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이란 말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인륜의 사랑도 아래로 아래로만 내려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효도란 흐르는 강물에 둑을 쌓아 강물을 역류시키는 것이니 효도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들은 ‘부모가 사랑해 주면 기뻐하여 잊지 말고, 부모가 미워하시더라도 송구스러이 생각하여 원망하지 않고, 부모에게 잘못이 있거든 부드러이 말씀드리고 거역하지 말아야 한다’는 증자의 말씀을 잣대로 들이대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어름 반 푼어치도 없다.
해마다 명절이나 년 말 같은 때에 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을 찾아 연탄을 나르고, 음식을 만들어 나눠주는가 하면 말동무가 되어주고 안마를 해주는 등 정성 어린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천사 같은 분들이다 싶으면서도 가끔 방정맞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저분들이 집에서도 부모님이나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에게도 저렇게 해드릴까? 하고 말이다.
효도 총량제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똑같은 양의 효를 받아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효는 지닌 양을 다 쓰면 효는 끝나고 불효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이 말이 실제로 맞아떨어지니 놀랍다.
어는 날 목욕탕에서다. 험상궂게 생긴 중년의 한 남자가 80세가 넘어 보이는 깡마르고 허리까지 굽은 걷지도 잘못하는 할아버지의 겨드랑이를 잡고 갓난아이 다루듯 조심히 모시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았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목욕시켜드리는 것이었다. 행여 뜨거울세라 물에 손을 넣어보고 바가지에 물을 떠서 찬찬히 아버지 등에 끼얹고, 떼 수건으로 떼를 세월없이 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 아들께 큰절을 하고 싶을 만큼 감탄스러웠다. 그 아들은 얼굴만 봐도 알겠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속을 무던히 썩이고 사회에 나가서는 못된 짓만 했을 것이다. 효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을 터이니 이제 말년에 쓰지 않은 효를 지금처럼 정성을 다해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느 집 자식들은 줄줄이 머리가 좋아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하고 행동까지 모범이어서 우등상, 모범상을 모두 휩쓸었으니 그보다 큰 효자 없다며 온 동네가 부러워하였고 그 부모는 어깨에 힘줄만하였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좋은 대학 가더니 좋은 며느리까지 얻었다. 그런데 효는 여기 까지였다. 그 자식들은 외국에 있는 좋은 대학의 교수가 되고, 과학자가 되어 며느리와 손주들 손잡고 줄줄이 떠나 버렸다. 이 자식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고 바른 행동으로 효를 다 썼으니 남은 효가 없다. 외국으로 떠난 자식이 부모가 죽는다 한들 곧 돌아오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보면 효도 총량제가 맞아떨어진다.
이 효도 총량제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예화 또한 몇몇의 예를 든 것이니 맞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효도 총량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오랜 세월 유교적 사고를 지닌 기성세대와 급격히 서구화된 젊은 세대 간의 문화적 대립으로 빚고 있는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여러 장면들을 연출하여 서로 역지사지의 처지에서 살펴보자는 의도에서 엮은 이야기들이다.
바라 건데, 동방의 아름다운 예의지국! 대한민국, 그 명예를 회복하였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첫댓글 효라는 것을 실생활에서 가르쳐야 아는 것인데,
지금의 부모들을 보면 ~ 답답한 일이 많지요..
결국 자신들이 받을 업보를 쌓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