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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인공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토드 앤더슨’의 시점을 따른다. 전교생의 70% 이상을 아이비리그에 진학시키는 전통있는 명문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입학한 토드는 닐과 룸메이트가 된다. 그리고 녹스, 달튼, 믹스, 카메룬 이렇세 6명은 항상 함께하는 절친한 친구로 지내게 된다. 획일화된 생활, 교육으로 따분함을 느끼던 중 새로운 영어교사로 부임해 온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는 첫 수업부터 시를 측정하라 가르치는 교과서의 일부를 찢어버리게 하는 등 획일적이고 전통적인 교육법에 도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키팅 선생의 교육은 학생들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본교 출신인 키팅 선생의 졸업 앨범을 보던 토드 일행은 그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문학모임을 가졌던 것을 동경하며 그들도 이를 실행에 옮긴다. 그러다가 달튼은 학교신문에 여성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글을 올리면서 학교를 뒤집어놓았다.
연극배우를 꿈꾸던 닐은 연극 오디션에 합격, 배역을 따낸다. 그러나 이것이 부모님의 화를 샀고 당장 그만두라고 하지만, 닐은 연극을 강행한다. 연극날 닐은 공연을 무사히 마쳤으나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강제로 학교를 옮기게 될 운명에 처했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된 것을 안 닐은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이 일로 토드 일행은 슬픔에 휩싸이고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 일원들은 다시 한 번 징계받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키팅 선생이 책임을 전가하면서 학생들은 퇴학을 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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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처음 봤을땐
뭐가 재밌나 싶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또 한 번 봤었는데, 그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봤었는데 그때는 키팅 선생이 참 멋진 사람이기도 하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수험생활에 찌들어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그러니 정말 느낌이 달랐다. 나도 대학입시전쟁을 겪어봐서 안다. 정말 답답하고 숨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냈었던 기억을 되살려보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한낱 이상주의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키팅 선생이, 지금은 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비록 그가 가르친 것이 입시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일지라도 학생들은 인생을 배운 것이다. 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저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르긴 몰라도 좀 더 세상을 감상할 줄 아는 여유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감독이
새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을 잡은 이유가 뭘까?’ 하고 의문을 가졌었는데, 그의 의도를 알고 나니 조금은 섬뜩했다. 새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라는 작은 새장에 갇혀서 자유를 잃어버렸다. 두 번째 장면의 구도가 절묘하지 않은가.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의 처지를 정확하게 표현해냈다.
개인적으로
키팅 선생과의 첫 수업에서 그는 ‘Carpe Diem' 즉,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을 가르쳤다. 방에 돌아온 토드는 노트에 ’SEIZE THE DAY'라고 적어보면서 그 뜻을 회상해 보지만, 이내 종이를 찢어 구겨버린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교재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토드는 본인이겐 ‘현재를 즐길’ 여유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토드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에게 해당된다. 나 역시도 ‘현재를 즐길’ 여유는 없었으며, 즐기고 싶은 순간도 아니었다.
이 영화가 음악이 크게 부각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번 보면 볼수록 음악이 영화를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체적으로 고요한 분위기의 이 영화의 배경음악은 Maurice Jarre라는 프랑스 출신으로 수많은 영화음악을 제작하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인도로 가는 길>,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사랑과 영혼> 등의 OST를 제작하면서 영화음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오케스트라의 단골 레파토리로 연주될 정도로 베토벤의 교향곡 못지않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OST에 수록된 곡과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살펴보자.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라는 이 뜻을 가진 라틴어는 영화 내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으로 꼽힌다. 이 곡은 신디사이저와 하프의 조화와 함께 백파이프를 통한 맑고 고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영화에서는 달튼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초원을 달리는 장면에 사용되었다. 학업에 찌든 이들에게 휴식처럼 꿀맛 같은 시간이 있을까. 모든 것을 잊고 ‘Carpe Diem'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이 순간뿐일 것이다.
닐은 평소 연극을 꿈꿔왔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가 하버드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길 원했다. 그리고 그렇게 명령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의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역을 따냈다. 연극 연습을 하고 돌아온 그에게 그의 아버지는 당장 그만두라고 명령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은 닐은 결국 연극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 곡은 하프를 전면에 배치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에 걸맞게 연극 ‘한여름 밤의 꿈’ 공연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연극할 때의 닐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To the Cave
제목 그대로 동굴에 가는 장면에 쓰인 음악이다. 웰튼 아카데미 졸업생이었던 키팅 선생의 졸업 앨범에는 ‘Dead Poets Society'라는 정체모를 글귀가 씌여 있었고, 이것은 키팅 선생이 재학생이던 당시 학교 인근 숲 속에 위치한 동굴에서 시를 낭송하던 모임이란 것을 그에게 듣게 된다. 토드 일행은 닐의 주도하에 동명의 모임을 갖기로 계획하고, 외출이 금지된 밤에 어둠을 틈타 동굴을 찾아간다. 이 곡은 신디사이저를 통해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의 표정을 고려하면 장난끼 있고 발랄한 분위기의 음악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웰튼 아카데미를 떠나는 키팅 선생을 누르면서 학생들이 하나둘 책상 위로 올라가는 장면은 아마 이 영화의 감동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특히 ‘Captain, Oh My Captain'을 외치며 제일 먼저 책상 위로 올라가는 토드는 정말 감동적이다. 자신의 의사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던 소심한 그가 누구보다도 먼저 용기를 내었으니 어찌 감동적이지 않겠는가. 이 곡은 하프와 신디사이저가 주고받으면서 고요하게 시작하지만 학생들이 모두 일어선 장면에서는 점점 웅장해진다. 영화와 음악은 그렇게 서로 교감해야 하는 것이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각자 취미 생활을 즐기는 장면에 사용된 이 곡은 1960년 당시 싱글차트 37위에 오른 흥겨운 댄스곡이다. 믹스와 피츠가 옥상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잡아내면서 흘러나온 이 곡 역시 Party는 못 되도 잠시나마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키팅 선생과 학생들이 함께 축구를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에 쓰였다. 음악사상 처음으로 독창자, 합창단, 관현악단이 함께 한 곡이라고 한다. 가사의 내용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으로 생명의 탄생을 우렁차고 환희에 찬 벅찬 감정이 전달되어 온다. 박제처럼 죽어갈 학생들의 이성이 키팅 선생으로 인해 역동적인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생각된다.
Rainbow Voice
이 곡은 퓨전음악 전문가 David Hykes의 곡이라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은 닐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할 것을 다짐한다. 부모님은 잠자리에 들고 그 혼자 고뇌하면서 집안을 배회하다가 끝내 아버지 서재에서 권총을 꺼내는 이 장면에서 이 곡은 신비로우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두운 배경과 이 음악이 닐의 앞날을 예견하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음악이 골고루 쓰였다고 생각된다. 명문학교에 걸맞는 품격, 힘든 시간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생명력, 키팅 선생의 인간미, 라디오를 통해 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젊음 등 각 장면에 맞게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에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엄격한 질서와 규율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이 시대 모든 학생들에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꼭 권하고 싶다. |