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비슬지라거사(鞞瑟貾羅居士)
- 제6 수순견고일체선근(隨順堅固一切善根)회향 선지식 -
(1) 비슬지라거사를 뵙고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점점 가다가 선도성에 이르러 비슬지라거사의 집에 나아가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저가 들으니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시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2) 비슬지라거사가 법을 설하다
<1> 열반에 들지 않는 해탈
거사가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열반의 경계에 들지 않음’입니다.”
강설 ; 열반(涅槃)이란 범어로 nirvāa이다. 니원(泥洹)ㆍ
열반나(涅槃那)라 음역하고,멸(滅)ㆍ적멸(寂滅)ㆍ멸도(滅度)ㆍ
원적(圓寂)이라 번역한다.또는 무위(無爲)ㆍ무작(無作)ㆍ
무생(無生)이라고도 번역한다.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해탈하고,
진리를 궁구하여 미(迷)한 생사를 초월해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법을 체득한 경지이다.
소승에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없어지는 것을 이상으로
하므로,심신이 있고 없음에 따라
유여의(有餘依)ㆍ무여의(無餘依)의 2종 열반을 세우고,
대승에서는 적극적으로 3덕(德)과 4덕을 갖춘 열반을 말하며,실상(實相)ㆍ진여(眞如)와 같은
뜻으로 본체(本體) 혹은 실재(實在)의 의미로도쓴다.대적멸(大寂滅)ㆍ대적정(大寂定)ㆍ반열반(般涅槃)이라고도 한다.
흔히또 반열반(般涅槃)이라고도 하는데 범어로 parinirvāa라 한다.입멸(入滅)ㆍ멸도(滅度)ㆍ원적(圓寂)이라 번역한다.
그냥 열반이라는 말과 같이 쓴다.번뇌의 속박에서 해탈하고,진리를 궁구하여 적멸무위(寂滅無爲)한 법의
성품을 깨달아불생불멸하는 법신의 진제(眞際)에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곧 부처님이 깨달으신 경지라고도 한다.
“선남자여, 저는 이와 같이 여래가 이미 열반에 들었다거나,
이와 같이 여래가 지금 열반에 든다거나,
이와 같이 여래가 장차 열반에 들리라거나 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합니다.”
강설 ; 실로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은 이미 본래로 열반에 머물고 있어서
한 순간도 열반을 떠날려 해도 떠날 수 없다.
하물며 부처님이나 보살들이겠는가.
열반이란 이와 같거늘 무슨 능력이 있어서
열반에 들기도 하고 들지 않기도 하는가.
그런데 굳이 열반에 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중생들을 조복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말일 뿐이다.
<2> 불종무진(佛種無盡)삼매의 경계
“선남자여, 저가 전단좌 여래의 탑문을 열 때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불종무진(佛種無盡)’이라 합니다.
선남자여, 저는 생각 생각마다 이 삼매에 들어서
생각 생각마다 모든 한량없이 수승한 일을 압니다.”
강설 ; 비슬지라거사는 부처님의 종자가 다함이 없는 불종무진(佛種無盡)삼매를 얻어서
무수한 부처님을 친견하게 됨을 밝혔다. 그래서 아래에 선재동자가 그 경계의 내용을 묻자
무수한 부처님을 친견함을 설하였다.
선재동자가 물었습니다.
“이 삼매는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비슬지라거사가 대답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저가 이 삼매에 들고는 그 차례를 따라
이 세계의 일체 모든 부처님들을 친견하였습니다.”
“이른바 가섭불과 구나함모니불과 구류손불과 시기불과 비바시불과
제사불과 불사불과 무상승불과 무상연화불입니다. 이와 같은 이들이 상수가 되었습니다.”
강설 ; 불종무진 삼매에 들고는 그 차례를 따라 이 세계의 일체 모든 부처님들을 친견하게 되는데
먼저 과거칠불(過去七佛)을 들었다. 약간의 가감이 있으나
과거칠불이란
비바시불(毘婆尸佛)ㆍ
시기불(尸棄佛)ㆍ
비사부불(毘舍浮佛)ㆍ
구류손불(拘留孫佛)ㆍ
구나함불(拘那含佛)ㆍ
가섭불(迦葉佛)ㆍ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다
“잠깐 동안에 백 부처님을 친견하고,
천 부처님을 친견하고,
백 천 부처님을 친견하고,
억 부처님과 천억 부처님과
백 천억 부처님과 아유다 억 부처님과
나유타 억 부처님과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미진수 부처님을 친견하여
이와 같은 모두를 차례로 다 친견하였습니다.”
강설 ; 과거칠불과 백 부처님, 천 부처님, 백 천 부처님,억 부처님, 천억 부처님,
백 천억 부처님, 아유다 억 부처님,나유타 억 부처님과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미진수 부처님을 다 친견하였다.
