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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 이강유람, 가마우지 어로
중국 시인 도연명 “‘무릉도원’과 가깝다”
장족,묘족,요족,동족 등 소수 민족들이 독자적 문화를 꾸려가는 계림 등 광서장족 자치구는 중국 남부 쪽 베트남 접경에 있는 아열대 기후라 연중 놀기에 좋다. 크기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과 비슷하고, 인구는 남한 인구 만큼 많다.
4~5세기 시인 도연명은 이곳을 ‘무릉도원’에 가깝다 했고, 권력 투쟁이나 전쟁 등으로 중앙 권력에서 밀려나 이곳에 은둔, 정착한 사람들과 나그네 묵객들은 ‘계림산수갑천하’라며 세상 최고(甲:갑)의 절경임을 노래했다. ‘소림사’ 등 숱한 영화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신비스러운 은둔지다.
계림 3만6000봉과 이강
3억년전 지각변동으로 해저가 돌출해 ‘엠보싱 요철’ 3만6000봉을 빚어낸 계림 감상법은 ▷무릉도원 같은 산천과 그 속의 문화를 살펴보기 ▷이강(離江) 유람을 하며 실경 동양화, 계림의 지질을 좀더 가까이 탐험하기 ▷여의(루이)봉에서 산수갑천하와 십리화랑 풍경을 발 아래 두기 ▷우리와 닮은 소수민족의 자주적 민속과 동서고금의 것이 다 섞인 퓨전 거리 속으로 들어가보기 등 네 가지이다.
‘귀양 가서 장수했다’는 말처럼, 이 곳에 터잡은 사람들은 걱정을 모두 벗어버리고, 수려한 풍경과 건강한 식생을 즐겼으리라. 요즘 뜨는 ‘속세탈출(脫俗:탈속)’ 여행의 전형이다.
계림 양삭현 세외도원
습지 유람선으로 만나는 ‘세원도원’
계림시 양삭현 세외도원(世外桃源)은 인간이 아름다운 자연을 벗하며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곳이다. 태초의 자연에다 ‘무릉도원’의 묘사에 맞춰 인공미를 더했다.
좁은 습지에 작은 유람선을 타고 가는 동안, 멀리로는 동글동글 치솟은 첩첩 봉우리가 호위하고, 가까이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노를 젓는 뱃사공, 소박한 마을 곳곳에 피어난 도화(桃花:복숭아꽃)를 벗 삼아 밭을 일구는 농군, 방망이질 빨래를 하는 아낙네가 보인다.
자연이 빚은 아치터널과 동굴의 소박한 매력, 개천쪽으로 드리워져 있으면서도 거뜬히 버티고 있는 대나무숲, 마주오는 뱃사람과 꼭 인사를 교환하는 인정이 세외도원 미시적 매력을 더해준다.
동그란 산들이 360도 열 두폭 병풍을 이룬 곳, 벽계수 같은 개천가에 송죽(松竹)이 울울창창하고, 도화 꽃잎이 드리워진 곳에서 소수민족들의 즉석공연, 강변 노랫가락이 울려펴지며 여행자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계림 소수민족과 한국인들의 기차놀이 어울림
“선계인가, 인간계인가.” 위진남북조시대 문학가 도연명과 조선의 정극인이 그려본 무릉도원, 바로 그 풍경이다.
좁은 습지 사이를 뱃놀이하며 세외도원 탐방을 마치면, 소수민족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청년 남성 연주단의 경쾌한 현악기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현지인과 한국인 여행자들은 앞사람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신나게 기차놀이와 강강수월래를 즐긴다.
신이 계림에 빚어 놓은 한 폭의 산수화 ‘이강’
세외도원을 떠나 양삭 시내 동서고금의 문화산물이 한데 섞인 서가시장 끝쪽 강변에서 이강유람선을 탄다. 이강은 계림시내 상비산은 물론 양삭현 등을 두루 적시며 400㎞를 휘감아 돈다.
