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다움을
김 국 환 (충북검도회 부회장/ 8단 교사)
◼ 들어가는 말
지난 2014년 본인은 영광스럽게도 6단 심사 및 8단 1차 심사위원으로 위촉 되었다.
2008년 8단으로 승단한 것이 얼마 전 같은데, 벌써 6년이란 세월이 지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심사평을 지면에 올린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꿈만 같으나, 한편으론 송구스런 마음을 전해드린다.
먼저 심사평을 하기에 앞서 심사에 임하시는 분,
특히 연세가 높으신 분들에게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매번 많은 선생님과 선배님들께서 세세하고 유익한 심사평을 해주시기에,
본인은 개인적인 평을 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개선점이나 심사에 임하는
응시자로서의 마음가짐 및 정신자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 실기 외에 바른 몸가짐과 강한 정신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승단심사는 검도를 평소 얼마나 수련하고 좋아하며,
사랑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좌조(坐照)’의 경지에 접어든다는 검도 8단은 심사의 잣대를 진행함에 있어
당연히 심사 당일 최우선적으로 대련 등 심사를 잘 봐야 함에는 이견이 없겠으나,
평소 검도의 기본기와 다양한 응용기를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바른 몸가짐과 올곧고 강인한 정신자세를 지녀야 하고, 무엇보다도
저절로 우러나는 고매한 인격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은 젊은 대로, 연세가 드신 분들은 드신 대로
심사가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먼저 8단 1차 심사위원으로는 이국노 대한검도회 부회장, 신승호 전무이사,
이정수, 서길용, 진현진, 박동철, 강호훈 선생님 및 본인을 포함 8명,
이날 심사에는 모두 20명이 응시하였다.
8단 1차 심사는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연격과 대련을 1분씩 2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데,
연격의 경우 큰 동작으로 충만한 기세로 정확히
정면머리에 이어 좌우머리의 격자부위를 정확히 격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너 분을 제외하고는 동작과 자세가 명료하지 못하였으며,
왠지 모르게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대련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칼을 억지로 갖다 맞추려는 동작이 자주 있었는데,
좀 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상대가 움직이면
바로 나가려는 일도필살(一刀必殺)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칼에 비유하자면 면도칼 같은 예리함보다는 둔탁한 부엌칼 같은 느낌이다.
기합의 경우에도 광목이 찢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아닌,
명주가 찢어질 때의 간담이 서늘한 그런 기세가 있는 기합이 아쉬웠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번 심사에서도 연세가 60이 훨씬 넘은 분이
최선을 다해 심사에 응하였는데, 1차 심사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심사위원들 사이에 예전보다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말이 오갔으니,
실망하지 말고 다음 기회에 꼭 다시 도전하라고 응원하고 싶다.
1차 심사 결과 유규홍, 정동진, 신용만, 이명광, 태현대,
민천기, 김진옥 사범 등 7명이 최종 2차 심사대상자로 선정되었다.
2차 심사는 위원장에 이종림 회장님, 전영술, 고규철,
양춘성, 박한서, 서병윤, 김민조, 장홍균 선생님 등 여덟 분으로
본국검법, 검도의본, 연격, 대련 순으로 진행되었다.
심사를 지켜본 소견을 말한다면,
본국검법은 순서에 따라 큰 동작으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응시자는 옆 사람을 보면서 따라 하기에 급급하였으며,
검도의 본에서는
나갈 때와 들어갈 때 밀어걷기를 하지 않고 발바닥이 보인다거나,
입례 선에서 대적세로 들어올 때나 상단을 올릴 때 몸에 반동을 준다든지,
나갈 때 발소리가 쿵쿵 나기도 하고,
선도는 풀어 칼이나 대적세 등 다음 동작으로 이어질 때
너무 빨라 후도와 호흡이 맞지 않는다든지,
강약 조절이 미흡하고
(야, 토가 즉시 이뤄지지 않고, 칼을 상단으로 들 때는 빨리, 내릴 때는 천천히),
시선은 항상 상대를 주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선과 시선이 떨어지고,
소도 2본의 경우 원리를 알고 정확히 하는 응시자는 소수에 불과하였고,
대부분은 형식적인 행위에 그쳤다고 하겠다.
◼ 처음부터 격자후 존심까지 미(美)를 추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검도 승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격과 대련이 아닌가 생각한다.
평소 수련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올바른 자세와 충만한 기세와 기위(氣位)로
격자부위를 정확하고 탄력 있게 격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도는 격자 과정의 첫 동작부터 격자후 존심까지
미(美)를 추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겠다.
평소 꾸준한 수련과 연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전해 드린다.
거리나 기위 없이 난타전이나 맞추려는 식의 대련은 무의미하다.
한칼에 반드시 상대를 제압한다는 기분으로 대련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 심사 당일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인 판단으로 심사가 이뤄져야
다음은 심사에 임하는 응시자의 정신자세 및 자격요건을 말씀드리자면,
심사에 임박하여 안 보이던 분들이
2,3년 공부해서 심사에 통과하려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심사는 물론 시험이라 당일날 잘 치러야 함에는 이견이 없으나,
검도라는 특성상 8단 심사는 최소한 최근 10년 이상
꾸준한 수련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고,
여기에 검도에 대한 공적과 열의, 참여도, 개인의 품행, 검도수련 연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 개인의 소견이다.
심사에서 탈락한 분들 중 이런저런 뒷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응시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본인이 잘못한 점 또는 부족한 면은 없었는지,
평소 노력은 얼마나 하였는지를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도는 뒤가 깨끗한 운동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이번 심사에서 중학교부터 현재까지 선수로, 또는 지도자로서 한 번도 죽도를
손에서 놓지 않고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하던 분이 七顚八起가 아닌 13전 14기의
정신으로 도전하여 승단의 영예를 얻은 50대 후반의 응시자가 계신데,
이 분은 떨어질 때마다 주위에서 위로의 말을 전하면
늘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좀 부족한 면은 있으나,
심의위원님들께서 모든 면을 판단하여 최종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종적으로 금번 8단 심사에서 정동진, 신용만, 민천기 사범 등
세 분이 8단으로 승단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동안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함께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대한검도회
이종림 회장님 말씀대로 승단하신 분들에게는 축하와 지금부터라는,
탈락한 분들에게는 위로의 말씀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와 마음을
갖기 바란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면서, 본인 또한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말씀을 올리면서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