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보니, 도봉산 회룡계곡을 올라, 송추 계곡으로 내려오면 더운 여름날 등산 코스도 쉽고 시원할 것 같았다. 그래 아내와 1호선 회룡역에 내려 등산을 했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 개천길을 걷는데, 토종 민들레가 보였다. 서양민들레에만 익숙해 있던 눈에, 토종 민들레는 참 여리고 섬세한 아름다움으로 비쳐졌다. 회룡계곡의 커다란 바위와 물길은 참 잘 어우러져 있었다.
헌데 하산길인 송추계곡이 문제였다. 한 열흘 비가 오지 않았나? 하지만 예상보다 심했다. 물이 흐르지 않았다. 더구나 물도 사람도 없는 계곡은 황폐화되어 계곡휴식년제라 금줄이 쳐 있다. 그래 아내랑 송추에서 발이라도 담그고 점심을 먹는다는 계획은 날아가고 일단 물이 흐르는 곳, 약수터라도 찾아 거기서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 약수터를 만날 수 없었다. 결국 물 없는 송추 계곡을 다 내려와 유원지에 닿으니, 거기 비로소 물이 보였다. 펌프로 끌어올린 지하수를 분수처럼 쏘아 업자들이 물이 흐르게 한 것이다. 실소가 나왔다. 목욕탕 같은 물에 사람들은 물장구를 치고 피서를 즐기는 것이다. 차는 막혀 먼지 날리는 유원지는 온통 음식점들이 자리를 차지해 일반 산객들은 앉을 곳도 마땅치 않다. 더구나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1000원이니 바가지도 이만저만 바가지가 아니다. 그러고 의정부행 버스를 타려 유원지를 빠져나오자니, 유원지 밑 하천은 썩은 개천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땟국물과 음식점에서 흘려보낸 물들이 혼탁하게 흘러 한숨이 나왔다. 송추계곡의 실상을 보니,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 현실도 현실이지만 거덜난 자연의 모습도 안타까울 뿐이다. 공연히 더운날 아내를 끌고 다녀 미안할 따름이다. 차리리 회룡계곡에서 쉬다가 내려갈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