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고 시인이 있는 가을은 더욱 달콤하고 향기롭다
고봉선, 김창섭, 최숙희 시인『미래문학』시(詩)로 등단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흘러내릴 듯한 양떼구름 한가로운 쪽빛 하늘과 황금 들녘, 살랑거리는 바람까지도 향기로운 가을은 온 세상이 한 폭 수채화 같은 화선지요, 원고지다. 적어도 시인의 눈에는,
정통문예지로 순수문학을 추구하는 국제 교류문단인 계간 미래문학(회장:장춘득)이 가을이 무르익는 정점에서 걸출한 신인 3인을 문단에 선보였다. 삶과 자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이들의 시는 그래서 더욱 짜릿한 전율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혹자는 문학을 언어의 유희라고 폄하한다. 더구나 시는 과분한 사치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서슴지 않는 부류들도 있다. 먹고사는 단순한 1차적 본능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마당에 그 무슨 얼어죽을 시냐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육신의 실핏줄이 하나씩 단장(斷腸)되는 통고(痛苦)를 실감한다. 되묻거니 창작은, 아니 시를 쓰는 일은 이런 일상의 아픔을 해체시키고 희망을 복원시키는 작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적어도 우리는 작가적 소신을 고집하며 집요함과 치열한 장인정신으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시혼(詩魂)의 횃불을 밝혀들 일이다.
허공을 남실대는 그윽한 향기
아지랭이 모락모락 피워 올리면
은밀한 곳에 숨어 있어도 나는 안다
그 울타리 안에 네가 있음을,
비틀대는 현기증과 달콤한 실랑이
코끝 멀리 있어도 빈 가슴 채우면
훑어 내리다 주체 못하는 흥분
허리춤에 감추고 꺾어 든 가지 하나
둘둘 말아 어깨에 둘러멘다
물 위에 걸터앉은 새침데기 네 모습
연분홍 사랑 같은 건 난 몰라
머리 풀어헤치고 스멀스멀
내 폐부 깊숙이 흘러들어
자궁 안에 둥지 틀고 눕는데,
네 모습 세상에 다시 피어날 땐
육 남매 굽어살피다 휜 허리
업은 세월 버겁다고 비틀대는 지팡이에
푸른 싹 틔우고 벌 나비 불러들여
쥐똥 같은 까만 열매 주렁주렁 열렸으면.(고봉선의 '쥐똥나무' 전문)
제주 비바리 고봉선의 당선작 '쥐똥나무' 등 세 편의 시는 자연에 몰입된 독특한 미감이 일품이다. 성선설(性善說)에 바탕을 둔 인간 본능에의 회귀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자연에의 복원을 시라는 장르를 빌어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발현시킨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그만큼 고통과 상흔으로 얼룩진 치열한 자신의 삶을 집요한 창작으로 순화(醇化)한 간절한 절규가 작품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장이 파열하는 고통조차 끌어안고 자갈밭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는 결국 작자 자신을 형상화 한 것으로 '쥐똥 같은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희망의 새 날을 희구(希求)하는 '고통의 희망환치' 등식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더 주문하자면 어둠으로 채색된 이 울음의 미학을 재창조의 재생작업으로 변형시켜 가는데 진지한 탐구와 착목을 거듭 기대한다.
그래
반갑잖은 소용돌이 비바람은
광풍과도 같은 것이었지
얄궂게 표적으로 꽂히는
도시의 상흔
쓰라린 흔적들이 무성하다
널 위해서라면
찢긴 내 혈흔
산산이 허공 속에 부서진들 어떠랴,
스쳐 가는
바람의 비애
그 속에 감추어진 무심함은
살을 에이듯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우스 창살의
심장을 쥐어뜯는
너의 무참한 반란
나는 오늘도
솟구쳐 내딛을
푸른 창공을 향해
태양처럼 밝은
은빛 화살을 쏘아 올린다.(김창섭의 '소용돌이 바람' 전문)
김창섭의 작품 '산다는 것은'은 고통스런 현실탈피의 몸부림으로 집약된다. 이렇듯 작자의 삶이 혹독한 시련 내지 아픔으로 채색되고 있음은 '생존'과 '소용돌이 바람'에서 더욱 격렬한 파장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생존적 몸부림을 자신의 작은 범주(範疇) 안에 매듭 시키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아픔으로 승화(昇華)시켜 이를 극복해나가려는 강렬한 의지다. '마침내 꿈틀거리는 핑크빛 산란'과 '언젠가 만질 수 있는 뽀얀 햇살' 나아가 '태양 같은 은빛 화살을 쏘아 올린' 추구 지향적 이미지가 작품들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쉬운 것은 작품 전반이 대체적으로 건조하고 유연함이 결여되었다는 점인데 이의 극복은 끊임없는 습작에서 획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 분발하여 발군(拔群)의 실력을 발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박한 눈시울
