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교실] ⑭ 팔재계(八齋戒)
출가수행자 닮고자 포살일에 받는 계
일상 ‘틀’ 벗어나 지계 실천 다짐해야
재가불자가 지켜야 할 계로는 오계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포살일에는 특히 팔재계의 수지가 권장된다.
팔재계란 불살생, 불투도, 불비범행(不非梵行), 불망어, 불음주, 불비시식(不非時食), 불가무관청도식만향(不歌舞觀聽塗飾香), 불좌고상대상(不坐高床大床)의 여덟 가지 계를 말하며, 팔계(八戒), 팔관재계(八關齋戒), 혹은 포살계(布薩戒)라고도 부른다.
팔재계 가운데 첫 번째 불살생계로부터 다섯 번째 불음주계까지는 오계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지만, 불비범행계가 부부 관계조차 떠난 완전한 금욕 생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오계의 불사음계와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 외의 네 계는 오계의 그것과 같다.
한편, 불비시식계는 비시(非時), 즉 그날 정오부터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식사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식사는 오전 중에 한 번만 해야 하며, 이 외의 시간에는 물이나 쥬스 등 건더기가 없는 음료수 외에는 먹어서는 안 된다. 불가무관청도식만향계는 무용이나 음악, 노래 등을 보거나 듣거나, 또 꽃이나 향으로 분장하고 장신구로 치장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불좌고상대상계는 너무 크고 호화스러운 침대나 침대 매트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오전 중에 한 번의 식사만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다. 부처님께서는 하루에 한끼 만 드셨는데 몸이 가벼워 항상 안락함을 느끼셨다고 한다. 또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다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산란해져 수행에 전념할 수 없으므로 오전 중에 한 번의 식사로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명상이나 설법을 즐기며 경건하게 보내라는 의도도 담겨 있다.
무용이나 음악, 향료 등을 즐겨서는 안 되는 이유는, 수행에는 마음의 평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들은 시각이나 청각, 후각기관 등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키기 때문이다. 너무 크고 호화스러운 침대나 침대 매트가 거론되는 것은 이런 것들을 사용함으로써 몸이 편해지고자 하는 욕구나 그에 대한 집착 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포살일에 팔재계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평소 생업 등으로 수행에 전념할 수 없는 재가불자가 포살일 만이라도 수행자의 청정한 삶을 본 받아 실천함으로써 하루 빨리 깨달음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불설우바이타사가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타사가라는 우바이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신다.
“포살일 아침이 되면 집안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라. ‘오늘은 집안에서 아무도 술을 마시지 말고 싸우지 말며 재물 이야기를 하지 말라. 집안사람들은 생각하고 말할 때 존경할 만한 수행자처럼 해라. 존경할 만한 수행자는 살생할 생각이 없나니, 포살일에 계를 가지는 것도 그분처럼 해야 한다. 살생할 뜻이 없고 때릴 생각도 없으며, 축생이나 곤충들을 사랑하고 살려 주기를 항상 존경할 만한 수행자처럼 해라. 이것이 하나의 계이다. 오늘은 밤에 살생할 생각을 가졌어도 죽이지 못하게 해라.’이렇게 마음을 가지는 것이 부처님의 첫째 계율이니라.”
이것은 불살생계에 관한 가르침인데, 다른 일곱 가지 계에 대해서도 동일한 취지의 설법이 이루어진다. 마치 머리에 때가 있는 사람이 머리를 감은 후 느끼는 상쾌함처럼, 팔재계를 지킨 다음 날은 청정해진 심신을 느낄 수 있게 되며, 불도를 추구하는 마음이 강해진다고 한다.
한 달에 단 하루만이라도 팔재계를 실천하며 심신을 가다듬어 보자. 아니 가능하다면 좀 더 자주 실천해 보자. 분명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고 평정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불도 수행에 대한 욕구나 그 실천 역시 굳건해 질 것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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