“또한 저 부처님들이 처음으로 발심함과 선근을 심음과 수승한 신통을 얻음과
큰 원을 성취함과 묘한 행을 닦음과 바라밀다를 구족함과 보살의 지위에 들어감과
청정한 법의 지혜를 얻음과 마군들을 항복받음과 정등각을 이룸과 국토가 청정함
과 대중이 둘러싸고 있음을 봅니다.”
“큰 광명을 놓으며, 묘한 법륜을 굴리며, 신통으로 변화하는 갖가지 차별을 저가 다 지니고,
저가 다 기억하고, 다 살펴보고, 분별하여 나타냅니다.”
“미래의 미륵불등 일체 모든 부처님과 현재의 비로자나불등 일체 모든 부처님도
다 또한 그와 같이 하며, 이 세계에서와 같이 시방세계에 계시는 세 세상의
일체 모든 부처님과 성문과 독각과 보살대중들도 다 또한 그와 같이 합니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저는 다만 이 보살들이 얻는 열반의 경계에
들지 않는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한생각의 지혜로 세 세상을 두루 알며,
잠깐 동안에 모든 삼매에 두루 들어가며,
여래 지혜의 해가 항상 마음에 비치어 모든 법에 분별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이 다 평등하고 여래와 저와 모든 중생이 평등하여
둘이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의 자체성품이 청정함을 알며,
생각함도 없고 움직임도 없지마는 모든 세간에 두루 들어가며,
모든 분별을 여의고 부처님의 법인(法印)에 머물러서 법계의
중생들을 모두 깨우칩니다.
그러나 저가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알며 말하겠습니까.”
(4) 다른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으로 가면 산이 있는데
이름이 ‘보달락가(補怛洛迦)산’이고,
거기에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관자재(觀自在)’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습니까?’라고 물으십시오.”
강설 ; 보달락가(補怛洛迦)산에 계신다는
관자재(觀自在)보살은 흔히 말하는 관세음(觀世音)보살이다.
번역자에 따라서 달리 부른다. 범어로는 Avalokiteśvara 아박로지저습벌라(阿縛盧枳低濕伐邏)라 음역한다.
관자재(觀自在)ㆍ광세음(光世音)ㆍ관세자재(觀世自在)ㆍ관세음자재(觀世音自在)라 번역한다.
줄여서 관음(觀音)이라한다.
대자대비(大慈大悲)를 근본 서원(誓願)으로 하는 보살이다.
미타삼존(彌陀三尊)의 하나로 아미타불의 왼쪽 보처(補處)이다.
관세음이란 세간의 음성을 관하는 이란 뜻이며,관자재라 함은 지혜로 관조(觀照)하므로 자재한
묘과(妙果)를 얻은 이라는 뜻이다.또 중생에게 온갖 두려움이 없는 무외심(無畏心)을 베푼다는 뜻으로
시무외자(施無畏者)라 하고,자비를 위주로 하는 뜻으로 대비성자(大悲聖者)라 하며,
세상을 구제하므로 구세대사(救世大士)라고도 한다.이 보살이 세상을 교화함에는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여러 가지 형체로 나타난다.이를 보문시현(普門示現)이라 하며, 33신(身)이 있다고 한다.
왼손에 든 연꽃은 중생이 본래 갖춘 불성(佛性)을 표시하고,그 꽃이 핀 것은 불성이 드러나서 성불한 뜻이고,
그 봉오리는 불성이 번뇌에 물들지 않고 장차 필 것을 나타낸다.그 종류로는 6관음(성ㆍ천수ㆍ마두ㆍ십일면ㆍ준제ㆍ여의륜)이 보통이며,그 중 성관음(聖觀音)이 본신이고,다른 것은 보문시현의 변화신이다.
그의정토(淨土)또는있는곳을 보타락가(補陀落迦, Potalaka)라고 하나,
원래 화엄경에 남인도 마뢰구타국의 보타락가라 한 것이 처음이고,중국에서는 절강성의 주산도(舟山島)를 보타락가라 하였다.
비슬지라 거사가 곧 게송을 설해 말하였습니다.바다 위에 산이 있고 성인 많으니보배로 이루어져 매우
청정해꽃과 과실나무들이 두루 차 있고샘과 못과 시냇물이 갖추어 있도다.
강설 ; 관자재보살님이 계신다는 보타락산은 바다 위에 있다고 하였다.그래서 관음도량이 우리나라에는 강화도나
남해나 동해변 등지에 분포되어 있다.중국에도 바다건너 섬에 있다. 그런데 티베트에는 라사라고 하는
내륙에 있기도 하다.중생들을 돌봐야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다 있어야 하는 것이 관음도량이다.
용맹한 장부이신 관자재보살이중생에게 이익 주시려 그 산에 계시니
그대는 응당 가서 모든 공덕 물으시오.그대에게 큰 방편을 일러주리라.
이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