하마 눈에 띌 까닭도 없이
아랑곳하지 않아도
들녘 곳곳마다 박혀 있는
묵묵한 시선입니다
가냘픈 운명
거친 바람에 순응하며
시름마다 퍼내던 울음도 소진되어
피폐(疲弊)한 이파리 바삭거립니다
갈라진 치마폭 사이로
하얀 절망마저 흘러 넘쳐
병든 가슴 짙은 황달이 된
군중(群衆)의
마지못한 수긍이던가요,
낱낱이 펼친 해쓱한 꽃잎
햇빛의 초록 사냥 지켜본 울분은
절규할 수 없는 체념이 되어
그렇게 소슬한 고름 빛 무덤에 안깁니다
한낮의 역사 기웃거리던
따가운 발자취에 숨 죽여도
들녘을 향한 사랑의 추
결코 허리 꺾지 않는 곧은 절개
산마루 뉘엿뉘엿
어슬렁거리는 붉은 포만감에
울가망한 긴 한숨 삼키며
한 서린 꽃잎, 가만 오므립니다.(최숙희의 '개망초꽃, 침묵의 의사' 전문)
최숙희의 '그림자' 외 2편을 흔쾌히 당선작으로 올린다. 결론부터 요약하자면 실험정신에 입각한 참신성의 승리가 예사롭지 않다. 시가 Image(상징)와 Metaphor(은유)에 의한 시적 수사와 기교적 장치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솜씨 또한 일품(逸品)이다. 그만큼 작자 자신이 창작에 치열했다는 증거다. 특히 작품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적절한 시어의 대입과 소재의 확대 내지 다변화는 타인이 쉬이 범접할 수 없는 고도의 기교로 그만의 독특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한 작품을 꼬집기보다 거개의 작품 전반이 결이 곱고 미려한 가운데 내용 또한 충일(充溢)하다는 사실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중요한 것은 천부적 재기도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슨다는 사실이다. 이에 자족하거나 방만하지 말고 은근한 장인정신으로 언어를 연금(鍊金)하는데 진력하기를 주문한다.<심사위원:유준호, 지광현, 정순량, 최광림, 장춘득>
이상의 각기 대표작과 심사평에서 보듯 이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서정적 아름다움과 원초적 순수를 그 본령으로 하고 있다.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겸양과 성찰의 메시지요, 시인의 애절한 절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슬퍼서 더욱 아름다운 미학임을 어쩌랴.
한편 이들 세 시인은 본지 주필로 재직중인 청랑(淸浪) 최광림 시인 문하(門下)로 오랫동안 사사를 받아온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들이다. 나아가 최 시인은 전국백일장, 미래문학 심사위원 등을 두루 맡고 있으며 다음(DAUM) 카페<http://cafe.daum.net/ckl0000>에 14,000여 명이 넘는 팬-클럽 [시원]을 두고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첫댓글간 밤에, 인터넷에 들어가선 아무리 이 기사를 찾으려해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기사내용 그대로 쏘스를 복사해다 제 홈페이지에 올려두고 싶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여기서 만나뵈니 반갑기 이를데 없습니다. 힘들게 선생님께서 타자해 놓으신 글을 건방져 보이지만 조심스레 제 홈페이지에 퍼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첫댓글 간 밤에, 인터넷에 들어가선 아무리 이 기사를 찾으려해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기사내용 그대로 쏘스를 복사해다 제 홈페이지에 올려두고 싶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여기서 만나뵈니 반갑기 이를데 없습니다. 힘들게 선생님께서 타자해 놓으신 글을 건방져 보이지만 조심스레 제 홈페이지에 퍼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선생님, 어느새 기사를 옮겨 놓으셨네요. 제자 다독이시는 선생님 깊은 은혜 어찌 다 감당해야 할 지 아득합니다. 저도 내가만일님 꼬리를 잡고 가져갈께요. 감사드립니다.
분명, 이 가을에 가슴으로 안은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지금 푸르기만 한 하늘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 흔한 구름 한 점 없기에 더욱 곱기만 합니다. 내가 만일 님 최숙희님 하나의 소국을 피웠으니 이제 소국이 합쳐 대국이 되도록 하십시다.
좋은 작품으로 등단하신 세분과 좋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께 거듭 축하드립니다.
일사천리님, 내가만일님,풀잎4님, 다시 한번 축하 드리며 무궁한 시 발굴을 기원 드립니다.
등단하신 세분과 선생님 축하드려요.
등단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