며, 또한 소 치는 목동의 열한 가지 법(十一法)이라 하여 소를 다루는 일이 수행자에게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도 〈증일아함경〉의 십일법의 비유를 빌어 수행인을 목우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음을 본다.
사진설명: 기우귀가 심우도 10폭 병풍 중 한 폭. 경기대학교 박물관 소장.상징으로서의 소와 목동의 기원은 불교뿐만 아니라 노장(老莊)의 행적이나 사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노자(老子)가 주나라 강왕(康王) 때 난세(亂世)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뜻을 펴려고 했으나,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지당하자 모든 것을 털어 버리고 함곡관(函谷關)을 거쳐 서역으로 떠나갈 때 푸른 소(靑牛)를 타고 유유히 종적을 감추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노자는 일찍이 이상적인 사회를 말할 때 때 묻지 않은 어린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어린이는 현세에 대한 집착과 탐욕이 없는데,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진다면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장자(莊子)는 인간은 모름지기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갓 태어난 송아지는 무심히 눈을 뜨고 있을 뿐 아무 것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 그와 같은 상태야말로 진정으로 바람직한 인간의 자세라고 장자는 말한 것이다. 소와 목동에 대한 비유와 목우사상이 소가 마음과 깨달음의 상징으로 인식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심우도의 원류는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심우도와 곽암(廓庵)의 〈십우도송(十牛圖頌)〉에서 찾아진다.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 가지 유형이 함께 그려졌으나, 근래에 와서는 대체로 곽암의 것이 많이 채택되고 있다. 기록에 근거한 중국 최초의 목우도는 청거선사의 12장면(현재 2장면만 남아 있음) 목우도이다. 청거선사의 목우도 이후에 만들어진 보명의 목우도는 전체 10장면의 그림과 송(頌)이 모두 남아 있다. 곽암의 십우도는 청거선사의 목우송에 근거해 12장면을 10장면으로 줄여 십우도에 맞는 송을 붙인 것이다.
보명의 〈목우도송〉 내용은 ①미목(未牧) ②초조(初調) ③수제(受制) ④회수(廻首) ⑤순복(馴伏) ⑥무애(無碍) ⑦임운(任運) ⑧상망(相忘) ⑨독조(獨照) ⑩쌍민(雙泯)등 10가지 변화로 성불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보명의 소에 대한 관념은 원래 청정무구한 흰 소가 검은 소가 되어 있지만 정진하기에 따라 첨차로 흰색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력 수행을 강조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곽암 〈십우도송〉의 내용은 ①심우(尋牛) ②견적(見跡) ③견우(見牛) ④득우(得牛) ⑤목우(牧牛) ⑥기우귀가(騎牛歸家) ⑦망우존인(忘牛存人) ⑧인우구망(人牛俱忘) ⑨반본환원(返本還源) ⑩입전수수(入廛垂手)의 10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설명: 기우귀가 서울 조계사 대웅전 후면 외벽.곽암의 소는 조금씩 희어져야 하는 소가 아니라 원래 희다는 것이 자각되어야 하는 소이다. 그러므로 고삐와 회초리가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소에게 목동 자신을 맡겨도 ‘마음의 소’는 그 고향에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수행적인 측면이 강하여 종교적인 색채가 농후한 보명의 목우도와 달리 곽암의 십우도는 예술적 경향을 띄고 있다. 곽암 십우도의 예술적 경향은 사찰 밖의 일반인들이 심우도를 감상용으로 애호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십우도는 10장면 모두 병풍 그림으로 그려지거나 독립된 우도(牛圖) 형식으로 그려지기도 했는데, 특히 여섯 번째 장면인 ‘기우귀가’는 ‘목동기우귀가’, 또는 ‘목동기우취적도’라는 이름의 감상용 그림으로 그려져 널리 애호되었다.
곽암의 십우도는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에 비유되는 소를 찾기 위해서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소를 발견하는 장면으로부터 소 길들이기, 집에 돌아오는 장면, 원상(圓相), 적막한 산수풍경, 속세로 나가는 장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