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승가의 탄생 (48)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게 된 사꺄족과 꼴리야족 여인들은 눈물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까삘라 거리에 놀랄 만한 광경이 벌어졌다.
국모 마하빠자빠띠가 손수 머리를 깎고는 거친 베옷을 입고 나타났다.
화려한 비단과 보석을 마다하지 않던 그녀가 화장을 지우고 맨발로 거리에 나서자, 약속이라도 한 듯 여인들이 하나 둘 그 뒤를 따랐다. 꼴리야를 지나 말라땅으로 들어섰을 때 여인의 행렬은 오백 명이나 되었다.
남편과 아들을 그리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여인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진 것 하나 없이 고따미를 따라 웨살리의 큰 숲으로 향했다.
까삘라에서 웨살리까지는 50유순, 간절한 마음 하나만으로 나서기에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웨살리 교외의 큰 숲에 도착했을 때 그녀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먼지 투성이에 얼굴은 초췌하였다.
곱고 부드러운 천으로 보호하던 여인들의 피부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심했고, 먼 길을 걸은 발바닥은 피범벅이었다.
늦은 시각 여인들의 울음소리에 놀라 정사의 문을 연 아난다는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귀족의 부녀자였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하빠자빠띠는 아난다의 옷자락에 매달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인정 많은 아난다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눈물을 멈추셔요. 제가 가서 부처님께 여쭙겠습니다.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난다가 다급하게 방문을 두드리며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 마하빠자빠띠께서 사꺄족과 꼴리야족의 여인 오백 명과 함께 정사로 찾아오셨습니다.
부처님, 저 여인들이 교단에 들어와 수행자로 살도록 허락하소서.“
부처님은 단호하였다.
“아난다, 여자들이 교단에 들어오는 것을 청하지 말라.”
아난다가 무릎을 꿁고 애원하였다.
“스스로 머리를 깎고 험한 길을 맨발로 걸어온 여인들입니다.
부르튼 발에선 피가 흐르고, 때와 먼지 가득한 얼굴에는 눈물 자국만 선명합니다. 부처님 간청합니다.
저 딱한 여인들이 교단에 들어와 수행자로 살게 허락하소서.”
“아난다, 여자들이 교단에 들어오는 것을 청하지 말라.”
아난다는 부처님의 옷자락을 붙들고 애원하였다.
“세존이시여, 마하빠자빠띠는 젖을 먹여 당신을 기른 어머니십니다.”
아난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부처님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아난다, 여자들이 교단에 들어오는 것을 청하지 말라.”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눈물짓던 아난다가 옷깃을 바로 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자도 수행하면 남자와 같이 수행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까?”
“물론 그럴 수 있다.”
“수단원과를 얻고, 사다함과를 얻고, 아나함과를 얻고, 아라한과를 현생에서 증득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아난다.”
“부처님, 만일 여자도 아라한이 될 수 있다면 그 첫 번째 기회를 마하빠자빠띠께 주십시오.”
눈을 감고 말씀이 없던 부처님께서 조용히 입을 여셨다.
“아난다, 마하빠자빠띠 고따미가 비구를 공경하는 여덟 가지 법을 받아들인다면 출가 수행자로 교단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리라.”
아난다의 도움으로 여인의 출가가 허락되었다.
다만 부처님게서는 비구니들에게 항상 비구들을 공경하며 비구들의 보호와 가르침속에서 생활하라고 말씀하셨다.
깊은 샘이 만들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맑은 물들이 고이기 시작했다.
마하빠자빠띠의 뒤를 이어 까삘라에 남아 있던 야소다라와 난다의 아내 자나빠다깔랴니, 난다의 여동생 순다리난다(Sundarinanda)도 잇따라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마하깟사빠의 아내였던 밧다까삘라니 역시 비구니 승가가 생기자 교단에 합류하였다.
이후 새의 두 날개처럼 부처님 교단의 한 축을 이루게 된 비구니 승가는 보석처럼 빛나는 훌륭한 비구니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케마(Kehema)비구니 역시 빛나는 보석 가운데 한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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