선착장 가는 길, 파추픽추에서나 보던 라마가 여행자들을 반기고, 아열대 지방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북쪽에서나 입는 털옷을 곳곳에서 파는 모습이 이채롭다. 문득 ‘눈 내리는 곳에 살다가 두 강을 건너왔다네’라던 묘족의 전통시가 생각난다. 나당연합의 공격에 패퇴한 고구려-백제 유민들이 복건~광동·서~귀주~운남성 대륙 남부 벨트에 새 터전을 잡았음을 짐작케 한다.
밤이 되면, 서가시장은 동서고금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고 미식, 조명예술, 버스킹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동아시아 최고 야시장의 면모를 뽐낸다.
서가재래시장의 라마
이강 유람선 뱃머리든 배 후면이든, 마주하는 산수는 한 폭의 산수화, 신이 계림에 빚어 놓은 작품이다. 가마우지를 길들여 새가 물어오는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한 뒤 냉큼 양동이에 집어넣은 가마우지 고기잡이 풍경, 한가로이 이강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떼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강변 대숲 밑에 집을 지어놓은 주민들이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든다. 강변 캠핑족들이 힐링하는 모습이 보기좋아 폰카를 찍었더니, 그들도 우리를 찍는다. 어느 허니무너는 뗏목에 올라, 갖은 포즈로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절경 아래에 수놓아진 평화였다.
구름 사이로 해질녘 햇살이 깃드니, 이강 유람 동양화는 인상주의-표현주의 그림으로 더욱 끼를 부린다. “20위안짜리 지폐에 나오는 거기, 대체 어디지?”라면서 지폐와 같은 풍경을 찾아 보려고 내기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1시간 30분간 유람선 여행 동안 절경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눈뿌리 아픈 계림여행’을 실감한다. 운무가 드리우거나 흐린 날에 가면 더 운치가 있다.
은자암 동굴, 파이프오르간 종유석
종유석에 은가루 뿌린 듯 ‘은자암 동굴’
은자 1냥이면 명·청시대 노동자의 1년 연봉이라던, 그 은자암이라는 이름의 동굴 탐험에 나선다. 계림은 동아시아 최다 동굴 도시이다.
양삭현 시내에서 차를 타고 장가계 천문산처럼 구멍이 뚫린 월량산을 지나면 은자암 동굴이 있는 이포현에 이른다.
“왜 은자냐”고 물어보니, 동굴 내 종유석 석주가 은가루를 뿌린 듯이 반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광구역으로 개발한 구간은 크게 하동, 대청, 상동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기둥처럼 동굴 내부를 지탱하는 종유석엔 과연 흰색 광채가 나고, 파이프오르간을 연상시키는 금빛 거대 종유석 앞에서는 유료 인생샷 촬영소가 있을 정도로 붐빈다.
인근 여의(루이)봉은 해발 200m 안팎의 계란형 카르스트산을 내려다보는 곳으로, 편한 등정을 돕는 인프라가 코로나 직전 완공됐다 이제야 빛을 보는 곳이다. 출렁다리 고공 스카이워크, 평지부터 높이가 300m가량 되는 전망대를 갖췄다.
계림 ‘삼봉 두곡'(원보봉, 여의봉, 목걸이봉, 채계곡, 백화곡) 중 하나로 케이블카, 흔들다리, 유리다리 등 어트랙션이 있고, 십리화랑의 산수풍경을 만끽한다.
여의(루이)봉에서 내려다본 천촌만봉
여의(如意)는 ‘뜻대로 된다’는 뜻이다. 발 아래 천촌만봉을 두었으니 두려울 것 없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망대인 여의운정 둥근 난간엔, 목표와 소원을 적은 리본이 빼곡하다.
계림은 동양화와 똑같은 풍경을 목도하는 곳이다. 계림을 빼고는 대륙의 절경을 다 봤다고 얘기해선 안된다. 특히 그곳엔 데릴사위제, 장발 문화, 노인 공경, 노래와 춤을 즐기는 풍속, 단군왕검을 닮은 장군을 모시는 마을 성지 등 우리와 닮은 문화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정이 간다.
헤럴드경제(중국 계림)=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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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계림~
이강~
또 가고싶은 곳 1등
장가계도~
아~옛날이여~.....
부천 무릉도원 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