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박 2일 교사연수를 다녀왔다.
처음 참석해보는 지리산 실상사 봄 연찬회.
어떤 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은 내가 늘 그리워 하는 장소 '실상사'라는 것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길을 나섰다.
실상사가 주는 특유의 따스함이 있다.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크기도 하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반겨주시는 아는 얼굴들이 있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특히 실상사 입구에 들어설 때,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차를 탄 채로 인사를 해주신 한나샘과 고들빼기.
만나자 마자 너무 반가워서 내적 함성을 질렀다.
하나 둘씩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 꼭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시골집 또는 고향이 없는 도시사람인 나에겐 실상사가 꼭 고향인 느낌이다.
이번 봄연찬의 주제는 "코로나 19 이후, 어디로 어떻게"였다.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 자리에 앉아 강연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이 자리에 오신 두 분의 강연자가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듯한 두 단체에서 오셨다는 것이다.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주요섭 한살림연수원 전 사무처장님 두 분이었다.
연찬회에 참여한 어떤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좌우합작'과 같은 느낌이었다.
도대체 어떤 대화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두 분은 각 위치에서 코로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다.
여러 주제들이 논의되었지만 결국 강연을 듣고 가장 크게 알게 것은 그동안 내가 큰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살며 '새마을 운동'이라는 깃발만 봐도 거부감이 있었다.
그 단체가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지도 않고, 막연한 혐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님을 뵙고, 그 단체에서 일하는 방식과 환경을 위해 애쓰는 활동들을 말씀해주셨을 때는 놀랍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조직 내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나
몇백명이 모인 행사에서 일회용품을 단 한개도 쓰지 않은 모습들.
쉽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해내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이 강연을 계기로 앞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편견을 갖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을 듣고 나서는 연찬회를 펼쳐 몇 차례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요일 밤 10시까지 이어지던 연찬은 다음날 아침공양 이후까지 이어졌다.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가져온 변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다각도로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는 밀도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코로나를 싫은 것, 없애야할 것, 인류의 적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다각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코로나이든 코로나와 유사한 바이러스든,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사실엔 변함 없다.
그러면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방역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진짜 중요한 것들', 예를들어 환경의 중요성, 저녁이 있는 삶 등등.
이런 것들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삶을 살며 그 삶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어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두렵지 않은 마음이 들었고, 그때 음치가 치료되었다는 백발의 선생님
계란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계란 전도사님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한마디를 던져주신 신부님
등등..
여러 삶의 모습들을 보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몇 장의 사진들
저녁 공양 이후 전국을 돌며 평화의 날개짓을 하시는
춤꾼 박소산 선생님의 춤을 보았다.
실상사 절경과 어스름한 저녁노을에 잘 어울리는 멋드러진 몸짓이었다.
작년에 우리가 사용하던 수곽.
아이들과 함께 수곽 물을 다 빼고 갈고 닦았던 그 날이 떠올라 수곽을 보러 갔다.
정겨웠다.
변한 점이 있다면 나무 바가지가 새로 생겼다는 것!
공양전,
나무그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명희샘과 마리아샘
교사연수에 함께 온 든든한 제자 경석군
포근했던 실상사, 언제든 또 오고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